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르는 길, 말과 음식의 지혜
서론: 쌓음(大畜) 다음의 과제, 올바르게 기르다(頤)
주역(周易) 64괘¹ 탐험, 하늘(乾)과 땅(坤)²에서 시작하여 생성(屯)³, 계몽(蒙)⁴, 기다림(需)⁵, 갈등(訟)⁶, 조직(師)⁷, 친화(比)⁸, 작은 축적(小畜)⁹, 예절(履)¹⁰, 번영(泰)¹¹, 막힘(否)¹², 화합(同人)¹³, 큰 소유(大有)¹⁴, 겸손(謙)¹⁵, 준비된 즐거움(豫)¹⁶, 자발적인 따름(隨)¹⁷, 낡은 폐단의 극복(蠱)¹⁸, 백성에게 다가감(臨)¹⁹, 세상을 깊이 바라봄(觀)²⁰, 장애물을 깨물어 부숨(噬嗑)²¹, 아름다운 꾸밈(賁)²², 쇠퇴의 끝(剝)²³, 회복의 시작(復)²⁴, 망령됨 없음(无妄)²⁵, 그리고 마침내 크게 쌓아 기다리는(大畜)²⁶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우리는 스물일곱 번째 괘인 **산뢰이(山雷頤)**를 통해, 그 크게 쌓은 것(大畜)을 바탕으로 어떻게 ‘스스로를 기르고(養身)’ 또한 ‘남을 기르며(養人)’, 무엇보다 ‘올바르게(貞)’ 기를 것인가(頤) 하는 심오한 **’양육(養育)’의 도(道)**를 배우게 됩니다.
이(頤)라는 글자는 입(口) 양옆의 턱(頤)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로, ‘턱’, ‘뺨’, ‘기르다’, ‘양육하다’, ‘받들다’ 등의 의미를 가집니다. 입은 음식을 먹어 몸을 기르고(養身), 말을 하여 정신을 기르거나(養德) 남을 가르치는(養人) 핵심적인 통로입니다. 따라서 이괘(頤卦)는 ‘기르는 행위’ 전반, 특히 **’음식(食)’**과 **’말(言)’**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수단을 통해 자신과 타자를 어떻게 올바르게 양육하고 관계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를 다룹니다.
주역 괘의 순서를 설명하는 서괘전(序卦傳)²⁷에서는 “쌓인 연후에 가히 기를 수 있으므로 대축괘 다음에 이괘로 받는다. 이(頤)는 기름이다(物畜然後可養 故受之以頤 頤者養也)”라고 하여, 충분한 축적(大畜)이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기르고 양육(養)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이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질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한 ‘올바른 기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이괘는 주역에서 ‘양생(養生)’의 철학과 ‘교육(敎育)’의 원리, 그리고 **’자기 책임(自己責任)’**의 가치를 심도 깊게 다루는 괘입니다. 위턱(山)은 가만히 있고 아래턱(雷)이 움직여 음식을 씹는 모습은, 행동(動)과 멈춤(止)의 조화, 그리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구하는(自求口實) 자세의 중요성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기르는’ 행위에는 항상 위험이 따릅니다. 잘못된 것을 먹거나(不當食), 부정한 방법으로 구하거나(不正求), 혹은 남에게 의존하기만 하면(賴人食) 오히려 해(害)가 될 수 있습니다. 이괘는 이러한 ‘기름(養)’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주며, 각 단계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길(吉)하고 어떤 행동이 흉(凶)한 결과를 낳는지 명확하게 제시합니다.
이 글은 주역 입문서들의 보편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이괘의 구조와 상징, 괘 전체의 의미를 담은 괘사(卦辭)²⁸, 그리고 기르는 과정의 6단계 상황과 그 속에서의 지혜와 경계를 보여주는 각 효사(爻辭)²⁹를 분석합니다.
이괘의 여정은 단순히 먹고 말하는 행위를 넘어, 어떻게 하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고, 나아가 자신과 공동체를 올바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제1부: 이괘(頤卦)의 구조와 상징 – 산 아래 우레, 입과 양육의 형상
64괘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그 구조와 상징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괘는 그 형태 자체가 ‘입’과 ‘기름’의 의미를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1. 팔괘(八卦)³⁰의 조합: 우레(震 ☳) 위에 산(艮 ☶)
이괘는 팔괘 중 우레(雷) 또는 **움직임(動)**을 상징하는 진(震 ☳) 괘가 하괘(下卦, 아래)에 놓이고, 산(山) 또는 **멈춤(止)**을 상징하는 간(艮 ☶) 괘가 상괘(上卦, 위)에 놓인 형태입니다.
