📚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실체


원서: The Trillion Dollar War Machine | 저자: 윌리엄 D. 하텅·벤 프리먼 | 해설: 김동기 변호사 × 유시민


들어가며: 왜 미국 대통령은 모두 전쟁을 약속하고 전쟁을 벌이는가

2024년 미국 대선, 도널드 트럼프는 “나는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20년 조 바이든은 “미국의 영원한 전쟁(Forever Wars)을 끝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버락 오바마는 2008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재임 8년 동안 7개국에 폭탄을 떨어뜨렸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위선인가요, 아니면 더 깊은 구조적 문제인가요?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는 바로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는 책입니다. 원제는 The Trillion Dollar War Machine — ‘1조 달러 전쟁 기계’. 미국 국방 분야 전문 저널리스트 윌리엄 D. 하텅과 군산복합체 연구자 벤 프리먼이 수십 년간 축적한 취재와 연구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은, 미국이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가 어떤 대통령의 결단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거대한 시스템에 있음을 폭로합니다.

유시민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스’ 시즌 7에서 국제 정치와 법률을 두루 아우르는 김동기 변호사가 이 책을 소개하며 나눈 대화는, 단순한 책 소개를 넘어 오늘날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깊이 있는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1부: 군산복합체(軍産複合體)란 무엇인가

“군산복합체를 조심하라”

이 경고를 처음 공식적으로 선언한 사람은 다름 아닌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NATO 초대 사령관, 그리고 미국 34대 대통령인 그는 1961년 퇴임 연설에서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우리는 군산복합체의 부당한 영향력의 획득을 방지해야 한다. 잘못 놓인 권력이 재앙적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70년이 지난 지금, 그의 경고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아니,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는 단순히 무기를 만드는 기업들의 집합이 아닙니다. 방산 대기업 + 국방부·CIA·NSA 등 안보 기관 + 의회 군사위원회 + 워싱턴 싱크탱크 + 주류 언론 + 할리우드까지 포함하는, 미국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이익 공동체입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숫자는 충격적입니다. 9·11 테러 이후 20년 동안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투입된 비용은 8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그 중 상당 부분은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같은 방산 대기업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시리아로, 시리아에서 우크라이나로 — 전쟁의 장소는 바뀌었지만 돈의 흐름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2부: 회전문(Revolving Door) — 군과 기업 사이에 문이 없다

이 책이 가장 강력하게 고발하는 것 중 하나는 ‘회전문 인사(Revolving Door)’ 구조입니다.

국방부 차관이 퇴직 후 6개월 만에 록히드 마틴의 이사회 멤버가 됩니다. 공군 참모총장이 퇴역 후 보잉의 부사장이 됩니다. 방산 로비스트 출신이 국방부 조달 담당관이 됩니다. 이것이 미국에서는 매우 흔한 일입니다.

책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전직 고위 군 장성과 국방 관료들이 방산 업체에 ‘재취업’한 사례가 수백 건에 달합니다. 이들은 전직 동료들을 대상으로 로비 활동을 펼치고, 내부 정보를 활용해 수조 원짜리 방산 계약을 따냅니다.

결과적으로 국방 예산 심의를 해야 할 의회 군사위원회 위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방산 공장이 있고, 방산 로비스트들로부터 선거 자금을 받습니다. 국방예산을 삭감하자는 주장을 하는 순간, 그것은 자신의 지역구 일자리를 없애는 것과 동일해집니다. 전쟁이 끝나면 방산 공장이 문을 닫고,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습니다. 이것이 미국 정치인들이 전쟁에 반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입니다.

김동기 변호사는 이 지점에서 핵심을 짚었습니다. “트럼프가 진심으로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해도, 미국의 시스템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대통령 한 명의 의지로 이 거대한 기계를 멈출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3부: 전쟁을 정당화하는 문화 산업 — 할리우드에서 비디오 게임까지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은 워싱턴 정가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책은 미국의 대중문화 산업 전체가 군산복합체의 홍보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미군은 할리우드 영화사에 전투기, 항공모함, 특수부대를 지원하는 대신, 영화 대본 검열권을 요구합니다. 실제로 ‘탑건’, ‘아이언맨’, ‘트랜스포머’, ‘블랙 호크 다운’ 등 수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미군의 지원을 받았고, 그 대가로 군을 영웅적으로 묘사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전쟁을 쿨하고 멋있는 것으로 만드는 문화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콜 오브 듀티, 배틀필드 같은 인기 전쟁 비디오 게임에도 미군이 깊이 관여합니다. 미 육군은 공식적인 e스포츠 팀까지 운영하며 젊은 세대를 군에 친숙하게 만드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 MIT, 조지타운 같은 명문 대학들도 국방부 연구비를 받으며 군사 기술 개발에 참여합니다.

