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64괘 : 상경(上經)과 하경(下經)의 이치


서론: 64괘, 두 개의 문으로 열리는 지혜의 세계

(하늘의 길과 인간의 길)

‘클라우드 주역 (주역입문)’을 통해 우리는 주역(周易)이라는 고대 지혜 체계의 핵심 구성 요소인 64괘(六十四卦)¹에 도달했습니다. 이 64개의 상징 코드는 우주 만물의 변화 원리와 인간사의 모든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심오한 ‘변화의 지도’입니다. 그런데 이 64괘는 단순히 1번부터 64번까지 일렬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 **상경(上經, 1~30괘)**과 **하경(下經, 31~64괘)**이라는 두 개의 큰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마치 한 권의 책이 상권과 하권으로 나뉘듯, 이러한 구분은 주역 텍스트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이며,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왜 64괘는 절반씩 나뉘었을까? 상경과 하경은 각각 무엇을 이야기하며, 이 순서는 어떤 이치를 담고 있는가?

‘클라우드 주역 (주역입문)’을 비롯한 많은 주역 해설서들은 이 상하경(上下經)의 구분을 주역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틀로 제시합니다. 상경이 주로 하늘(天)과 땅(地)으로 대표되는 우주 자연의 근본 원리를 다룬다면, 하경은 그 원리가 인간 사회(人) 속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펼쳐지는지를 다룬다는 것이 전통적인 핵심 해석입니다. 즉, 상경이 ‘우주론’이라면 하경은 ‘인생론’이자 ‘사회론’에 가깝습니다.

이 글은 ‘클라우드 주역’의 관점을 바탕으로, 상경 30괘와 하경 34괘의 전체적인 흐름과 각 부분이 담고 있는 핵심적인 이치(理致)를 2만 자 분량으로 심층 분석합니다. 각 괘의 상세한 효사(爻辭) 분석은 다음 단계로 남겨두고, 여기서는 두 경(經)의 시작과 끝, 주요 괘들이 보여주는 주제의 변화, 그리고 이 구분이 우리에게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에 집중할 것입니다. 상경과 하경이라는 두 개의 문을 통해, 우리는 주역이 제시하는 ‘하늘의 길’과 ‘인간의 길’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조화를 이루는지 그 장대한 파노라마를 조망하게 될 것입니다.


제1부: 상경(上經, 1~30괘) – 하늘과 땅, 우주 질서의 근본 원리

상경(上經)은 주역 64괘의 첫 번째 부분으로, 1번 건괘(乾卦)에서 시작하여 30번 리괘(離卦)에서 끝납니다. 전통적으로 상경은 천도(天道), 즉 하늘의 길 또는 자연의 근본 법칙을 주로 다룬다고 해석됩니다. 인간의 의지나 감정이 개입되기 이전의, 보다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우주 운행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1. 상경의 시작: 건(乾)과 곤(坤) – 천지 창조의 서막

상경은 우주 생성의 가장 근본적인 두 힘, 즉 **하늘(天)**과 **땅(地)**을 상징하는 **건괘(乾卦, 1번)**와 **곤괘(坤卦, 2번)**로 장엄하게 시작합니다. 이는 상경 전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 1번 중천건(重天乾 ☰☰): 순수한 양(陽)의 결정체. 하늘의 창조성, 강건함, 끊임없는 활동성, 아버지의 역할을 상징합니다. 모든 변화와 시작의 원동력입니다. 마치 우주의 ‘빅뱅’과 같은 폭발적인 창조 에너지를 나타냅니다.
  • 2번 중지곤(重地坤 ☷☷): 순수한 음(陰)의 결정체. 땅의 수용성, 포용력, 만물을 낳고 기르는 자애로움, 어머니의 역할을 상징합니다. 하늘의 창조력을 받아 현실에서 만물을 길러내는 바탕입니다.

이 두 괘는 단순히 자연 현상을 넘어, 모든 존재와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음양(陰陽)이라는 두 개의 근본 원리를 제시합니다. 건(乾)이 ‘시간’과 ‘정신’의 영역을 주관한다면, 곤(坤)은 ‘공간’과 ‘물질’의 영역을 주관합니다. 이 둘의 조화로운 상호작용 속에서 비로소 만물이 생성되고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주역의 기본 세계관이며, 상경은 이 거대한 두 축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클라우드 주역’은 이 두 괘를 주역이라는 건물의 ‘주춧돌’에 비유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2. 상경의 흐름: 생성, 성장, 그리고 질서의 구축

건곤(乾坤) 이후 이어지는 괘들은 만물이 생성되고 성장하며 질서를 잡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 흐름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으며, 시작의 어려움, 갈등과 조정, 번영과 쇠퇴의 순환을 거칩니다.

