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64괘 해설 [38]: 화택규(火澤睽 ☲☱)

– 어그러짐의 길, 다름 속에서 조화를 찾다

서론: 가정(家人)의 도(道)가 막히니, 어그러짐(睽)이 시작되다

주역(周易) 64괘¹ 탐험, 우리는 상경(上經)³⁰과 하경(下經)의 여정을 이어오며, 마침내 서른일곱 번째 괘인 풍화가인(風火家人)³⁷에서 가정의 올바른 질서와 그 완성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주역은 영원한 조화나 완성은 없다고 가르칩니다. 어떤 상태든 극에 달하면 반드시 변화가 찾아옵니다. 이제 우리는 서른여덟 번째 괘인 **화택규(火澤睽)**를 통해, 그 이상적인 가정(家人)의 도(道)가 무너지고 구성원들이 서로 ‘어그러지고(睽)’ ‘반목(反目)’하는 냉엄한 현실과 그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조화의 길을 찾아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규(睽)라는 글자는 눈(目)이 어그러져(癸) 서로를 쏘아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어그러지다’, ‘반목하다’, ‘소외되다’, ‘불화하다’, ‘서로 등 돌리다’ 등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마음이 통하지 않고, 뜻이 엇갈리며, 관계가 단절되는 모든 종류의 **’불화(不和)’**와 **’갈등(葛藤)’**을 상징합니다.

앞선 풍화가인(風火家人)괘가 안(內)에서 밖(外)으로 질서가 세워지는 이상적인 ‘화합’을 그렸다면, 규괘(睽卦)는 그 반대로 **서로의 본성(本性)이 달라 방향이 엇갈리고 마찰을 빚는 ‘분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역 괘의 순서를 설명하는 서괘전(序卦傳)³⁸에서는 “가정의 도(家道)가 궁(窮)하면 반드시 어그러지므로 가인괘 다음에 규괘로 받는다. 규(睽)는 어그러짐이다(家道窮必乖 故受之以睽 睽者乖也)”라고 하여, 가정의 화목(家人)이 깨지고 그 도리가 한계에 부딪히면(窮) 필연적으로 구성원 간의 불화와 어그러짐(睽)이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규괘는 주역에서 갈등과 분열의 시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괘 중 하나입니다. 위로 타오르는 불(火)과 아래로 흐르는 연못(澤)처럼, 두 개의 힘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향하니 화합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는 가정불화, 조직 내 갈등, 정치적 대립, 혹은 국가 간의 반목 등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종류의 ‘어그러짐’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주역은 어떠한 괘도 절대적인 흉(凶)함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규괘 역시 단순히 ‘싸우고 헤어진다’는 절망적인 메시지만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괘는 ‘다름(異)’을 전제로 한 ‘공존(共存)’의 지혜를 심도 깊게 탐구합니다. 즉, 모든 것을 억지로 같게(同) 만들려 하지 말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 상태에서 어떻게 ‘공통점(同)’을 찾아 작은 일(小事)부터 함께할 수 있는지 그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이 글은 주역 입문서들의 보편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규괘의 구조와 상징, 괘 전체의 의미를 담은 괘사(卦辭)³⁹, 그리고 어그러짐 속에서 펼쳐지는 6단계의 상황과 그 속에서의 지혜와 경계를 보여주는 각 효사(爻辭)⁴⁰를 분석합니다. 규괘의 여정은 비록 고통스럽지만, 이 불화와 갈등의 과정을 통해 **피상적인 화합을 넘어 더 깊은 차원의 이해와 조화(同而異)**에 이르는 길을 배우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제1부: 규괘(睽卦)의 구조와 상징 – 불과 연못, 엇갈리는 두 자매의 길

64괘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그 구조와 상징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규괘는 그 구조 자체가 ‘불화’와 ‘엇갈림’의 이미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1. 팔괘(八卦)⁴¹의 조합: 연못(兌 ☱) 위에 불(離 ☲)

규괘는 팔괘 중 연못(澤) 또는 기쁨(悅), **막내딸(少女)**을 상징하는 태(兌 ☱) 괘가 하괘(下卦, 아래)에 놓이고, 불(火) 또는 밝음(明), **둘째 딸(中女)**을 상징하는 리(離 ☲) 괘가 상괘(上卦, 위)에 놓인 형태입니다.