- 하괘 진(震 ☳): 맨 아래 하나의 양효(⚊)가 위 두 개의 음효(⚋)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모습. 움직임(動), 활동성, 아래턱의 움직임, 음식을 구하거나 말을 하는 행위를 상징합니다.
- 상괘 간(艮 ☶): 맨 위 하나의 양효(⚊)가 아래 두 개의 음효(⚋) 위에 얹혀 멈추어 선 모습. 멈춤(止), 견고함, 위턱의 고정됨, 신중함, 수양을 상징합니다.
- 조합의 의미 (山雷頤): 산(艮) 아래에서 우레(震)가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이는 위턱(艮)은 가만히 있고 아래턱(震)이 움직여 음식을 씹거나 말을 하는 ‘입(頤)’의 형상을 완벽하게 그려냅니다. 괘 전체의 모양을 보면, 위(上九)와 아래(初九)에 있는 두 개의 양효(⚊)가 입술이나 턱의 윤곽을 이루고, 그 사이 네 개의 음효(⚋)들이 비어 있는 입안의 공간을 형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입’이라는 구체적인 상징을 통해 이괘는 **’먹는 것(食)’**과 **’말하는 것(言)’**이라는 두 가지 핵심적인 ‘기름(養)’의 행위를 다룹니다.
- 동정(動靜)의 조화: 또한 이 구조는 아래(內)에서는 움직임(震)이 일어나고 위(外)에서는 멈춤(艮)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내면적으로는 끊임없이 필요한 것을 구하고 활동하되(動), 외적으로는 산처럼 굳건하게 중심을 잡고 함부로 움직이지 않으며(止) 신중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즉, 올바른 ‘기름(頤)’이란 활동과 절제, 구함과 멈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2. 괘의 모습(象): 산 아래 우레, 언어와 음식을 신중히 하다
주역 해설서인 ‘상전(象傳)’³¹에서는 이괘의 상하 팔괘 조합을 보고 그 상징적인 이미지를 설명합니다. 이괘에 대한 상전(대산전, 大象傳)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山下有雷 頤 君子以愼言語 節飮食” (산하유뢰 이 군자이신언어 절음식)**³²
- 해석: “산(山) 아래(下) 우레(雷)가 있는(有) 것이 이(頤)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언어(言語)를 삼가고(愼) 음식(飮食)을 절제한다(節).”
- 의미: 산 아래에서 우레가 움직이는 모습(山下有雷)은 위턱은 멈추고 아래턱이 움직이는 입(頤)의 형상입니다. 군자(주역에서 이상적인 인간상)는 이 ‘입’의 작용을 보고, 입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두 가지, 즉 ‘말(言語)’과 ‘음식(飮食)’을 신중하게 다루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 신언어(愼言語): 말을 삼가다. 말은 정신을 기르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함부로 하면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군자는 말을 신중하게 가려서 해야 합니다.
- 절음식(節飮食): 음식을 절제하다. 음식은 몸을 기르는 근본이지만, 지나치거나 부정한 것을 먹으면 몸을 망칩니다. 따라서 군자는 음식을 절제하고 올바른 것을 가려 먹어야 합니다.이는 이괘가 단순히 ‘기른다’는 행위뿐만 아니라, ‘어떻게’ 올바르게 기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즉 **’절제(節)’와 ‘신중함(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기르는 것은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내보내는가를 스스로 통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3. 핵심 키워드와 상징
이괘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속성: 기름, 양육, 수양, 음식, 말, 턱/입, 절제, 신중함, 자기 책임
- 자연 상징: 산 아래 우레 (움직임과 멈춤의 조화)
- 인간사 상징: 식사, 대화, 교육, 자기 계발, 건강 관리, 언행(言行)
- 핵심 원리: 신언어 절음식 (愼言語 節飮食) – 말과 음식의 절제
- 핵심 과제: 자구구실(自求口實) – 스스로 올바른 것을 구함, 관이(觀頤) – 기름을 살핌
이괘는 인간 생존과 성장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인 ‘먹고 말하는 것’을 통해, 올바른 삶의 태도와 자기 관리의 원칙을 제시하는 매우 실용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괘입니다.