  • 생성의 어려움 (3~4괘):
    • 3번 수뢰둔(水雷屯): 만물이 처음 생겨나는 어려움과 혼돈을 상징합니다. (屯: 어려울 둔)
    • 4번 산수몽(山水蒙): 어리고 몽매한 상태에서 깨우침을 얻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蒙: 어릴 몽)
  • 질서 형성의 과정 (5~10괘):
    • 5번 수천수(水天需): 기다림의 필요성 (需: 기다릴 수)
    • 6번 천수송(天水訟): 갈등과 다툼 (訟: 송사할 송)
    • 7번 지수사(地水師): 군대와 조직, 리더십 (師: 스승/군대 사)
    • 8번 수지비(水地比): 화합과 협력 (比: 견줄/도울 비)
    • 9번 풍천소축(風天小畜): 작은 축적과 준비 (小畜: 작게 쌓을 축)
    • 10번 천택리(天澤履): 예절과 올바른 행동 (履: 밟을 리)
  • 번영과 쇠퇴의 순환 (11~24괘):
    • 11번 지천태(地天泰): 하늘과 땅이 소통하는 평화와 번영의 극치 (泰: 클 태)
    • 12번 천지비(天地否): 하늘과 땅이 막혀 소통하지 못하는 정체와 불운 (否: 아닐 비)
    • 13번 천화동인(天火同人): 사람들과 함께 뜻을 모음 (同人: 사람과 함께함)
    • 14번 화천대유(火天大有): 크게 소유하고 번성함 (大有: 크게 있음)
    • 15번 지산겸(地山謙): 겸손의 미덕 (謙: 겸손할 겸)
    • 16번 뇌지예(雷地豫): 미리 준비하고 즐거워함 (豫: 미리/즐거워할 예)
    • … (중략) …
    • 23번 산지박(山地剝): 아래에서부터 무너져 내리는 쇠퇴와 박탈 (剝: 깎을 박)
    • 24번 지뢰복(地雷復): 쇠퇴의 끝에서 다시 회복의 기운이 시작됨 (復: 돌아올 복)

이처럼 상경의 괘들은 **음양의 소장(消長)과 전화(轉化)**³ 원리에 따라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리듬을 보여줍니다. 번영(泰)이 극에 달하면 정체(否)가 오고, 쇠퇴(剝)가 극에 달하면 다시 회복(復)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의지를 넘어 작용하는 거대한 우주적 법칙이며, 상경은 우리에게 이 법칙을 이해하고 순응하는 지혜를 가르칩니다.

3. 상경의 마무리: 감(坎)과 리(離) – 변화의 두 축

상경의 마지막 두 괘는 **감괘(坎卦, 29번)**와 **리괘(離卦, 30번)**입니다. 이 두 괘는 팔괘 중에서도 물(水)과 불(火)이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역동적인 두 에너지를 상징하며, 상경 전체를 마무리하고 하경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 29번 중수감(重水坎 ☵☵): 물(坎)이 겹쳐진 모습. 험난함, 위험, 고난,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내면(마음)을 상징합니다. 변화의 과정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어려움과 위험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 30번 중화리(重火離 ☲☲): 불(離)이 겹쳐진 모습. 밝음, 지성, 문명, 그리고 외부에 의존하여 타오르는 속성을 상징합니다. 세상을 밝히는 문명의 빛과 정신적인 가치를 나타냅니다.

감(坎)과 리(離)는 각각 달(月)과 해(日)에 비유되기도 하며, 끊임없이 순환하며 만물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두 개의 엔진과 같습니다. 상경이 이 두 괘로 마무리되는 것은, 우주 자연의 근본 원리가 결국 위험(坎)을 극복하고 밝음(離)을 향해 나아가는 끊임없는 운동임을 암시하며, 이제 그 무대가 인간 사회(하경)로 옮겨갈 것임을 예고합니다.

결론적으로, 상경 30괘는 천지(乾坤)의 창조에서 시작하여 음양의 순환 법칙 속에서 만물이 생성되고 질서를 잡아가는 우주적 드라마를 그립니다. 이는 주로 자연의 이치와 보편적 원리에 초점을 맞추며,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하늘의 길(天道)’을 보여줍니다.


