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덜어냄의 길, 손해와 이익의 역설
서론: 풀림(解) 다음의 단계, 덜어냄(損)의 지혜를 만나다
주역(周易) 64괘¹ 탐험, 우리는 험난한 고난(蹇)³⁸이 마침내 풀리고 해소되는(解)³⁹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우리는 마흔한 번째 괘인 **산택손(山澤損)**을 통해, 그 문제가 해결되고(解) 난 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損)’ ‘줄이며(損)’ 자신을 정비하는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손(損)이라는 글자는 손(手)으로 흙(土)을 덜어내는 모습 등으로 해석되며, ‘덜다’, ‘줄이다’, ‘손해 보다’, ‘희생하다’ 등의 의미를 가집니다.
앞선 뇌수해(雷水解)괘가 억압과 고난에서 풀려나는 해방의 기쁨을 그렸다면, 손괘(損卦)는 그 해방 이후에 필요한 ‘정리’와 ‘절제’의 단계를 보여줍니다. 주역 괘의 순서를 설명하는 서괘전(序卦傳)⁴⁰에서는 “풀어지고 늦추어지면 반드시 잃는 바가 있으므로 해괘 다음에 손괘로 받는다(緩必有所失 故受之以損)”고 하여, 긴장이 풀리고(緩) 나면 반드시 불필요하게 잃거나(失) 덜어내야(損) 할 것들이 생겨남을 설명합니다. 이는 안정기일수록 오히려 ‘덜어냄’을 통해 자신을 정비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손괘는 주역에서 **’손해(損失)’와 ‘희생(犧牲)’, 그리고 ‘절제(節制)’**라는, 언뜻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는 개념을 심도 있게 다루는 괘입니다. 하지만 주역에서 ‘손(損)’은 단순한 ‘잃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괘는 무엇을 덜어내고, 왜 덜어내며, 그 덜어냄이 어떻게 더 큰 ‘이익(益)’⁴¹으로 이어지는지 그 역설적인 지혜를 탐구합니다. 산(山) 아래에 연못(澤)이 있어, 연못이 산의 기반을 침식하는(損) 모습은, **아랫사람(下)을 덜어(損) 윗사람(上)을 이롭게 한다(益)**는 ‘손하익상(損下益上)’이라는 사회적 불균형과 갈등의 소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주역은 이 불균형의 현상 속에서 **’진정한 덜어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인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분노를 억누르고(懲忿) 욕심을 막는(窒欲)” 내면의 수양입니다. 또한, ‘손해’나 ‘희생’이 **’진실된 마음(孚)’**에서 비롯될 때, 그것은 **최고의 길함(元吉)**으로 이어진다고 선언합니다.
이 글은 주역 입문서들의 보편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손괘의 구조와 상징, 괘 전체의 의미를 담은 괘사(卦辭)⁴², 그리고 덜어냄의 과정에서 펼쳐지는 6단계의 상황과 그 속에서의 지혜와 경계를 보여주는 각 효사(爻辭)⁴³를 분석합니다.
손괘의 여정은 **단순한 손해를 넘어,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함으로써 더 큰 가치를 얻는 ‘비움의 철학’**을 배우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제1부: 손괘(損卦)의 구조와 상징 – 산 아래 연못, 덜어냄과 절제
64괘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그 구조와 상징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손괘는 산과 연못의 관계, 그리고 11번 지천태(地天泰)괘와의 비교를 통해 ‘덜어냄(손하익상)’의 이미지를 구조적으로 보여줍니다.
1. 팔괘(八卦)⁴⁴의 조합: 연못(兌 ☱) 위에 산(艮 ☶)
손괘는 팔괘 중 연못(澤) 또는 기쁨(悅), **막내딸(少女)**을 상징하는 태(兌 ☱) 괘가 하괘(下卦, 아래)에 놓이고, 산(山) 또는 멈춤(止), **막내아들(少男)**을 상징하는 간(艮 ☶) 괘가 상괘(上卦, 위)에 놓인 형태입니다.
- 하괘 태(兌 ☱): 맨 위 하나의 음효(⚋) 아래 두 개의 양효(⚊)가 있는 모습. 기쁨(悅), 연못, 아래에서 기쁘게 따르지만 약한 모습을 상징합니다.
- 상괘 간(艮 ☶): 맨 위 하나의 양효(⚊)가 아래 두 개의 음효(⚋) 위에 얹혀 멈추어 선 모습. 멈춤(止), 산, 견고함, 위에서 굳건히 멈추어 이익을 취하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 조합의 의미 (山澤損): 산(艮) 아래에 연못(兌)이 있는 모습입니다. 이는 마치 산기슭의 연못이 끊임없이 산의 흙(기반)을 침식하여 산을 깎아내리는(損) 형상과 같습니다. 즉, 아래(澤)가 위(山)를 덜어내는(損) 모습입니다.