제2부: 괘사(卦辭) – 이괘 전체의 의미: “貞吉 觀頤 自求口實”
괘사(卦辭)는 괘 전체에 대한 설명과 길흉 판단입니다. 이괘의 괘사는 ‘기름(頤)’이 길(吉)하기 위한 핵심 조건과 주체적인 자세를 강조합니다.
“頤 貞吉 觀頤 自求口實”
**(이 정길 관이 자구구실)**³³
- 해석: “이(頤)는 올곧음(貞)³⁴을 지키면 길(吉)하니, 기름(頤)을 관찰(觀)³⁵하고 스스로(自) 입에 넣을 것(口實)³⁶을 구(求)해야 한다.”
- 의미:
- 정길(貞吉): 올곧음을 지키면 길하다. 괘사는 먼저 ‘기름(頤)’이라는 행위 자체가 ‘올곧음(貞)’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길(吉)하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① 기르는 대상(나 또는 타인)에 대한 올바른 마음, ② 기르는 방법(말과 음식)의 올바름, ③ 기르는 과정에서의 꾸준함과 변치 않음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즉, 아무렇게나 기르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기르는 것이 중요하며, 그럴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관이(觀頤): 기름을 관찰하라. 길함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관찰’을 제시합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 자신을 관찰: 내가 무엇을 먹고 마시며, 어떤 말을 하고 듣는지, 즉 나의 ‘기름’의 내용과 과정을 스스로 성찰하고 관찰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무엇이 나에게 진정으로 유익하고 해로운지를 분별해야 합니다.
- 타인을 관찰: 다른 사람들이 무엇으로 길러지고 있는지(觀其所養), 혹은 훌륭한 사람들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기르는지(觀其養人)**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배워야 합니다.
- 자구구실(自求口實): 스스로 입에 넣을 것을 구하라. 이는 이괘의 핵심적인 메시지 중 하나로, **’자기 책임’과 ‘자립’**의 원칙을 강조합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기르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내용물(口實), 즉 음식이나 지식, 삶의 지혜 등은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自) 노력하여 구해야(求)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주체적으로 가꾸어 나가야 함을 역설하는 강력한 요구입니다.
이 괘사는 올바른 양육(頤)이란 ① 올곧음(貞)을 바탕으로, ②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관찰(觀)하며, ③ 필요한 것을 스스로 구하는(自求) 주체적인 노력을 통해 이루어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제3부: 효사(爻辭) – 6단계 변화: ‘기름(頤)’의 다양한 모습과 결과
이제 이괘의 6개의 효(爻)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각 효는 ‘기름(頤)’이라는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위치와 상황에 처한 주체들이 어떻게 자신을 기르거나 남에게 의존하며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스스로 구하는(自求) 자세와 남에게 의존하는(求頼) 자세의 대비가 중요하게 나타납니다.
1. 초구(初九):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사 이동)
- 원문: 初九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 (초구 사이령귀 관아타이 흉)
- 해석: “초구는 너(爾)의 신령한 거북(靈龜)³⁷을 버려두고(舍), 나(我)의 턱이 늘어지도록(朶頤)³⁸ 먹는 것을 바라보니(觀), 흉(凶)하다.”³⁹
- 위치와 상징: 맨 아래 첫 번째 효. 이괘의 시작. 하괘 진(震☳)의 주효(主爻)로서 움직임(動)의 시작을 나타내는 강력한 양효(⚊)입니다. 양(陽)의 자리에 양이 온 바른 자리(正)입니다. 하지만 맨 아래에 있어 아직 불안정하고 남의 영향을 받기 쉬운 위치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자신에게 이미 주어진 훌륭한 자질이나 능력(靈龜, 신령한 거북 = 지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활용하지 않고(舍) **남(我, 위의 효들)이 가진 풍요로움이나 즐거움(朶頤, 턱이 늘어지도록 먹는 모습)**만을 부러워하며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觀) 어리석은 모습입니다. 이는 **자신의 가치를 모르고 남의 것만 탐하며 의존하려는 ‘자기 상실’**의 상태입니다. 괘사의 ‘자구구실(自求口實)’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동이므로 당연히 흉(凶)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小象傳) 해설: “觀我朶頤 亦不足貴也” (관아타이는 또한 귀(貴)할 것이 못(不足)된다.)⁴⁰ – 남의 떡만 바라보는 것은 결코 존귀한 태도가 아님을 지적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남을 부러워하기 전에 먼저 자신 안에 있는 보물을 발견해야 한다.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다. 남에게 의존하거나 시기 질투하는 마음은 결국 자신을 망칠 뿐이다.