  • 하괘 태(兌 ☱): 맨 위 하나의 음효(⚋) 아래 두 개의 양효(⚊)가 있는 모습. 기쁨(悅), 연못, 아래로 흐르고(潤下) 고이려는 성질을 상징합니다.
  • 상괘 리(離 ☲): 위아래 양효(⚊) 사이에 음효(⚋)가 있는 모습. 밝음(明), 불, 위로 타오르려는(炎上) 성질을 상징합니다.
  • 조합의 의미 (火澤睽): 연못(兌) 위에 불(離)이 있는 모습입니다. 이 두 요소의 근본적인 본성(本性)이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불(火)은 위로 타오르려 하고, 연못의 물(澤)은 아래로 흐르려 하니(火上澤下), 두 기운이 결코 만나거나 조화를 이룰 수 없고 서로 엇갈리고 멀어질(睽)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규괘가 상징하는 **근본적인 ‘어그러짐’과 ‘불화’**의 핵심 이미지입니다.
  • 두 자매의 갈등: 더욱 흥미로운 점은 상괘 리(離)는 **’둘째 딸(中女)’**을, 하괘 태(兌)는 **’막내딸(少女)’**을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즉, 규괘는 한 집안에 두 자매가 함께 있지만, 그 뜻과 방향이 달라 서로 반목하고 다투는 모습을 그립니다. 같은 ‘음(陰)’의 성질(여성)을 공유하기에 한 공간(집)에 있지만, 각자의 성향과 생각이 달라(離의 밝음과 兌의 기쁨) 화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가장 가까워야 할 관계가 오히려 더 심각하게 어그러질 수 있음을 암시하며, ‘가인(家人)’ 괘가 무너진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2. 괘의 모습(象): 위에는 불, 아래에는 연못, 다름 속의 공통점

주역 해설서인 ‘상전(象傳)’⁴²에서는 규괘의 상하 팔괘 조합을 보고 그 상징적인 이미지를 설명합니다. 규괘에 대한 상전(대산전, 大象傳)의 설명은 주역 전체에서도 매우 중요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上火下澤 睽 君子以同而異” (상화하택 규 군자이동이이)**⁴³

  • 해석: “위(上)에는 불(火)이 있고 아래(下)에는 연못(澤)이 있는 것이 규(睽)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본질은) 함께하되(同) (현상은) 다르게(異) 한다.”
  • 의미: 불과 연못은 앞서 보았듯 본성이 서로 어그러집니다(睽). 하지만 군자(주역에서 이상적인 인간상)는 이 **대립과 불화의 상(象) 속에서 오히려 ‘조화의 길’**을 찾아냅니다. 그것이 바로 **’동이이(同而異)’**입니다.
    • 동(同): 불(離)과 연못(兌)은 겉보기엔 다르지만, 둘 다 **’밝음(明)’**이라는 공통된 속성을 가집니다. 불은 스스로 타오르며 세상을 밝히고, 연못은 빛을 반사하여 세상을 밝힙니다. 또한 둘 다 문명(離)과 기쁨(兌)이라는 긍정적인 가치를 추구합니다.
    • 이(異): 하지만 그 방식과 방향, 성질은 다릅니다. 불은 뜨겁고 위로 향하며, 연못은 차갑고 아래로 향합니다.
    • 군자의 태도: 군자는 이러한 모습을 본받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모든 것을 억지로 똑같이(同)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서로의 다름(異)을 인정하고 존중하되, 그 속에서 공통의 목표나 가치(同)를 찾아 연대하고 협력합니다.이는 ‘차이’를 갈등의 원인이 아닌 ‘다양성’으로 받아들이고, 그 다양성 속에서 조화로운 공통점을 찾는 것이야말로 ‘어그러짐(睽)’의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지혜임을 강조하는 매우 심오한 메시지입니다. 즉, 갈등의 해결은 ‘차이의 제거’가 아니라 ‘차이의 인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3. 핵심 키워드와 상징

규괘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속성: 어그러짐, 불화, 갈등, 반목, 소외, 오해, 다름, 다양성, 거리두기
  • 자연 상징: 위로 타는 불과 아래로 흐르는 물(연못), 엇갈리는 길
  • 인간사 상징: 가정불화, 의견 대립, 파벌 싸움, 친구와의 절교, 오해, 소외감, 이혼/별거
  • 핵심 원리: 동이이(同而異) – 같음 속의 다름, 다름 속의 같음을 인정함
  • 핵심 과제: 다름의 인정, 공통점 모색, 소통의 복구, 작은 일부터의 협력

규괘는 그 자체로 불화의 시대이지만, **’동이이(同而異)’**라는 위대한 철학적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이 시기가 단순한 파국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조화를 위한 성숙의 과정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제2부: 괘사(卦辭) – 규괘 전체의 의미: “小事吉”

괘사(卦辭)는 괘 전체에 대한 설명과 길흉 판단입니다. 규괘의 괘사는 매우 간결하지만, 이 ‘어그러짐’의 시대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행동 지침을 명확하게 제시합니다.