- 괘변(卦變)의 관점 (손하익상 損下益上): 손괘의 구조를 이해하는 더 중요한 방식은 11번 지천태(地天泰 ☷☰) 괘와의 비교입니다. 태괘는 하늘(乾 ☰)이 아래에, 땅(坤 ☷)이 위에 있어 음양이 완벽하게 소통하는 ‘평화와 번영’의 상징입니다.
- 태괘(泰 ☷☰): 하괘 乾 (⚊⚊⚊), 상괘 坤 (⚋⚋⚋)
- 손괘(損 ☶☱): 하괘 兌 (⚊⚊⚋), 상괘 艮 (⚊⚋⚋)
- 이 변화를 보면, 태괘의 하괘 건(乾)에서 맨 위 양효(⚊) 하나를 ‘덜어내어(損)’ 상괘 곤(坤)의 맨 위 음효(⚋) 자리에 ‘보태준(益)’ 결과, 하괘는 **태(兌 ☱)**가 되고 상괘는 **간(艮 ☶)**이 되어 손괘(損 ☶☱)가 만들어집니다.⁴⁵
- 이것이 바로 **’손하익상(損下益上)’, 즉 ‘아랫사람(下, 乾)의 것을 덜어 윗사람(上, 坤)에게 보태준다’**는 손괘의 핵심적인 구조입니다. 이는 아랫사람의 희생을 강요하여 윗사람의 배를 불리는 불공정하고 불안정한 사회 구조를 상징하며, 그 자체로 갈등과 손실의 원인이 됨을 암시합니다.
2. 괘의 모습(象): 산 아래 연못, 분노를 막고 욕심을 덜어내다
주역 해설서인 ‘상전(象傳)’⁴⁶에서는 손괘의 상하 팔괘 조합을 보고 그 상징적인 이미지를 설명합니다. 손괘에 대한 상전(대산전, 大象傳)의 설명은 이 ‘손하익상’이라는 불합리한 현상 속에서 군자가 취해야 할 태도를 보여줍니다.
**”山下有澤 損 君子以懲忿窒欲” (산하유택 손 군자이징분질욕)**⁴⁷
- 해석: “산(山) 아래(下) 연못(澤)이 있는(有) 것이 손(損)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분노(忿)를 징계하고(懲) 욕심(欲)을 막는다(窒).”
- 의미: 산 아래 연못이 산을 침식하는 모습(山下有澤 損)은 아래(연못=기쁨, 욕망)의 기운이 위(산=멈춤, 이성)의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것을 상징합니다. 군자(주역에서 이상적인 인간상)는 이러한 모습을 보고, **외부적인 손해(損)**를 막는 길은 결국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는 데 있음을 깨닫습니다. 즉,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아래(下)’의 감정, 즉 끓어오르는 ‘분노(忿)’를 징계하여 억누르고(懲), 끝없는 ‘욕심(欲)’을 막아 덜어내야(窒)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손(損)’의 진정한 의미가 외부의 것을 잃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불필요하고 해로운 감정과 욕망을 ‘덜어내는’ 자기 수양임을 강조하는 매우 심오한 가르침입니다. ‘손하익상’이라는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는 길은, 먼저 ‘나’의 내면에서 ‘아래(욕망)’를 덜어내어 ‘위(이성)’를 이롭게 하는 ‘수양(修養)’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3. 핵심 키워드와 상징
손괘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속성: 덜어냄, 줄임, 손해, 희생, 절제, 자기 수양, 분노 억제, 욕심 막음
- 자연 상징: 산 아래 연못, 산사태, 침식, 댐의 방류
- 인간사 상징: 구조조정, 감축, 다이어트, 금욕, 손실, 기부, 세금 납부, 감정 조절
- 핵심 원리: 손하익상(損下益上) – 아래를 덜어 위를 이롭게 함 (사회 현상)
- 핵심 과제: 징분질욕(懲忿窒欲) – 분노와 욕심을 덜어내는 내면 수양
손괘는 ‘손해’라는 부정적인 현상을 통해, 오히려 ‘절제’와 ‘수양’이라는 더 높은 차원의 가치를 가르쳐주는 역설적인 괘입니다.
제2부: 괘사(卦辭) – 손괘 전체의 의미: “有孚 元吉 无咎 可貞 利有攸往 曷之用 二簋可用享”
괘사(卦辭)는 괘 전체에 대한 설명과 길흉 판단입니다. 손괘의 괘사는 ‘덜어냄(損)’이 어떻게 최고의 길함(元吉)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 핵심 조건과 방법을 제시합니다.