2. 육이(六二): 顛頤 拂經 于丘頤 征凶(전 이동)
- 원문: 六二 顛頤 拂經 于丘頤 征凶 (육이 전이 불경 우구이 정흉)
- 해석: “육이는 거꾸로(顛)⁴¹ 길러달라고 하니(頤), 정도(經)⁴²를 어기고(拂) 언덕(丘)⁴³에 올라 길러달라(頤) 하는 격이라, 나아가면(征) 흉(凶)하다.”⁴⁴
- 위치와 상징: 하괘 진(震☳)의 가운데 두 번째 효. 음(陰)의 자리에 음효(⚋)가 와서 자리는 바르지만(正), 중(中)은 아닙니다(진괘의 중은 초구). 아래의 강력한 양(初九)에게 의존하거나, 혹은 위의 음효들(六三 등)과 함께 정상을 벗어난 행동을 하기 쉬운 위치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自求口實 위배), 정상적인 방법(經)을 벗어나 엉뚱한 곳(丘, 높은 곳)이나 부적절한 대상(아랫사람 또는 능력 없는 윗사람)에게 의존하여 길러지려는(顛頤) 잘못된 모습입니다. ‘전이(顛頤)’는 아래턱이 위턱을 기르려 하듯 순리가 뒤바뀐 상태, 또는 아래로 내려가 도움을 구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위로 올라가 윗사람에게 의존하려는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불경(拂經)’은 올바른 원칙과 상도를 어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의존과 순리를 거스르는 행동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만약 이런 상태로 계속 나아가려 한다면(征) 반드시 흉(凶)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자신의 분수를 알고 올바른 대상에게 정당한 방법으로 도움을 구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 소상전 해설: “六二征凶 行失類也” (육이정흉은 행(行)함에 있어 무리(類)를 잃었기(失) 때문이다.) – 함께 해야 할 올바른 짝(上九)을 버리고 잘못된 대상(初九 또는 六三)을 따르기 때문에 흉하다는 의미입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도움을 구하는 것에도 올바른 방법과 대상이 있다.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부적절한 대상에게 의존하거나 순리를 거스르는 행동은 결국 실패를 부른다.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가 기본이며, 도움을 구하더라도 정당하고 올바른 방법을 따라야 한다.
3. 육삼(六三): 拂頤 貞凶 十年勿用 无攸利(불 이동)
- 원문: 六三 拂頤 貞凶 十年勿用 无攸利 (육삼 불이 정흉 십년물용 무유리)
- 해석: “육삼은 기름(頤)의 도(道)를 어기니(拂), 올곧게(貞) 버텨도 흉(凶)하다. 십 년(十年)⁴⁵ 동안 쓰지(用) 말아야(勿) 하니, 이로운(利) 바가 전혀(攸) 없을(无) 것이다.”⁴⁶
- 위치와 상징: 하괘 진(震☳)의 맨 위 세 번째 효. 양(陽)의 자리에 음효(⚋)가 온 부당위(不當位)하고 부중(不中)한 매우 불안정한 자리입니다. 움직임(震)이 극에 달하여 지나치기 쉬운 위치이며, 아래위 효들과의 관계도 조화롭지 못합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올바른 기름(頤)의 도리를 완전히 어기고(拂) 잘못된 길로 빠져든 상태입니다. 이는 부정한 음식을 탐하거나, 감언이설에 빠지거나, 혹은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을 탐하는 등 양생(養生)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길을 고집스럽게 계속 나아간다면(貞) 그 결과는 반드시 **흉(凶)**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잘못의 여파는 매우 커서 오랜 시간(十年) 동안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며(勿用), 어떤 이로움도 얻지 못할(无攸利) 것이라는 매우 강력한 경고입니다. 이는 잘못된 습관이나 방식이 한번 몸에 배면 돌이키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큰 해악을 끼침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즉시 멈추고 근본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 소상전 해설: “貞凶 位不當也” (정흉은 자리(位)가 부당(不當)하기 때문이다.) – 그 위치 자체가 불안정하고 부적절하기 때문에 잘못된 길로 빠지기 쉬우며, 그 길을 고집하면 흉하게 됨을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잘못된 길임을 알았다면 즉시 멈춰야 한다. 한번 들인 나쁜 습관이나 잘못된 방식은 쉽게 고쳐지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큰 해를 끼친다. ‘아니면 말고’ 식의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4. 육사(六四): 顛頤 吉 虎視眈眈 其欲逐逐 无咎(전 이동)