제2부: 하경(下經, 31~64괘) – 인간 사회의 길, 관계와 윤리의 드라마

하경(下經)은 주역 64괘의 두 번째 부분으로, 31번 함괘(咸卦)에서 시작하여 64번 미제괘(未濟卦)에서 끝납니다. 상경이 주로 자연의 이치를 다루었다면, 하경은 그 무대를 **인간 사회(人間社會)**로 옮겨옵니다. 부부 관계에서 시작하여 가정, 사회, 국가, 그리고 개인의 내면적 성찰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구체적인 관계와 윤리, 정치와 문화 등 복잡다단한 ‘인간의 길(人道)’을 다룹니다.

1. 하경의 시작: 함(咸)과 항(恒) – 관계의 시작과 지속

상경이 천지(乾坤)라는 거대한 스케일로 시작한 것과 달리, 하경은 매우 인간적인 주제, 즉 **남녀 간의 감응(感應)**과 관계의 지속을 다루는 **함괘(咸卦, 31번)**와 **항괘(恒卦, 32번)**로 시작합니다.

  • 31번 택산함(澤山咸 ☱☶): 연못(澤, 소녀)과 산(山, 소년)이 서로 감응하는 모습. 남녀 간의 자연스러운 이끌림, 결혼, 감정적 교류의 시작을 상징합니다. (咸: 느낄 함)
  • 32번 뇌풍항(雷風恒 ☳☴): 우레(震, 장남)와 바람(巽, 장녀)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며 오래 지속되는 모습. 부부 관계의 지속, 가정의 안정, 사회적 역할의 항구성을 상징합니다. (恒: 항상 항)

이 두 괘로 하경을 시작하는 것은, **인간 사회의 모든 질서와 발전이 남녀의 결합과 안정적인 가정(夫婦之道)**에서 비롯된다는 동양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이는 하경 전체가 ‘관계’의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룰 것임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출발점입니다. ‘클라우드 주역’은 이 시작점을 통해 주역이 단순히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라, 우리의 실제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2. 하경의 흐름: 사회적 관계, 정치, 그리고 개인의 성장

함항(咸恒) 이후 이어지는 괘들은 개인이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고 역할을 수행하며 성장하고, 때로는 갈등하고 좌절하며, 궁극적으로는 완성(또는 미완성)에 이르는 다양한 인간 드라마를 펼쳐 보입니다.

  • 사회적 부침과 처세 (33~40괘):
    • 33번 천산돈(天山遯): 물러남의 지혜 (遯: 달아날 돈)
    • 34번 뇌천대장(雷天大壯): 힘이 강성할 때의 올바른 처신 (大壯: 크게 씩씩함)
    • 35번 화지진(火地晉): 나아감과 발전 (晉: 나아갈 진)
    • 36번 지화명이(地火明夷): 밝음이 상처받는 암흑기 (明夷: 밝음이 상함)
    • 37번 풍화가인(風火家人): 가정의 도리 (家人: 집안 사람)
    • 38번 화택규(火澤睽): 서로 어긋나고 반목함 (睽: 어그러질 규)
    • 39번 수산건(水山蹇): 나아가기 어려운 고난 (蹇: 절뚝거릴 건)
    • 40번 뇌수해(雷水解): 어려움이 풀리고 해결됨 (解: 풀 해)
  • 덜어냄과 더함, 결단 (41~46괘):
    • 41번 산택손(山澤損): 덜어내어 아래를 이롭게 함 (損: 덜 손)
    • 42번 풍뢰익(風雷益): 덜어낸 것을 더하여 모두를 이롭게 함 (益: 더할 익)
    • 43번 택천쾌(澤天夬): 과감하게 결단하고 제거함 (夬: 결단할 쾌)
    • 44번 천풍구(天風姤): 우연한 만남, 음(陰)의 시작 (姤: 만날 구)
    • 45번 택지취(澤地萃): 여러 사람이 모여듦 (萃: 모일 취)
    • 46번 지풍승(地風升): 아래에서 위로 올라감, 성장 (升: 오를 승)
  • 곤경과 극복, 변혁 (47~52괘):
    • 47번 택수곤(澤水困): 곤궁함과 어려움에 처함 (困: 곤할 곤)
    • 48번 수풍정(水風井): 마르지 않는 샘물, 공동체의 자원 (井: 우물 정)
    • 49번 택화혁(澤火革): 낡은 것을 바꾸는 변혁 (革: 가죽/고칠 혁)
    • 50번 화풍정(火風鼎): 새로운 질서를 담는 그릇, 안정 (鼎: 솥 정)
    • 51번 중뢰진(重雷震): 갑작스러운 놀람과 두려움, 성찰의 계기 (震: 우레 진)
    • 52번 중산간(重山艮): 움직임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봄 (艮: 그칠 간)
  • 점진적 발전과 관계의 완성 (53~62괘):
    • 53번 풍산점(風山漸): 점진적인 나아감, 순리 (漸: 점점 점)
    • 54번 뇌택귀매(雷澤歸妹): 소녀가 시집감, 비정상적인 관계 (歸妹: 누이가 시집감)
    • 55번 뇌화풍(雷火豐): 풍요로움의 극치 (豐: 풍년 풍)
    • 56번 화산려(火山旅): 나그네의 외로움과 처신 (旅: 나그네 려)
    • … (중략) …
    • 61번 풍택중부(風澤中孚): 내면의 진실됨과 믿음 (中孚: 가운데 믿음)
    • 62번 뇌산소과(雷山小過): 작은 것을 지나침, 겸손함 (小過: 작게 지나침)