“損 有孚 元吉 无咎 可貞 利有攸往 曷之用 二簋可用享”
**(손 유부 원길 무구 가정 리유유왕 갈지용 이궤가용향)**⁴⁸
- 해석: “손(損)은 믿음(孚)⁴⁹이 있으면, 크게(元)⁵⁰ 길(吉)하고 허물(咎)⁵¹이 없으며 올곧음(貞)⁵²을 지킬(可) 수 있으니, 나아갈(攸往)⁵³ 바를 둠이 이롭다(利). (믿음을) 무엇(曷)으로써(之) 쓸(用) 것인가? 두 대나무 그릇(二簋)⁵⁴으로도 가히(可) 제사(享)⁵⁵를 올릴(用) 수 있다.”
- 의미:
- 유부 원길 무구 가정(有孚 元吉 无咎 可貞): 괘사는 ‘덜어냄(損)’이 ‘믿음(孚)’, 즉 진실되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바탕으로 할 때, 그것은 **최고의 길함(元吉)**이 되며 어떤 허물도 없고(无咎), 오히려 올곧음(貞)을 지킬 수 있는(可) 긍정적인 행위가 된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손(損)’이 억지로 빼앗기는 ‘손해’가 아니라, **자발적이고 진실된 ‘희생’ 또는 ‘절제’**일 때 그 가치가 빛난다는 것입니다. (예: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부, 공동체를 위한 희생, 자기 수양을 위한 절제 등)
- 리유유왕(利有攸往): 나아갈 바를 둠이 이롭다. 진실된 마음으로 덜어내는 것은 결코 소극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것을 덜어냄으로써 더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有攸往)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므로 이롭다(利)는 것입니다.
- 갈지용 이궤가용향(曷之用 二簋可用享): 무엇으로 쓸 것인가? 두 그릇으로도 제사를 올릴 수 있다. 이는 그 ‘진실된 믿음(孚)’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입니다. 제사(享)와 같은 가장 성스러운 의식에서도 **중요한 것은 제물의 풍성함(양)이 아니라, 비록 ‘두 개의 대나무 그릇(二簋)’에 담긴 소박한 음식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정성(誠)’과 ‘진실함(孚)’**이라는 것입니다. 즉, **손(損)의 핵심은 ‘물질’이 아니라 ‘마음’**에 있습니다. 비록 적게 덜어내더라도(소박한 제물), 그 마음이 진실하다면 하늘(신)은 감응하고 복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이 괘사는 ‘손하익상’이라는 불합리한 사회 현상(剝削)을 비판하고, 진정한 ‘손(損)’이란 ‘진실된 마음(孚)’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절제(懲忿窒欲)’하고 ‘소박하게(二簋) 정성을 다하는’ 도덕적 행위임을 역설합니다. 이러한 ‘올바른 덜어냄’은 반드시 큰 길함(元吉)으로 돌아온다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제3부: 효사(爻辭) – 6단계 변화: ‘덜어냄(損)’의 다양한 방식과 결과
이제 손괘의 6개의 효(爻)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각 효는 ‘덜어냄(損)’이라는 상황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각자의 위치에 따라 어떻게 덜어내고 보태며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하괘(兌)가 덜어내고(損) 상괘(艮)가 이익을 얻는(益) ‘손하익상’의 원리가 각 효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중요합니다.