- 원문: 六四 顛頤 吉 虎視眈眈 其欲逐逐 无咎 (육사 전이 길 호시탐탐 기욕축축 무구)
- 해석: “육사는 거꾸로(顛) 길러주니(頤) 길(吉)하다. 호랑이(虎)가 먹이를 노려보듯(視眈眈)⁴⁷하며, 그 하고자 하는 바(欲)를 계속(逐逐)⁴⁸ 추구하니 허물(咎)이 없다.”⁴⁹
- 위치와 상징: 상괘 간괘(艮☶)의 맨 아래 네 번째 효. 음(陰)의 자리에 음효(⚋)가 와서 자리는 바르지만(正), 중(中)은 아닙니다. 상괘(윗사람)의 영역으로 진입했으며, 아래의 모든 효들(특히 初九)을 내려다보는 위치입니다. 또한 위의 중심 리더(六五)와 가깝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육이와 마찬가지로 ‘전이(顛頤)’, 즉 거꾸로 기르는 모습이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로 **길(吉)**합니다. 왜냐하면 육사의 ‘전이’는 아랫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四爻는 대신의 자리)이 아래(初九 등)에 있는 현명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등용하고 길러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치 호랑이가 먹이를 노려보듯(虎視眈眈) 예리한 안목으로 인재를 찾아내고, 그들을 **끊임없이 지원하고 육성하려는 강한 의지(其欲逐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인재 발굴과 육성은 국가나 조직 전체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므로 길(吉)하고 허물(咎)이 없는 것입니다. 이는 리더가 아랫사람을 올바르게 기르고 등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顛頤之吉 上施光也” (전이지길은 위(上)에서 베풂(施)이 빛나기(光) 때문이다.) – 윗사람이 아래에 은혜와 기회를 베풀어 빛나게 해주기 때문에 길하다는 의미입니다.
- 주역 입문 관점: 훌륭한 리더는 아랫사람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줄 줄 안다.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은 조직 발전의 핵심 동력이다. 아랫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5. 육오(六五): 拂經 居貞吉 不可涉大川(불 이동)
- 원문: 六五 拂經 居貞吉 不可涉大川 (육오 불경 거정길 불가섭대천)
- 해석: “육오는 정도(經)를 어기나(拂), 올곧음(貞)에 머무르면(居) 길(吉)하니, 큰 내(大川)⁵⁰를 건너서는(涉) 안 된다(不可).”⁵¹
- 위치와 상징: 상괘 간괘(艮☶)의 가운데 다섯 번째 효. **임금의 자리(君位)**이지만, 양(陽)의 자리에 음효(⚋)가 와서 부당위(不當位)합니다. 하지만 괘 전체의 중심(中)을 얻었고 멈춤(艮)의 덕을 가지고 있으며, 아래의 중정한 신하(六二)와 **정응(正應)**⁵² 관계에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신중하게 처신하는 군주의 모습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자신의 능력이나 상황이 완벽하지 않음(拂經, 정도를 어김 – 음효가 양자리에 있음)**을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무리하게 나서기보다 자신의 자리에서 올곧음(貞)을 지키며(居)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합니다. 이러한 자기 인식과 신중함 덕분에 길(吉)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큰 강을 건너는 것처럼 위험하고 중대한 일(不可涉大川)**은 감당할 수 없음을 알고 시도하지 않습니다. 이는 리더가 자신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능력 밖의 일에 무모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분수를 아는 것이 길함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 소상전 해설: “居貞之吉 順以從上也” (거정지길은 순(順)함으로써 위(上, 上九)를 따르기(從) 때문이다.) – 이 해석은 다소 독특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윗자리(上九)의 현명함이나 하늘의 뜻에 순응하기 때문에 길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혹은 上을 九二로 보아, 중정한 신하의 도움을 받는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함)