“睽 小事吉”

**(규 소사길)**⁴⁴

  • 해석: “규(睽)는 작은 일(小事)은 길(吉)하다.”
  • 의미:
    1. 규(睽): 어그러짐. 괘사는 먼저 현재 상황이 근본적으로 ‘어그러진’ 상태임을 인정합니다.
    2. 소사길(小事吉): 작은 일은 길하다. 이것이 규괘의 핵심적인 처방입니다. ‘규(睽)’의 시대는 불과 물처럼 근본적인 방향과 뜻(大事)이 서로 맞지 않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때에 거창한 목표나 중대한 과업(大事), 예를 들어 국가적 이념 통일, 거대 프로젝트 추진, 근본적인 관계 개선 시도 등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억지로 추진하면 오히려 갈등만 격화될 뿐입니다.
    3. 현실적인 접근: 하지만 **’작은 일(小事)’**은 다릅니다. 이는 일상적인 업무 처리, 개인적인 용무, 사소한 친절, 실무적인 협력 등 거대 담론과 무관한 현실적인 일들을 의미합니다. 비록 이념과 방향은 다르더라도, 당장 함께 처리해야 할 작은 일들에서는 협력이 가능하며, 이러한 작은 일들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은 길(吉)하다는 것입니다.
    4. ‘동이이(同而異)’의 실천: 이는 상전의 ‘동이이(同而異)’ 정신을 현실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큰 것(大)’은 다르지만(異), ‘작은 것(小)’은 함께할 수 있다(同)는 것입니다. 즉, 해결 불가능한 큰 갈등에 매달려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고, 당장 합의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여 최소한의 관계를 유지하고 신뢰를 쌓아가라는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지혜입니다.

이 괘사는 규(睽)의 시대에는 거창한 이상보다 현실적인 실리가 중요하며, ‘다름’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작은 공통점’부터 찾아나가는 것이 갈등을 관리하는 현명한 길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제3부: 효사(爻辭) – 6단계 변화: 어그러짐 속의 여정과 화해의 실마리

이제 규괘의 6개의 효(爻)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각 효는 ‘어그러짐(睽)’이라는 상황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각자의 위치에 따라 어떻게 갈등이 발생하고 심화되며, 또 어떻게 그 속에서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는지를 역동적으로 보여줍니다.

1. 초구(初九): 회망(悔亡) 상마물축(喪馬勿逐) 자복(自復) 견악인(見惡人) 무구(无咎)

  • 원문: 初九 悔亡 喪馬勿逐自復 見惡人无咎 (초구 회망 상마물축 자복 견악인 무구)
  • 해석: “초구는 후회(悔)⁴⁵가 사라진다. 말(馬)을 잃었(喪)으나 쫓지(逐) 말라(勿), 저절로(自) 돌아온다(復). 악인(惡人)⁴⁶을 만나더라도(見) (시비를 가리지 않으면) 허물(咎)⁴⁷이 없다.”⁴⁸
  • 위치와 상징: 맨 아래 첫 번째 효. 규괘의 시작. 하괘 태(兌☱)의 아래에 있는 **강력한 양효(⚊)**이며, 양(陽)의 자리에 와서 바른 자리(正)입니다. ‘어그러짐’이 막 시작되는 초기 단계입니다.
  • 의미와 조언: 갈등이나 오해가 막 발생한 초기 단계입니다. 이로 인해 무언가 손실(喪馬)이 발생했을 수 있습니다. 이때의 지혜는 **억지로 관계를 회복하려 하거나(逐) 시시비비를 따지려 하지 말고, 거리를 두고 기다리는 것(勿逐)**입니다. 그러면 감정이 가라앉고 상황이 **저절로 회복(自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나와 뜻이 맞지 않거나 심지어 나쁘게 보이는 사람(惡人)을 만나더라도, 그들을 ‘다름’으로 인정하고 굳이 적대시하거나 시비를 가리지 않으면(見惡人) 허물이 없을(无咎) 것입니다. 이는 **갈등의 초기 단계에서 ‘한발 물러서는 지혜’와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력’**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小象傳) 해설: “見惡人 以辟咎也” (견악인은 허물(咎)을 피(辟)하기 위함이다.)⁴⁹ – 악인을 만나 시비를 가리지 않는 것은 불필요한 갈등을 피해 허물을 면하기 위한 현명한 처신임을 부연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갈등이 막 시작되었을 때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한 템포 쉬는 것이 중요하다. 억지로 해결하려 들면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 나와 다른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지 말고, ‘다름’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갈등 해결의 첫걸음이다.