1. 초구(初九): 이사천왕(已事遄往) 무구(无咎) 작손지(酌損之)
- 원문: 初九 已事遄往 无咎 酌損之 (초구 이사천왕 무구 작손지)
- 해석: “초구는 (자신의) 일(事)을 마치고(已) 빨리(遄) 가서(往) (윗사람을 도우니) 허물(咎)이 없다. 헤아려서(酌)⁵⁶ (알맞게) 덜어(損之)야 한다.”⁵⁷
- 위치와 상징: 맨 아래 첫 번째 효. 손괘의 시작. **강력한 양효(⚊)**이며 양(陽)의 자리에 와서 바른 자리(正)입니다. 덜어냄(損)을 실천하는 아랫사람의 위치입니다. 위의 육사(六四)와 **정응(正應)**⁵⁸ 관계에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아랫사람(下)으로서 윗사람(上, 짝인 六四)을 돕기 위해 자신을 덜어내는(損) 가장 모범적인 모습입니다. 그는 자신의 일을 빨리 마치고(已事遄往) 즉시 윗사람을 도우러 달려갑니다. 이는 자발적이고 진실된 희생이므로 허물이 없습니다(无咎). 하지만 이때 중요한 것은 ‘작손지(酌損之)’, 즉 자신의 형편과 상황을 잘 헤아려서 ‘알맞게’ 덜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희생은 오히려 자신을 위태롭게 하거나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덜어냄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小象傳) 해설: “已事遄往 尚合志也” (이사천왕은 위(尚, 六四)와 뜻(志)을 합(合)하기 때문이다.)⁵⁹ – 자신의 일을 미루고 빨리 가는 것은 윗사람과 뜻을 합쳐 공동의 목표를 이루려 하기 때문임을 부연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도움과 희생은 진실되어야 하며, 시의적절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분수와 상황에 맞게 행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희생이 항상 미덕은 아니며, 지혜로운 ‘정도’가 필요하다. ‘중용’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 구이(九二): 리정(利貞) 정흉(征凶) 불손익지(弗損益之)
- 원문: 九二 利貞 征凶 弗損益之 (구이 리정 정흉 불손익지)
- 해석: “구이는 올곧음(貞)을 지키는 것이 이로우니(利), (억지로) 나아가면(征) 흉(凶)하다. (자신을) 덜어내지(損) 않고서도 (윗사람을) 이롭게(益之) 해야 한다.”⁶⁰
- 위치와 상징: 하괘 태(兌☱)의 가운데 두 번째 효. **강력한 양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왔지만(부정) **하괘의 중(中)**을 얻었습니다. 강건함과 중용의 덕을 갖춘 실질적인 인재입니다. 위의 중심 군주(六五)와 **정응(正應)**⁶¹ 관계에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능력(陽)과 중용(中)**을 갖춘 신하의 위치에 있습니다. 그는 올곧음(貞)을 굳게 지키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이롭습니다. 만약 그가 자신의 공을 내세우거나 윗사람(六五)을 건너뛰고 무리하게 나아가려 한다면(征), 이는 ‘손하익상’의 불합리한 상황을 더욱 조장하거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므로 **흉(凶)**합니다. 그의 임무는 자신을 훼손하거나 희생하면서(損) 윗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굳건한 중정(中正)의 덕과 실력을 지킴으로써(弗損) 윗사람(六五)을 자연스럽게 이롭게(益之) 하는 것입니다. 즉,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 실력을 갖추는 것 자체가 윗사람과 공동체를 돕는 길임을 보여주는 심오한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九二利貞 中以爲志也” (구이리정은 중(中)으로써 뜻(志)을 삼기 때문이다.) – 중용의 도를 자신의 뜻으로 삼아 지키기 때문에 올곧음이 이롭다는 의미입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진정한 도움은 맹목적인 희생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중심을 잡는 것이 오히려 공동체에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다.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3. 육삼(六三): 삼인행(三人行) 즉손일인(則損一人) 일인행(一人行) 즉득기우(則得其友)
- 원문: 六三 三人行 則損一人 一人行 則得其友 (육삼 삼인행 즉손일인 일인행 즉득기우)
- 해석: “육삼은 세 사람(三人)이 가면(行) 한 사람(一人)을 덜어내게(損) 되고, 한 사람(一人)이 가면(行) 그 친구(友)⁶²를 얻게(得) 된다.”⁶³
- 위치와 상징: 하괘 태(兌☱)의 맨 위 세 번째 효. **음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자리는 바르지만(正), 중(中)을 벗어났고 하괘에서 상괘로 넘어가는 불안정한 자리입니다. 하괘(兌)는 초구, 구이, 육삼으로 구성되어 ‘세 사람’의 형상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관계 속에서의 ‘덜어냄’**을 말합니다. **’세 사람(三人)’**은 하괘의 세 효를 의미하며, 이는 짝이 맞지 않는 불안정한 관계 (두 양(⚊)과 한 음(⚋))를 상징합니다. (혹은 친구, 연인 관계 등에서의 삼각관계를 비유). 이렇게 셋이 함께 가면(三人行) 누군가 한 사람은 소외되거나(損一人) 관계가 깨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한 사람(一人, 六三)**이 이 불안정한 관계를 떠나 홀로 자신의 길을 가면(一人行), 마침내 **자신과 진정으로 뜻이 맞는 짝(其友, 상괘의 上九와 正應 관계)**⁶⁴을 만나게 됩니다. 이는 불필요하거나 조화롭지 못한 관계(三人)는 과감히 ‘덜어내고(損)’ 정리해야, 비로소 진정으로 가치 있는 관계(一人行得其友)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一人行 三則疑也” (일인행은 셋(三)이면 곧(則) 의심(疑)하기 때문이다.) – 세 사람이 함께 가면 서로 의심하고 불화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떠나 짝을 찾는 것이 낫다는 의미입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모든 관계를 다 가져갈 수는 없다. 때로는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관계를 과감히 ‘덜어내는(손절)’ 용기가 필요하다. 낡은 관계를 정리해야 새로운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다.