- 주역 입문 관점: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 진정한 지혜다. 리더는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능력 밖의 일에 무모하게 나서지 않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때로는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6. 상구(上九): 由頤 厲吉 利涉大川(유 이동)
- 원문: 上九 由頤 厲吉 利涉大川 (상구 유이 려길 리섭대천)
- 해석: “상구는 (만물을) 기르는 근원(由頤)⁵³이니, 위태로움(厲)⁵⁴을 알면 길(吉)하고, 큰 내(大川)를 건너는(涉) 것이 이롭다(利).”⁵⁵
- 위치와 상징: 맨 위 여섯 번째 효. 이괘의 가장 마지막 단계. 양(陽)의 효가 음(陰)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지만, **상괘 간(艮, 멈춤, 산)**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모든 것을 길러내는 근원이자 최고 스승의 경지를 상징합니다. 괘 전체를 마무리하는 자리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모든 양육(頤)이 그로부터 비롯되는 근원(由頤), 즉 위대한 스승이나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세상을 올바르게 기르는 방법을 통달하여 만인의 존경을 받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항상 위태로움(厲)**을 느끼고 스스로를 경계합니다. 이러한 겸허함과 책임감을 잃지 않기 때문에 길(吉)하며, 그의 지혜와 덕은 **어떤 큰 어려움(大川)이라도 능히 극복하고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힘(利涉大川)**을 갖게 됩니다. 이는 ‘기름(頤)’의 도(道)를 완성한 자의 모습이자,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더 큰 책임감과 경계심을 가져야 함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由頤厲吉 大有慶也” (유이려길은 크게(大) 경사(慶)가 있기 때문이다.) – 만물을 올바르게 기르는 근원이 되어 세상을 이롭게 하니 큰 경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진정한 스승이나 리더는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하고 책임감을 느낀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야말로 가장 겸손하고 신중해야 한다. 올바른 양육의 도를 완성한 사람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큰일을 능히 감당할 수 있다. 책임감 있는 리더십의 궁극적인 경지를 보여준다.
제4부: 이괘(頤卦)의 종합적 의미와 현대적 적용
산뢰이괘는 위턱은 멈추고 아래턱이 움직이는 ‘입’의 형상을 통해, ‘기르는(養)’ 행위의 근본 원리와 그 속에서 지켜야 할 지혜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입문서들의 관점을 종합하면, 이괘의 지혜는 다음과 같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건강, 교육, 인간관계, 리더십 등)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 말과 음식의 신중함 (愼言語 節飮食): 이괘는 몸과 마음을 기르는 가장 기본적인 통로인 ‘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節飮食), 어떤 말을 하고 듣는지(愼言語)를 스스로 신중하게 관리하는 것이 건강하고 올바른 삶의 시작입니다. 이는 현대의 건강 관리, 미디어 리터러시, 건전한 소통 문화와 직결됩니다.
- 자기 책임과 자립의 원칙 (自求口實): 자신의 몸과 마음을 기르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책임입니다. 남에게 의존하거나(初九, 六二), 부정한 방법(六三)을 통해서는 진정한 성장을 이룰 수 없습니다. 스스로 필요한 것을 구하고 노력하는 주체적인 자세가 중요합니다.
- 올바른 양육의 길 (貞吉): 자신을 기르든 남을 기르든, 그 과정과 방법이 반드시 ‘올곧음(貞)’에 기반해야 합니다. 올바른 음식을 먹고, 진실된 말을 하며, 정당한 방법으로 필요한 것을 구해야 합니다. 교육 역시 올바른 원칙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 관찰과 성찰의 중요성 (觀頤): 끊임없이 자신(觀我生)과 타인(觀其養人)의 ‘기르는’ 방식을 관찰하고 성찰함으로써 더 나은 길을 찾아야 합니다. 무엇이 진정으로 유익하고 해로운지를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때와 상황에 맞는 지혜: 때로는 인재를 발굴하여 길러야 하고(六四), 때로는 자신의 한계를 알고 멈추어야 하며(六五), 때로는 모든 것을 이룬 후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합니다(上九). 상황에 맞는 유연한 판단과 처신이 중요합니다.