2. 구이(九二): 우주우항(遇主于巷) 무구(无咎)

  • 원문: 九二 遇主于巷 无咎 (구이 우주우항 무구)
  • 해석: “구이는 주인(主)⁵⁰을 좁은 골목(巷)⁵¹에서 우연히(遇) 만나니, 허물(咎)이 없다.”⁵²
  • 위치와 상징: 하괘 태(兌☱)의 가운데 두 번째 효. **강력한 양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왔지만(부정) **하괘의 중(中)**을 얻었습니다. 강건함과 중용의 덕을 갖추었으며, 위의 중심 군주(六五)와 **정응(正應)**⁵³ 관계에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불화(睽)의 시대라 공적인 만남이나 소통은 어렵지만, 자신과 진정으로 뜻이 통하는 파트너(主, 여기서는 六五)와 비공식적인 통로(巷)를 통해서라도 ‘우연히(遇)’ 만나 소통하는 모습입니다. 겉으로는 어그러져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핵심적인 관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갈등 상황 속에서도 진정으로 통하는 상대와 어떻게든 소통의 길을 유지하려 노력한다면 허물이 없을(无咎) 것입니다. 이는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진정한 파트너와의 신뢰 관계는 끊어지지 않으며, 비공식적인 소통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遇主于巷 未失道也” (우주우항은 (올바른) 도(道)를 잃지(失) 않았기(未) 때문이다.) – 공적인 길이 막혔을 때 사적인 길을 통해서라도 소통하는 것은 정도(道)를 잃지 않은 현명한 행동임을 의미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갈등 상황일수록 소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공식적인 채널이 막혔다면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라도 핵심 파트너와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심은 어떤 방식으로든 통할 수 있다.

3. 육삼(六三): 견여예(見輿曳) 기우체(其牛掣) 기인(其人) 천차의(天且劓) 무초유종(无初有終)

  • 원문: 六三 見輿曳 其牛掣 其人天且劓 无初有終 (육삼 견여예 기우체 기인 천차의 무초유종)
  • 해석: “육삼은 수레(輿)가 뒤로 끌리고(曳) 그 소(牛)가 제지당하며(掣), 그 사람(其人)이 머리 깎이고 코 베이는 형벌(天且劓)⁵⁴을 당하는 것을 본다. 처음(初)은 없으나(無) 마침(終)은 있다.”⁵⁵
  • 위치와 상징: 하괘 태(兌☱)의 맨 위 세 번째 효. **음효(⚋)**이며 양(陽)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고 부중(不中)한 매우 불안정한 자리입니다. 아래의 강한 양들(初九, 九二)과 위의 강한 양(九四) 사이에 끼어 극심한 압박과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불화와 어그러짐(睽)이 극에 달한 최악의 상황을 묘사합니다. 윗사람(九四)과 아랫사람(九二) 모두 강한 양(陽)이라 서로 힘겨루기를 하며, 그 사이에 낀 음(陰)인 육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모든 일이 교착상태(輿曳牛掣)**에 빠집니다. 상호 불신이 극에 달해, 심지어 **죄인 취급을 받으며 모욕(天且劓)**까지 당하는 굴욕적인 상황입니다. 처음(初)은 그야말로 최악이며 아무런 희망도 없어 보입니다(無初). 하지만 놀랍게도 효사는 **’마침은 있다(有終)’**는 반전을 제시합니다. 이는 이 극단적인 갈등과 고통의 과정을 끝까지 견뎌내고 난 후에야 비로소 모든 오해와 불신이 해소되고 새로운 화합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즉,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것처럼, 최악의 갈등을 겪고 바닥을 친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다는 역설적인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 소상전 해설: “見輿曳 位不當也 无初有終 遇剛也” (견여예는 자리(位)가 부당(不當)하기 때문이다. 무초유종은 강(剛, 九四)을 만났기 때문이다.) – 일이 꼬이는 것은 자리가 부당하기 때문이며, 처음은 없으나 마침이 있는 것은 자신을 압박하던 강한 상대(九四)와 마침내 화합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혹은 강한 양들을 만나 고통을 겪은 끝에 결과가 있다는 의미)
  • 주역 입문 관점: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끝까지 견뎌내면 오히려 더 단단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최악의 순간에도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4. 구사(九四): 규고(睽孤) 우원부(遇元夫) 교부(交孚) 려(厲) 무구(无咎)