4. 육사(六四): 손기질(損其疾) 사천유희(使遄有喜) 무구(无咎)
- 원문: 六四 損其疾 使遄有喜 无咎 (육사 손기질 사천유희 무구)
- 해석: “육사는 그 병(疾)⁶⁵을 덜어내니(損), 빨리(遄) 기쁨(喜)이 있게(有) 되어 허물(咎)이 없다.”⁶⁶
- 위치와 상징: 상괘 간괘(艮☶)의 맨 아래 네 번째 효. **음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바른 자리(正)입니다. 상괘(윗사람)의 영역으로 진입했으며, **아래의 초구(初九)와 정응(正應)**⁶⁷ 관계에 있습니다. ‘손하익상’의 혜택을 받는 윗사람의 위치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아랫사람(初九)의 도움과 희생(損)을 받아 자신의 문제나 결핍(疾, 병)**을 해결하고 덜어내는(損) 모습입니다. 초구가 자신의 일을 마치고 ‘빨리 와서(遄往)’ 도와주었기 때문에, 육사 역시 **’빨리(遄)’ 기쁨(有喜)**을 얻게 됩니다. 이처럼 아랫사람의 진실된 도움을 받아들여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은 괘의 이치(‘손하익상’)에 부합하며, **올바른 관계(正應) 속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보탬(益)’**이므로 허물이 없다(无咎)는 것입니다. 이는 도움이 필요할 때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의 중요성과 상하 간의 올바른 협력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 소상전 해설: “損其疾有喜 亦足慶也” (손기질유희는 또한(亦) 족히(足) 경사(慶)스러운 일이다.) –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문제를 해결했으니 경사스러운 일임을 부연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도움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한 지혜다. 올바른 관계 속에서 서로 돕고 부족함을 채워줄 때, 양측 모두에게 기쁨과 발전이 있다.
5. 육오(六五): 혹익지(或益之) 십붕지귀(十朋之龜) 불극위(弗克違) 원길(元吉)
- 원문: 六五 或益之 十朋之龜弗克違 元吉 (육오 혹익지 십붕지귀 불극위 원길)
- 해석: “육오는 혹(或) 그를(之) 이롭게(益) 하니, 열 쌍의 거북(十朋之龜)⁶⁸점이라도 감히(克) 어길(違) 수 없는(弗) 것이라, 크게(元) 길(吉)하다.”⁶⁹
- 위치와 상징: 상괘 간괘(艮☶)의 가운데 다섯 번째 효. **임금의 자리(君位)**이며, **음효(⚋)**가 양(陽)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지만 괘 전체의 **중심(中)**을 얻었습니다. 유순하고 겸허한(陰) 덕으로 아래의 모든 것을 포용하고 혜택을 받는(益) 최고의 위치입니다. 아래의 중정한 신하(九二)와 **정응(正應)**⁷⁰ 관계에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최고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자신을 낮추고(陰) 아래의 도움을 받아 ‘크게 이익을 얻는(益之)’ 모습입니다. 그는 특히 능력 있고 중정한 신하(九二)의 **자발적인 도움(‘弗損益之’)**을 받습니다. 이처럼 아랫사람들이 진심으로 돕고 따르는 것은 ‘열 쌍의 거북점’, 즉 하늘의 뜻과도 같이 명백하고 거스를 수 없는(弗克違) 대세입니다. 이는 겸허하고 포용력 있는 리더(六五)가 능력 있는 아랫사람(九二)과 조화를 이루어 ‘손하익상’의 불균형을 극복하고 국가 전체의 큰 이익을 만들어내는 이상적인 상태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는 **가장 근본적이고 큰 길함(元吉)**입니다.
- 소상전 해설: “六五元吉 自上祐也” (육오원길은 위(上)로부터 돕기(祐) 때문이다.) – 이 길함은 하늘(上)이 돕는 것과 같은, 거스를 수 없는 순리임을 의미합니다. (혹은 윗사람(上九)의 도움까지 더해진다는 의미)
- 주역 입문 관점: 최고의 리더는 모든 것을 다스리는 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얻고 그들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자이다.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아랫사람의 지지와 도움을 받아들일 때, 조직은 가장 크게 번성하고 길함을 얻는다. ‘겸손한 리더십’의 정수를 보여준다.