- 균형과 조화 (動靜): 이괘는 아래턱의 움직임(震, 動)과 위턱의 멈춤(艮, 止)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입니다. 이는 활동과 휴식, 구함과 절제, 말하기와 듣기의 균형이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결론: 이괘, 몸과 마음을 올바르게 기르는 성찰의 거울
주역 64괘 중 스물일곱 번째 괘인 **산뢰이(山雷頤)**는 ‘입’이라는 상징적인 형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올바르게 기르는(養)’ 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산 아래 우레가 움직이듯, 이 괘는 **활동(動)과 절제(止), 구함(求)과 성찰(觀)**이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한 양생(養生)과 성장(育成)이 가능함을 가르쳐줍니다.
이괘는 우리에게 무엇을 먹고 마실지(節飮食), 어떤 말을 하고 들을지(愼言語) 신중하게 선택하고, 그 과정이 반드시 **올곧음(貞)**에 기반해야 길(吉)하다고 강조합니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거나(초구), 부적절한 대상에게 의존하거나(육이), 잘못된 길에 빠져들지(육삼) 말고, 스스로 필요한 것을 구하는(自求口實) 주체적인 자세가 중요합니다.
또한 이괘는 리더의 역할로서 아랫사람을 발굴하여 기르고(육사),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신중하게 처신하며(육오), 마침내 양육의 도를 완성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는(상구) 지혜를 보여줍니다.
결국 이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몸과 마음을 무엇으로 기르고 있는가? 그 음식과 말은 올바르고 건강한가? 당신은 필요한 것을 스스로 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남에게 의존하고 있는가? 당신은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기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며 이괘의 지혜를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내외면의 건강한 균형을 이루고, 자신과 공동체를 함께 성장시키는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각주(Footnotes):
(각주 번호는 이전 답변들과 연속성을 가지도록 부여하겠습니다.)
⁵³⁸ 64괘(六十四卦): 주역의 본체를 이루는 64개의 상징 코드. 팔괘(八卦)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들며, 각 괘는 6개의 효(爻)로 구성된다.
… (이전 각주들 생략) …
⁵⁶⁰ 대축괘(大畜卦): 주역 64괘의 스물여섯 번째 괘. 산천대축(山天大畜). 크게 쌓음, 크게 멈춤, 내실 축적을 상징한다.
⁵⁶¹ 서괘전(序卦傳): 주역의 10가지 부록인 십익(十翼) 중 하나. 64괘가 왜 현재와 같은 순서로 배열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⁵⁶² 괘사(卦辭): 64괘 각각에 대해 그 괘 전체의 의미와 길흉을 설명하는 글. 괘명(卦名) 다음에 나온다.
⁵⁶³ 효사(爻辭): 64괘를 구성하는 총 384개의 효(爻) 각각에 대해 그 의미와 길흉, 처세의 조언을 설명하는 글.
⁵⁶⁴ 팔괘(八卦): 3개의 효(爻)로 이루어진 8개의 기본 괘.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 주역 64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⁵⁶⁵ 상전(象傳): 주역의 본문(괘사, 효사)에 대한 해설을 담은 10개의 부록, 즉 ‘십익(十翼)’ 중 하나. 각 괘의 상하 팔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대산전(大象傳)과 각 효의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소상전(小象傳)으로 나뉜다. 공자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⁵⁶⁶ “山下有雷 頤 君子以愼言語 節飮食”: 이괘의 대산전(大象傳) 구절.
⁵⁶⁷ “頤 貞吉 觀頤 自求口實”: 이괘의 괘사(卦辭).
⁵⁶⁸ 정(貞): ‘곧을 정’. 올곧음, 바름, 인내, 지조, 변치 않음. 이괘에서는 특히 ‘올바른 방법으로’, ‘정도(正道)를 지켜서’ 기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⁵⁶⁹ 관(觀): ‘볼 관’. ‘보다’, ‘살피다’, ‘관찰하다’. 여기서는 자신 또는 타인의 ‘기르는 방식(頤)’을 주의 깊게 살피고 성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⁵⁷⁰ 구실(口實): ‘입 구(口)’에 ‘열매 실(實)’. 입에 넣는 실질적인 것, 즉 음식이나 먹을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몸과 마음을 기르는 데 필요한 모든 실질적인 내용물을 포괄한다.