하경의 괘들은 상경의 괘들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인간 사회의 문제들을 다룹니다. 어떻게 관계를 맺고 유지하며(咸, 恒), 어려움을 극복하고(蹇, 解), 사회를 변혁하며(革, 鼎), 내면의 진실함(中孚)을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3. 하경의 마무리: 기제(旣濟)와 미제(未濟) – 영원한 순환의 노래

하경, 그리고 주역 64괘 전체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기제괘(旣濟卦, 63번)**와 **미제괘(未濟卦, 64번)**입니다. 이 두 괘는 주역의 순환론적 세계관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마무리입니다.

  • 63번 수화기제(水火旣濟 ☵☲): 물(坎)이 위(上)에 있고 불(離)이 아래(下)에 있는 모습. 물은 아래로 흐르고 불은 위로 타오르니, 음양의 모든 효가 제자리를 얻은(當位) 가장 완성되고 안정된 상태입니다. (旣濟: 이미 건넘)
    • 함의: 모든 것이 완성되었지만, 바로 그 때문에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으며 오히려 쇠퇴가 시작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현상을 유지해야 하는 때입니다.
  • 64번 화수미제(火水未濟 ☲☵): 불(離)이 위(上)에 있고 물(坎)이 아래(下)에 있는 모습. 불은 위에만 있으려 하고 물은 아래에만 있으려 하여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모든 효가 제자리를 얻지 못한(不當位) 미완성이고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未濟: 아직 건너지 못함)
    • 함의: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혼란스럽지만, 바로 그 때문에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미완성이기에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괘입니다.

주역이 ‘완성’을 의미하는 기제괘(63번)로 끝나지 않고, ‘미완성’을 의미하는 미제괘(64번)로 끝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우주의 변화와 인간의 역사는 결코 완성되거나 끝나지 않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작을 향해 순환한다는 주역의 핵심 사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미완성(未濟) 속에서 다시 새로운 건곤(乾坤)의 창조가 시작되는 영원한 순환의 노래, 이것이 바로 64괘가 우리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결론적으로, 하경 34괘는 상경에서 제시된 우주적 원리가 인간 사회라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다룹니다. 관계의 시작(咸恒)에서 출발하여 사회적 성공과 실패, 변혁과 안정, 그리고 내면적 성찰을 거쳐, 완성(旣濟)과 미완성(未濟)이라는 영원한 순환의 고리 속에서 인간의 삶이 펼쳐짐을 보여줍니다. 이는 ‘인간의 길(人道)’에 대한 깊은 통찰과 윤리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제3부: 상경(上經)과 하경(下經) 구분 – 왜 나누어졌는가?

그렇다면 왜 주역은 이처럼 64괘를 상하 두 부분으로 나누었을까요? ‘클라우드 주역’에서 언급될 수 있는 몇 가지 전통적인 해석과 그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천도(天道)와 인도(人道)의 구분 (가장 보편적인 해석):
    • 상경은 하늘과 땅, 자연의 법칙 등 인간의 의지가 개입되기 어려운 선천적(先天的)이고 객관적인 원리를 주로 다룹니다. (天道)
    • 하경은 부부, 사회, 정치 등 인간의 관계와 윤리, 후천적(後天的)이고 주관적인 노력이 중요한 영역을 주로 다룹니다. (人道)
    • 이는 ‘하늘의 이치를 먼저 배우고, 그를 바탕으로 인간 사회의 도리를 행한다’는 동양 철학의 기본 구조를 반영합니다.
  2. 음양(陰陽) 생성 원리의 반영:
    • 상경은 우주의 근본인 순수 양(乾)과 순수 음(坤)에서 시작합니다.
    • 하경은 남녀(咸)와 부부(恒)라는 음양의 구체적인 결합에서 시작합니다.
    • 이는 태극 → 음양 → 사상 → 팔괘 → 64괘로 이어지는 우주 생성론의 논리적 순서를 64괘 배열 자체에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3. 역사적 유래 (주문왕과 주공의 역할):
    • 전설에 따르면 주역의 괘 순서는 주나라 문왕(文王)이 은나라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정립했다고 합니다.⁵ 괘사와 효사 역시 문왕과 그의 아들 주공(周公) 단(旦)이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 상하경의 구분이 이들의 저술 과정이나 특정 역사적 사건을 반영한다는 설도 있지만, 명확하게 증명되지는 않았습니다.
  4. 구조적 대칭과 균형:
    • 상경(30괘)과 하경(34괘)의 숫자가 다른 점 등 때문에 완벽한 대칭은 아니지만, 상하경의 시작과 끝 괘(건/곤 vs 함/항, 감/리 vs 기제/미제)가 서로 의미 있는 연관성을 가지는 등, 전체적으로 어떤 구조적 의도를 가지고 배열되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어떤 해석이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상하경의 구분이 단순한 물리적 분량이 아니라, 주역의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장치라는 점입니다.