  • 원문: 九四 睽孤 遇元夫 交孚 厲无咎 (구사 규고 우원부 교부 려무구)
  • 해석: “구사는 어그러져 외로우나(睽孤)⁵⁶, 으뜸가는 지아비(元夫)⁵⁷를 만나(遇) 믿음(孚)으로 사귀니(交), 위태로우나(厲)⁵⁸ 허물(咎)이 없다.”⁵⁹
  • 위치와 상징: 상괘 리(離☲)의 맨 아래 네 번째 효. **양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고 중(中)도 아닙니다. 상괘(윗사람)의 영역에 있지만, 위아래로 음효(六三, 六五)들에 둘러싸여 고립되기 쉬운 위치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불화(睽) 속에서 고립되어(孤) 외로운 상태입니다. 주변에 자신을 이해해 주는 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고립 속에서 그는 **자신과 진정으로 뜻이 통하는 ‘으뜸가는 짝'(元夫, 바로 아래의 九三 또는 하괘의 初九)**⁶⁰을 만납니다. 비록 서로의 위치는 불안정하고(厲) 공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오직 진실된 ‘믿음(孚)’ 하나로 서로 교감하고 사귀게(交) 됩니다. 이 진실한 만남 덕분에 비록 상황은 여전히 위태롭지만(厲) 허물(无咎)은 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어그러진 시대일수록 피상적인 관계보다, 고립을 감수하더라도 진정으로 마음이 통하는 단 한 사람과의 ‘진실한 만남’이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가 됨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交孚无咎 志行也” (교부무구는 뜻(志)을 행(行)하기 때문이다.) – 믿음으로 사귀어 허물이 없는 것은, 진심으로 화합하려는 뜻(志)을 실천(行)했기 때문임을 의미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고립을 두려워하지 말라. 때로는 불필요한 관계 속에서 고통받는 것보다, 홀로 외로움을 견디며 진정으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 진정한 관계는 지위나 상황이 아니라, 진실한 믿음(孚)으로 이루어진다.

5. 육오(六五): 회망(悔亡) 궐종(厥宗) 서부(噬膚) 왕(往) 하구(何咎)

  • 원문: 六五 悔亡 厥宗噬膚 往何咎 (육오 회망 궐종 서부 왕 하구)
  • 해석: “육오는 후회(悔)가 사라진다(亡). 그 종친(厥宗)⁶¹과 부드러운 살(膚)을 씹듯(噬)⁶² (쉽게 화합하니), 나아가면(往) 어찌(何) 허물(咎)이 있겠는가?”⁶³
  • 위치와 상징: 상괘 리(離☲)의 가운데 다섯 번째 효. **임금의 자리(君位)**이며, **음효(⚋)**가 양(陽)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지만 괘 전체의 **중심(中)**을 얻었습니다. 상괘(밝음)의 주체로서 밝은 덕을 갖춘 유순하고 현명한 군주의 모습입니다. 아래의 중정한 신하(九二)와 **정응(正應)**⁶⁴ 관계에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어그러짐(睽)의 시대를 끝내고 화합을 이루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먼저 자신과 가장 가깝고 뜻이 통하는 핵심 인물(厥宗, 여기서는 九二)과 만납니다. 비록 과거의 오해나 갈등이 있었을지라도, 둘 사이의 장애물은 마치 ‘부드러운 살을 씹듯(噬膚)’ 아주 쉽게 해결됩니다. 이는 리더(六五)가 부드럽고(陰) 밝은(離) 덕을 가졌고, 상대방(九二) 또한 중용(中)을 지키고 있어 서로의 진심이 쉽게 통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가장 핵심적인 내부의 화합(厥宗噬膚)을 먼저 이루었으니, 이제 세상 밖으로 나아가(往)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도 아무런 허물이 없을(何咎) 것입니다. **갈등 해결의 핵심은 ‘내부의 핵심 파트너와의 신뢰 회복’**에 있음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厥宗噬膚 往有慶也” (궐종서부는 나아가면(往) 경사(慶)가 있기(有) 때문이다.) – 가장 가까운 이와 쉽게 화합했으니, 이제 나아가면 큰 경사가 있을 것임을 의미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갈등을 해결할 때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 혹은 가장 중요한 파트너부터 공략해야 한다. 내부의 신뢰가 회복되면 외부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리더는 핵심 인재와의 진심 어린 소통을 통해 조직을 화합으로 이끌어야 한다.