6. 상구(上九): 불손익지(弗損益之) 무구(无咎) 정길(貞吉) 리유유왕(利有攸往) 득신무가(得臣无家)
- 원문: 上九 弗損益之 无咎 貞吉 利有攸往 得臣无家 (상구 불손익지 무구 정길 리유유왕 득신무가)
- 해석: “상구는 (자신을) 덜어내지(損) 않고서도 (아랫사람을) 이롭게(益之) 하니, 허물(咎)이 없고 올곧아(貞) 길(吉)하며, 나아갈(攸往) 바를 둠이 이롭다(利). 신하(臣)를 얻되 집(家)이 없다.”⁷¹
- 위치와 상징: 맨 위 여섯 번째 효. 손괘의 가장 마지막 단계. **양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지만, **상괘 간(艮, 멈춤, 산)**의 극(極)에 도달하여 모든 쌓음(畜)과 덜어냄(損)을 초월한 경지입니다. 손괘의 과정(손하익상)을 통해 가장 큰 이익(益)을 얻은 주체이기도 합니다. (태괘의 六三(음)이 陽으로 변해 上九가 됨)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손(損)’의 역설적인 완성을 보여줍니다. 그는 ‘손하익상’의 과정을 통해 가장 큰 이익과 지위를 얻었지만, 이제 그 이익에 안주하지 않고 오히려 ‘아랫사람들을 이롭게 하는(益之)’ 단계로 나아갑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덜어낼(損) 필요 없이, 자신이 가진 풍요로움(益) 자체로 세상을 이롭게 합니다. 이는 ‘손(損)’의 궁극적인 목적이 ‘익(益)’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의 행동은 올곧기(貞) 때문에 길(吉)하며, 이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利有攸往) 좋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는 사사로운 집(家)이나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无家) 오직 공(公)을 추구함으로써, **진심으로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得臣)**을 얻게 됩니다. 이는 **최고의 경지에 오른 현자가 사심 없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초월적인 베풂’**의 모습입니다.
- 소상전 해설: “弗損益之 大得志也” (불손익지는 뜻(志)을 크게(大) 얻었기(得) 때문이다.) – 자신을 덜어내지 않고도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은, 이미 자신의 큰 뜻을 이루고 초월적인 경지에 올랐기 때문임을 의미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덜어냄의 궁극적인 목적은 더 크게 베풀기 위함이다. 진정한 성공은 자신의 이익을 넘어 타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있다. 사심 없는 헌신과 베풂이야말로 가장 큰 신뢰와 지지를 얻는 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완성된 모습이다.
제4부: 손괘(損卦)의 종합적 의미와 현대적 적용
산택손괘는 산 아래 연못이 산을 침식하듯, ‘덜어냄’과 ‘손해’라는 현상과 그 속에서 ‘이익’과 ‘성장’을 찾아가는 역설적인 지혜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입문서들의 관점을 종합하면, 손괘의 지혜는 다음과 같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개인의 수양, 조직 경영, 경제 정책 등)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 ‘덜어냄’의 두 얼굴 (손하익상 vs 징분질욕): 손괘는 ‘아랫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손해(損下益上)’와, ‘자신의 내면적 욕망을 덜어내는’ 숭고한 ‘절제(懲忿窒欲)’라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우리는 전자를 경계하고 후자를 지향해야 합니다.
- 진실성(孚)과 소박함(二簋)의 가치: ‘덜어냄’이나 ‘희생’은 그것이 강요된 것이 아니라, **진실된 마음(孚)**에서 우러나올 때 비로소 **최고의 길함(元吉)**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양(量)이 아니라 **정성(二簋)**입니다. 형식보다 진심이 중요합니다.
- 손해는 곧 이익이다 (損卽是益): 손괘는 덜어내는 것(損)이 궁극적으로는 더 큰 이익(益)으로 돌아온다는 역설을 가르칩니다. 불필요한 감정, 욕심, 나쁜 습관, 비효율적인 조직 등을 덜어내야만 새로운 성장과 발전의 공간이 생깁니다. (예: 다이어트, 미니멀리즘, 구조조정)
- 때와 정도(酌)를 아는 지혜: 덜어내는 것에도 때와 정도가 있습니다. 윗사람을 도울 때는 알맞게(초구),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구이) 도와야 합니다. 맹목적인 희생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 관계의 ‘손절’ (三人行 則損一人): 때로는 불필요하고 불건전한 관계(六三)를 과감히 ‘덜어내는(損)’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비로소 진정으로 가치 있는 관계(其友)를 맺을 수 있습니다.
- 위기 속 상생과 신뢰: 위기 상황(손괘)에서는 상하 간의 신뢰와 협력이 중요합니다. 아랫사람은 진심으로 돕고(초구), 윗사람은 그 도움을 겸허하게 받아(육사) 부족함을 채우며, 리더(육오)는 겸손하게 구성원들을 아울러야 합니다.