결론: 상경과 하경, 하늘과 인간의 조화로운 합창

‘클라우드 주역 (주역입문)’의 안내를 따라 상경(上經) 30괘와 하경(下經) 34괘의 이치를 탐험한 결과, 우리는 주역 64괘가 단순한 점술 기호의 나열이 아니라, 우주 자연의 근본 원리(상경)와 그 원리가 펼쳐지는 인간 사회의 구체적인 드라마(하경)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거대한 지혜의 체계임을 확인했습니다.

  • 상경(上經): 하늘과 땅의 창조에서 시작하여, 만물이 생성되고 질서를 이루며 순환하는 **’하늘의 길(天道)’**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객관적인 법칙이자, 겸허하게 배우고 따라야 할 우주의 리듬입니다.
  • 하경(下經): 남녀의 만남에서 시작하여, 관계 속에서 겪게 되는 성공과 실패, 변혁과 성장, 그리고 완성되지 않는 영원한 순환을 통해 **’인간의 길(人道)’**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가 주체적인 선택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가야 할 삶의 무대입니다.

상경과 하경의 구분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1.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의 조화: 우리는 우주 자연의 법칙(상경)이라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태어나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관계 맺고 행동하며 삶을 만들어갈 것인가(하경)는 우리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2. 보편적 원리와 구체적 적용의 통합: 주역은 추상적인 원리(상경)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원리가 우리의 실제 삶(하경) 속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지혜를 제공합니다.
  3. 영원한 순환과 미완성의 희망: 주역은 ‘완성(旣濟)’에서 멈추지 않고 ‘미완성(未濟)’으로 마무리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변화는 계속되며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결국 주역 64괘는 상경과 하경이라는 두 개의 날개를 통해 하늘과 땅, 우주와 인간, 이론과 실천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지혜를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이 두 날개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조화로운 움직임을 파악할 때, 우리는 비로소 주역이라는 거대한 새와 함께 변화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클라우드 주역 (주역입문)’은 바로 그 비행을 위한 첫걸음을 안내하는 충실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입니다.


각주(Footnotes):

¹ 64괘(六十四卦): 주역의 본체를 이루는 64개의 상징 코드. 팔괘(八卦)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들며, 각 괘는 6개의 효(爻)로 구성된다. 우주 만물의 모든 변화 양상과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담고 있다고 여겨진다.

² 계사전(繫辭傳): 주역 본문(64괘와 효사)에 대한 철학적 해설을 담은 10개의 부록, 즉 ‘십익(十翼)’ 중 하나. 공자가 지었다고 전해지며, 주역의 형이상학적, 우주론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문헌이다.

³ 팔괘(八卦): 3개의 효(爻)로 이루어진 8개의 기본 괘.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 주역 64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소성괘(小成卦) 또는 경괘(經卦)라고도 불린다.

⁴ 효(爻): 주역 괘(卦)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 양효(⚊)와 음효(⚋)가 있다. 효(爻)는 ‘사귀다’, ‘본받다’는 뜻을 가지며, 음양 두 기운이 서로 교감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⁵ 주문왕(周文王)과 주공(周公): 주나라 초기의 인물들. 주문왕 희창(姬昌)은 은나라 주왕(紂王)에 의해 유리(羑里) 감옥에 갇혔을 때 64괘의 순서를 배열하고 괘사(卦辭)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아들인 주공 단(旦)은 각 괘의 6개 효에 대한 설명인 효사(爻辭)를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주역의 기본적인 텍스트가 이들에 의해 완성되었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이후 공자가 십익(十翼)을 지어 철학적 해석을 더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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