6. 상구(上九): 규고(睽孤) 견시부도(見豕負塗) 재귀일차(載鬼一車) 선장지호(先張之弧) 후설지호(後說之弧) 비구혼구(匪寇婚媾) 왕(往) 우우즉길(遇雨則吉)

  • 원문: 上九 睽孤 見豕負塗 載鬼一車 先張之弧 後說之弧 匪寇婚媾 往 遇雨則吉 (상구 규고 견시부도 재귀일차 선장지호 후설지호 비구혼구 왕 우우즉길)
  • 해석: “상구는 어그러져 외로우나(睽孤), 진흙(塗)을 뒤집어쓴(負) 돼지(豕)를 보고(見) 귀신(鬼)을 한 수레(一車) 실었다(載)고 여긴다. 먼저(先) 활(弧)을 당겼다가(張), 나중에(後) 활을 놓는다(說). 도적(寇)이 아니라 혼인(婚媾)하려는 상대이니, 나아가다(往) 비(雨)⁶⁵를 만나면(遇) 길(吉)하다.”⁶⁶
  • 위치와 상징: 맨 위 여섯 번째 효. 규괘의 가장 마지막 단계. **양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며, 괘의 극(極)에 도달하여 불화와 고립이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어그러짐(睽)이 최고조에 달하여 극도의 불신과 소외감(睽孤)**에 빠져 있는 모습입니다. 그는 **상대방(다가오는 하괘의 음효들 또는 六三)**의 순수한 모습(돼지)조차도, 진흙을 뒤집어쓴 흉측한 모습(豕負塗)으로 오해하고, 심지어 **수레 가득한 귀신(載鬼一車)**으로까지 의심하는 편집증적인 불신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활을 당겨(先張之弧) 극도로 경계합니다.하지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납니다. 그는 마침내 상대방이 자신을 해치려는 **도적(寇)이 아니라, 화합하려는 파트너(婚媾)**임을 깨닫고 활을 놓습니다(後說之弧). 이 극적인 오해의 해소와 불신의 극복이야말로 규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이제 서로의 진심이 통하고 음양(陰陽)이 조화(遇雨)를 이룰 기회가 왔으니, 두려워 말고 관계를 향해 나아가면(往) 마침내 길(吉)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 소상전 해설: “遇雨之吉 羣疑亡也” (우우지길은 무리(羣)의 의심(疑)이 사라졌기(亡) 때문이다.) – 비를 만나 길한 것은, 그동안 쌓였던 모든 의심과 불신이 깨끗이 씻겨나갔기 때문임을 의미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불신과 오해는 모든 관계를 파괴하는 가장 큰 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깊은 오해라도 진심 어린 소통을 통해 풀릴 수 있다. 상대를 적으로 단정하기 전에, 경계를 풀고 다시 한번 바라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극단적인 갈등의 끝에서 비로소 진정한 화해가 찾아올 수 있다.

제4부: 규괘(睽卦)의 종합적 의미와 현대적 적용

화택규괘는 불과 연못의 엇갈림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불화’와 ‘어그러짐’의 본질과 그 극복 과정을 심도 있게 보여줍니다. 입문서들의 관점을 종합하면, 규괘의 지혜는 다음과 같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가정 문제, 조직 갈등, 정치적 대립 등)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1. 다름의 인정 (同而異): 규괘의 가장 핵심적인 지혜는 ‘다름(異)’을 틀림으로 보지 않고, 억지로 ‘같음(同)’을 강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갈등 해결은 시작됩니다.
  2.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 (小事吉): 근본적인 이념이나 방향성이 맞지 않을 때는 거대 담론에 매달리기보다, **일상적이고 실무적인 ‘작은 일’**부터 함께하며 최소한의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현실적인 지혜가 필요합니다.
  3. 한발 물러서는 지혜 (勿逐自復, 見惡人无咎): 갈등 초기에는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 한발 물러나 거리를 두고,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상황을 진정시키고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4. 핵심 파트너와의 소통 (遇主于巷, 厥宗噬膚): 겉으로 모두와 불화하는 것처럼 보여도, 진정으로 중요한 핵심 파트너와는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라도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내부의 핵심적인 신뢰 관계가 회복되면 외부의 갈등은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六五).
  5. 불신과 오해의 극복 (匪寇婚媾): 불화의 극단에는 편집증적인 불신과 오해(上九)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상대를 도적이나 귀신으로 보는 의심을 거두고, 화합의 파트너로 바라보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6. 위기 속의 기회 (无初有終): 때로는 **최악의 갈등과 파국(六三)**을 겪고 바닥을 쳐야만, 비로소 문제가 해결되고 더 단단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위기를 두려워하기보다 정면으로 마주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결론: 규괘, 어그러짐 속에서 더 큰 화합을 배우다