유시민은 이 대목에서 자신만의 날카로운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미국인들이 전쟁에 반대하는 감수성 자체가 이미 군산복합체에 의해 설계된 범위 안에서만 허용됩니다. ‘이 전쟁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미국의 군사주의 자체가 문제다’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주류 담론에서 배제됩니다.”


4부: 달러 패권과 전쟁 — 멈출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

책이 다루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달러 패권과 전쟁의 관계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가 되었고, 전 세계는 석유를 포함한 주요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합니다. 이 ‘페트로달러(Petrodollar)’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동의 안정, 즉 친미 정권의 유지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군사력으로만 담보됩니다.

미국이 전 세계에 800여 개의 군사 기지를 유지하고, 연간 1조 달러에 가까운 국방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단순한 안보 위협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유지하기 위한 ‘패권 유지 비용’입니다. 전쟁은 그 비용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역설적으로 미국 자신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국방비 지출은 교육, 의료, 인프라 예산을 잠식합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이미 35조 달러를 넘어섰고, 그 중 상당 부분은 전쟁 비용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김동기 변호사는 이 지점에서 중요한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미국은 전쟁을 통해 패권을 유지하려 하지만, 전쟁 비용이 패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기반 자체를 갉아먹는 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로마 제국이 망한 것처럼, 제국의 유지 비용이 제국을 무너뜨리는 역설입니다.”


5부: 유시민의 독창적 해석 — “이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시민은 이 책을 단순히 미국 비판의 텍스트로 읽지 않았습니다. 그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훨씬 불편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국은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 시스템에서 자유로운가?”

한국은 매년 수조 원의 방산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합니다. F-35 전투기,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 아파치 헬기 — 이 모든 것이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보잉의 제품입니다. 한국이 구매할 때마다 미국 군산복합체의 주가가 오릅니다.

유시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는 것을 진심으로 원하는가, 라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북한 위협이 존재해야 한국이 미국 무기를 계속 구매합니다. 한반도 긴장 완화는 미국 방산 기업에게는 나쁜 소식입니다.”

이것은 매우 불편한, 하지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통찰입니다. 한국의 안보 정책이 미국의 국가 이익과 정확히 일치하는가, 아니면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과 일치하는가 — 이 두 가지는 같은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또한 유시민은 트럼프 현상을 이 책의 맥락에서 재해석했습니다. “트럼프가 NATO 동맹국들에게 방위비를 더 내라고 압박하는 것,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파는 것 — 이것은 표면적으로 고립주의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방산 기업에게 더 많은 시장을 열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트럼프가 군산복합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군산복합체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6부: 이 책이 우리에게 묻는 것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는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한 책입니다. 다수의 미국 시민들이 전쟁에 반대해도 전쟁이 계속되는 것은, 군산복합체가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포획(Capture)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선거가 있고, 의회가 있고, 자유 언론이 있어도 — 방산 기업의 로비 자금이 선거를 좌우하고, 군사위원회가 예산을 통제하고, 전쟁을 찬양하는 문화 산업이 여론을 형성하는 한, 민주주의는 군산복합체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이 한국 독자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입니다. “강대국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과 동일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한국의 평화와 번영의 이익과 언제나 일치하는지 — 이것을 냉정하게 따지는 것이 진정한 동맹 관계의 기초입니다.

김동기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미국은 나쁜 나라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너무 단순합니다. 이 책이 말하는 것은 ‘시스템은 의도를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도 나쁜 시스템 안에서는 나쁜 결과를 낳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스템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우리 자신의 선택을 그 이해 위에서 내리는 것입니다.”


나가며: 전쟁을 멈추는 것은 누구인가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들은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이라크 전쟁 당시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온 반전 시위,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이끌어낸 지속적인 시민 사회의 압력, 방산 기업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하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활동 — 이것들이 비록 느리지만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유시민은 이 대목에서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결국 민주주의밖에 없습니다. 시민들이 이 시스템을 이해하고, 군산복합체의 논리에 포획된 정치인을 교체하고, 전쟁 비용이 자신들의 복지와 교육에서 나온다는 것을 인식할 때, 비로소 이 1조 달러 전쟁 기계에 제동이 걸릴 수 있습니다.”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는 단순한 반미 서적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시대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조차 거대한 이익 집단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불편하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현대 정치경제학의 교과서입니다.

그리고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더욱 직접적인 물음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이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고객인가, 피해자인가, 아니면 그 기계의 한 부품인가?


참고: 윌리엄 D. 하텅·벤 프리먼 저 / 알릴레오 북스 시즌7 김동기 변호사 해설 / 유시민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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