결론: 손괘, 덜어냄으로써 비로소 채우는 지혜
주역 64괘 중 마흔한 번째 괘인 **산택손(山澤損)**은 **’덜어냄’과 ‘손해’**라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어 하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산 아래 연못이 산을 깎아내리듯, 이 괘는 ‘아랫사람을 덜어 윗사람을 이롭게 하는(損下益上)’ 불합리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손괘의 진정한 가르침은 그 현상 이면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외부의 손해가 아닌, 내면의 ‘덜어냄’**을 촉구합니다. 군자는 이 괘를 보고 자신의 분노(忿)와 욕심(欲)을 덜어내는(懲忿窒欲) 수양의 기회로 삼습니다. 또한, **진실된 마음(孚)**으로 임하는 덜어냄은, 비록 **소박한 제물(二簋)**일지라도 하늘을 감동시키고 **최고의 길함(元吉)**을 가져온다고 역설합니다.
아랫사람의 현명한 희생(초구)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돕고(구이),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며(육삼), 겸허하게 도움을 받고(육사), 겸손한 리더십으로 큰 복을 누리며(육오), 마침내 사심 없이 베푸는(상구) 손괘의 여섯 단계는, ‘손해’가 어떻게 ‘이익’으로 전환되는지 그 역설적인 과정을 보여줍니다.
결국 손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가? 당신은 불필요한 욕심, 분노, 혹은 낡은 관계에 얽매여 있는가? 당신의 ‘손해’나 ‘희생’은 진실된 마음에서 비롯되는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감수하는 고통인가? 이 질문에 답하며 손괘의 지혜를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역설의 진리를 깨닫고, 더 가볍고 자유로우며 풍요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각주(Footnotes):
(각주 번호는 이전 답변들과 연속성을 가지도록 부여하겠습니다.)
⁶⁶⁰ 64괘(六十四卦): 주역의 본체를 이루는 64개의 상징 코드. 팔괘(八卦)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들며, 각 괘는 6개의 효(爻)로 구성된다.
… (이전 각주들 생략) …
⁸⁴³ 해괘(解卦): 주역 64괘의 마흔 번째 괘. 뇌수해(雷水解). 풀림, 해소, 위기 탈출을 상징한다.
⁸⁴⁴ 익(益): ‘더할 익’. 42번 괘 풍뢰익(風雷益). ‘이익’, ‘더함’을 의미하며, 손괘와 정반대의 괘이다. 손괘가 ‘손하익상’이라면, 익괘는 ‘손상익하(損上益下, 위를 덜어 아래를 이롭게 함)’를 상징한다.
⁸⁴⁵ 서괘전(序卦傳): 주역의 10가지 부록인 십익(十翼) 중 하나. 64괘가 왜 현재와 같은 순서로 배열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⁸⁴⁶ 괘사(卦辭): 64괘 각각에 대해 그 괘 전체의 의미와 길흉을 설명하는 글. 괘명(卦名) 다음에 나온다.
⁸⁴⁷ 효사(爻辭): 64괘를 구성하는 총 384개의 효(爻) 각각에 대해 그 의미와 길흉, 처세의 조언을 설명하는 글.
⁸⁴⁸ 팔괘(八卦): 3개의 효(爻)로 이루어진 8개의 기본 괘.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 주역 64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⁸⁴⁹ 괘변(卦變)의 관점: 괘의 생성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 특정 괘가 다른 괘(주로 乾/坤 또는 泰/否)의 효(爻)가 변화하여 만들어졌다고 보는 관점. 손괘(損 ☶☱)와 익괘(益 ☴☳)는 태괘(泰 ☷☰)와 비괘(否 ☰☷)의 효가 교환되어 생성된 것으로 본다.
⁸⁵⁰ 상전(象傳): 주역의 본문(괘사, 효사)에 대한 해설을 담은 10개의 부록, 즉 ‘십익(十翼)’ 중 하나. 각 괘의 상하 팔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대산전(大象傳)과 각 효의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소상전(小象傳)으로 나뉜다. 공자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⁸⁵¹ “山下有澤 損 君子以懲忿窒欲”: 손괘의 대산전(大象傳) 구절.
⁸⁵² “損 有孚 元吉 无咎 可貞…”: 손괘의 괘사(卦辭).
⁸⁵³ 부(孚): ‘믿음 부’. ‘믿음’, ‘미더움’, ‘진실함’. 새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에서 유래. 마음속 깊은 곳의 진실된 믿음과 정성. 손괘에서는 이 ‘진실함’이 덜어냄을 가치 있게 만드는 핵심 조건이다.