주역 64괘 중 서른여덟 번째 괘인 **화택규(火澤睽)**는 **가정의 화목(家人)이 깨지고 사람들이 서로 반목하고 어그러지는 ‘불화의 시대’**를 상징합니다. 위로 타오르는 불과 아래로 흐르는 연못처럼, 근본적인 방향이 엇갈려 소통이 단절된 이 시기는 고통스럽고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규괘는 절망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다름’과 ‘어그러짐’이야말로 세상의 본질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공존하고 조화롭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높은 차원의 지혜, 즉 **’동이이(同而異)’**의 길을 제시합니다. 억지로 같아지려 하지 말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 채 작은 것(小事)부터 함께하라는 것입니다.

갈등을 피해 물러서고(초구), 비공식적으로 소통하며(구이), 최악의 파국을 견뎌내고(육삼), 고립 속에서 진정한 동료를 찾으며(구사), 내부의 핵심부터 화합하고(육오), 마침내 극적인 오해를 풀고(상구) 화합의 비를 만나는 규괘의 여섯 단계는, 불화가 어떻게 더 깊은 이해와 성숙한 조화로 나아갈 수 있는지 그 역동적인 과정을 보여줍니다.

결국 규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어그러짐’ 속에 있는가? 당신은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가, 아니면 억지로 ‘같음’을 강요하고 있는가? 당신은 해결 불가능한 큰 갈등에 매달리고 있는가, 아니면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며 규괘의 지혜를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갈등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통해 성장하고 더 큰 화합을 이루는 성숙한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각주(Footnotes):

(각주 번호는 이전 답변들과 연속성을 가지도록 부여하겠습니다.)

⁶⁶⁰ 64괘(六十四卦): 주역의 본체를 이루는 64개의 상징 코드. 팔괘(八卦)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들며, 각 괘는 6개의 효(爻)로 구성된다.

… (이전 각주들 생략) …

⁷⁹⁰ 가인괘(家人卦): 주역 64괘의 서른일곱 번째 괘. 풍화가인(風火家人). 가정의 도리, 내부의 질서를 상징한다.

⁷⁹¹ 서괘전(序卦傳): 주역의 10가지 부록인 십익(十翼) 중 하나. 64괘가 왜 현재와 같은 순서로 배열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⁷⁹² 괘사(卦辭): 64괘 각각에 대해 그 괘 전체의 의미와 길흉을 설명하는 글. 괘명(卦名) 다음에 나온다.

⁷⁹³ 효사(爻辭): 64괘를 구성하는 총 384개의 효(爻) 각각에 대해 그 의미와 길흉, 처세의 조언을 설명하는 글.

⁷⁹⁴ 팔괘(八卦): 3개의 효(爻)로 이루어진 8개의 기본 괘.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 주역 64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⁷⁹⁵ 상전(象傳): 주역의 본문(괘사, 효사)에 대한 해설을 담은 10개의 부록, 즉 ‘십익(十翼)’ 중 하나. 각 괘의 상하 팔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대산전(大象傳)과 각 효의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소상전(小象傳)으로 나뉜다. 공자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⁷⁹⁶ “上火下澤 睽 君子以同而異”: 규괘의 대산전(大象傳) 구절.

⁷⁹⁷ “睽 小事吉”: 규괘의 괘사(卦辭).

⁷⁹⁸ 회(悔): ‘뉘우칠 회’. ‘후회하다’. ‘회망(悔亡)’은 후회가 사라짐.

⁷⁹⁹ 악인(惡人): ‘악할 악(惡)’에 ‘사람 인(人)’. 단순히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나와 뜻이 맞지 않는 사람, 나를 적대하는 사람, 혹은 당시의 가치관으로 볼 때 ‘악한’ 부류의 사람을 통칭한다.

⁸⁰⁰ “悔亡 喪馬勿逐自復 見惡人无咎”: 규괘 초구(初九) 효사.

⁸⁰¹ 소상전(小象傳): 십익(十翼) 중 상전(象傳)의 일부로, 각 효사(爻辭)에 대해 그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부분. 보통 “상왈(象曰)…”로 시작한다.

⁸⁰² 주(主): ‘주인 주’. 여기서는 자신이 만나야 할 주인, 즉 짝이 되는 효(六五)를 의미한다.

⁸⁰³ 항(巷): ‘거리 항’. ‘골목’. 대로(大道)가 아닌 좁고 비공식적인 통로를 상징한다.

⁸⁰⁴ “遇主于巷 无咎”: 규괘 구이(九二) 효사.

⁸⁰⁵ 정응(正應): 6효 괘에서 하괘와 상괘의 같은 위치(초효-4효, 2효-5효, 3효-상효)에 있는 효들이 서로 음양이 다를 경우, 서로 정식으로 호응(呼應)하는 짝 관계라고 본다. 규괘에서 구이는 상괘의 육오와 양-음으로 짝을 이루어 정응 관계이다.

⁸⁰⁶ 천차의(天且劓): ‘천(天)’은 머리 이마에 먹물로 죄명을 새기는 형벌(묵형, 墨刑), ‘의(劓)’는 코를 베는 형벌(의형, 劓刑). 둘 다 고대의 가혹한 형벌로, 극도의 모욕과 불신, 굴욕적인 상태를 비유한다.

⁸⁰⁷ “見輿曳 其牛掣… 无初有終”: 규괘 육삼(六三) 효사.

⁸⁰⁸ 규고(睽孤): ‘어그러질 규(睽)’에 ‘외로울 고(孤)’. 불화로 인해 외톨이가 된 상태, 고립무원.

⁸⁰⁹ 원부(元夫): ‘으뜸 원(元)’에 ‘사내 부(夫)’. 으뜸가는 사내. 여기서는 자신과 진정으로 뜻이 통하는 짝, 즉 초구(初九) 양효를 가리킨다.

⁸¹⁰ 려(厲): ‘위태로울 려’. ‘위태롭다’, ‘위험하다’.

⁸¹¹ “睽孤 遇元夫 交孚 厲无咎”: 규괘 구사(九四) 효사.

⁸¹² 궐종(厥宗): ‘그 궐(厥)’에 ‘마루 종(宗)’. ‘그의 종친’, ‘그의 무리’. 여기서는 육오와 가장 가깝고 뜻이 통하는 상대, 즉 정응 관계인 구이(九二)를 가리킨다.

⁸¹³ 서부(噬膚): ‘깨물 서(噬)’에 ‘살갗 부(膚)’. 부드러운 살을 깨물다. 21번 화뢰서합(火雷噬嗑)괘의 육이 효사에도 등장하며, 여기서는 ‘장애물을 쉽게 해결하다’, ‘사소한 오해를 풀다’는 의미로 쓰였다.

⁸¹⁴ “悔亡 厥宗噬膚 往何咎”: 규괘 육오(六五) 효사.

⁸¹⁵ 정응(正應): 규괘에서 육오는 상괘의 중심(中)이고 음(陰)이며, 하괘의 중심(中)이자 양(陽)인 구이와 음-양으로 정응 관계를 이룬다. (이전 주석 오류 수정). 이는 군주와 신하가 이상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이다.

⁸¹⁶ 시부도(豕負塗): ‘돼지 시(豕)’가 ‘질 부(負)’ ‘진흙 도(塗)’. 진흙을 뒤집어쓴 돼지. 흉측하고 더러운 모습, 혹은 오해로 인해 의심받는 상태.

⁸¹⁷ 재귀일차(載鬼一車): ‘실을 재(載)’ ‘귀신 귀(鬼)’ ‘한 일(一)’ ‘수레 차(車)’. 수레 가득 귀신을 실었다. 극도의 불신과 공포로 인해 헛것을 보는 상태, 편집증적인 의심.

⁸¹⁸ 호(弧): ‘활 호’. 활. 경계와 공격 태세를 상징한다. ‘장호(張弧)’는 활을 당김, ‘설호(說弧)’는 활을 놓음.

⁸¹⁹ 우(雨): ‘비 우’. 비. 주역에서 비는 종종 음양(陰陽)의 조화로운 결합, 즉 갈등이 해소되고 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을 상징한다.

⁸²⁰ “睽孤 見豕負塗… 匪寇婚媾 往 遇雨則吉”: 규괘 상구(上九) 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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