⁸⁵⁴ 원(元): ‘으뜸 원’. 시작, 큼, 근본, 선(善)함. ‘원길(元吉)’은 가장 크고 근본적인 길함을 의미한다.
⁸⁵⁵ 구(咎): ‘허물 구’. 잘못, 재앙, 불행. ‘무구(无咎)’는 허물이 없음.
⁸⁵⁶ 정(貞): ‘곧을 정’. 올곧음, 바름, 인내, 지조, 변치 않음. ‘가정(可貞)’은 ‘올곧음을 지킬 수 있다’ 또는 ‘올곧음을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좋다’는 의미.
⁸⁵⁷ 유유왕(有攸往): ‘갈 바(攸)를 둠(有)이 있다’, 즉 ‘나아가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다’.
⁸⁵⁸ 궤(簋): 고대에 곡식을 담던 둥근 제기(祭器). ‘이궤(二簋)’는 두 개의 소박한 대나무 그릇.
⁸⁵⁹ 향(享): ‘누릴 향’, ‘제사 향’. ‘제사를 지내다’, ‘바치다’, ‘대접하다’, ‘누리다’. 여기서는 ‘제사를 올리다’는 의미.
⁸⁶⁰ 작(酌): ‘따를 작’. ‘술을 따르다’, ‘헤아리다’, ‘짐작하다’. 여기서는 ‘상황을 잘 헤아려 알맞게’라는 의미. ‘참작(斟酌)’과 통한다.
⁸⁶¹ “已事遄往 无咎 酌損之”: 손괘 초구(初九) 효사.
⁸⁶² 정응(正應): 6효 괘에서 하괘와 상괘의 같은 위치(초효-4효, 2효-5효, 3효-상효)에 있는 효들이 서로 음양이 다를 경우, 서로 정식으로 호응(呼應)하는 짝 관계라고 본다. 손괘에서 초구는 상괘의 육사와 양-음으로 짝을 이루어 정응 관계이다.
⁸⁶³ 소상전(小象傳): 십익(十翼) 중 상전(象傳)의 일부로, 각 효사(爻辭)에 대해 그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부분. 보통 “상왈(象曰)…”로 시작한다.
⁸⁶⁴ “利貞 征凶 弗損益之”: 손괘 구이(九二) 효사. ‘불손익지(弗損益之)’는 ‘덜어내지 않고(弗損) 이롭게 한다(益之)’는 의미.
⁸⁶⁵ 정응(正應): 손괘에서 구이는 상괘의 육오와 양-음으로 짝을 이루어 정응 관계이다. 능력 있는 신하(九二)가 현명한 군주(六五)와 호응하는 이상적인 관계이다.
⁸⁶⁶ 우(友): ‘벗 우’. 친구, 동료, 짝. 여기서는 자신의 정응(正應) 짝인 상구(上九)를 가리킨다.
⁸⁶⁷ “三人行 則損一人 一人行 則得其友”: 손괘 육삼(六三) 효사.
⁸⁶⁸ 정응(正應): 손괘에서 육삼은 상괘의 상구와 음-양으로 짝을 이루어 정응 관계이다.
⁸⁶⁹ 질(疾): ‘병 질’. 질병, 고통, 괴로움, 결함. 여기서는 윗사람(六四)의 부족함이나 결핍을 의미한다.
⁸⁷⁰ “損其疾 使遄有喜 无咎”: 손괘 육사(六四) 효사.
⁸⁷¹ 정응(正應): 손괘에서 육사는 하괘의 초구와 음-양으로 짝을 이루어 정응 관계이다. 아랫사람(초구)의 도움을 받는 윗사람(육사)의 모습이다.
⁸⁷² 십붕지귀(十朋之龜): ‘열 십(十)’, ‘벗 붕(朋)’ (고대 화폐 단위, 조개 5개를 1붕이라 하거나 두 붕을 1쌍으로 보기도 함), ‘거북 귀(龜)’. 매우 값비싼 거북 등껍질. 고대에는 점을 치는 신성하고 귀한 물건이었다. 여기서는 ‘아랫사람(九二)의 귀한 도움과 충성’을 비유한다.
⁸⁷³ “或益之 十朋之龜弗克違 元吉”: 손괘 육오(六五) 효사.
⁸⁷⁴ 정응(正應): 손괘에서 육오는 하괘의 구이와 음-양으로 짝을 이루어 정응 관계이다.
⁸⁷⁵ “弗損益之 无咎 貞吉 利有攸往 得臣无家”: 손괘 상구(上九) 효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