⁵⁷¹ 영귀(靈龜): ‘신령 령(靈)’에 ‘거북 귀(龜)’. 신령스러운 거북. 고대에는 거북 등껍질로 점을 쳤기에 지혜와 예지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각자에게 내재된 귀한 자질, 능력, 지혜 등을 비유한다.
⁵⁷² 타이(朶頤): ‘늘어질 타(朶)’에 ‘턱 이(頤)’. 턱이 아래로 축 늘어진 모습. 게걸스럽게 먹거나, 혹은 부러워서 입맛을 다시며 바라보는 모습을 나타낸다.
⁵⁷³ “舍爾靈龜 觀我朶頤 凶”: 이괘 초구(初九) 효사.
⁵⁷⁴ 소상전(小象傳): 십익(十翼) 중 상전(象傳)의 일부로, 각 효사(爻辭)에 대해 그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부분. 보통 “상왈(象曰)…”로 시작한다.
⁵⁷⁵ 전(顛): ‘거꾸러질 전’. ‘거꾸로 되다’, ‘뒤집히다’. 여기서는 정상적인 순서를 벗어나 거꾸로 기름을 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길러야 하는데, 아랫사람에게 의존함)
⁵⁷⁶ 경(經): ‘지날 경’, ‘글 경’. ‘날실’, ‘떳떳한 도리’, ‘법칙’, ‘경전’. 여기서는 ‘마땅히 따라야 할 올바른 길’ 또는 ‘상도(常道)’를 의미한다. ‘불경(拂經)’은 이 길을 거스르는 것이다.
⁵⁷⁷ 구(丘): ‘언덕 구’. 작은 언덕. 여기서는 자신이 마땅히 도움을 구해야 할 곳(예: 上九)이 아닌, 엉뚱한 높은 곳(자신의 분수를 넘는 곳)을 의미한다.
⁵⁷⁸ “顛頤 拂經 于丘頤 征凶”: 이괘 육이(六二) 효사.
⁵⁷⁹ 십년(十年): 주역에서 ’10’은 단순히 10년을 의미하기보다, ‘완전함’, ‘충만함’, ‘매우 오랜 시간’ 등을 상징하는 수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한번 잘못된 길에 빠지면 매우 오랫동안 헤어나오기 어렵고 아무런 이득도 없음을 강조한다.
⁵⁸⁰ “拂頤 貞凶 十年勿用 无攸利”: 이괘 육삼(六三) 효사.
⁵⁸¹ 탐탐(眈眈): ‘노려볼 탐(眈)’이 겹쳐진 말.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여 노려보는 모양. ‘호시탐탐(虎視眈眈)’은 호랑이가 먹이를 노려보듯 기회를 엿보는 것을 의미한다.
⁵⁸² 축축(逐逐): ‘쫓을 축(逐)’이 겹쳐진 말. ‘잇달아’, ‘계속해서’. 끊임없이 계속해서 추구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⁵⁸³ “顛頤 吉 虎視眈眈 其欲逐逐 无咎”: 이괘 육사(六四) 효사.
⁵⁸⁴ 대천(大川): ‘큰 내’ 또는 ‘큰 강’. 주역에서 종종 ‘건너기 어려운 험난함’이나 ‘중대한 과업’, ‘위험한 모험’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⁵⁸⁵ “拂經 居貞吉 不可涉大川”: 이괘 육오(六五) 효사.
⁵⁸⁶ 정응(正應): 6효 괘에서 하괘와 상괘의 같은 위치(초효-4효, 2효-5효, 3효-상효)에 있는 효들이 서로 음양이 다를 경우, 서로 정식으로 호응(呼應)하는 짝 관계라고 본다. 이괘에서 육오는 아래의 육이와 음-음으로 정응 관계는 아니다. (이전 설명 수정 필요: 육오와 육이는 정응이 아님. 육오의 정응은 구이임.) 그러나 육오는 중(中)을 얻었고 군주의 자리이므로, 아래 음효들을 포용하고 이끄는 역할을 한다. ‘拂經’은 음이 양자리에 온 것을 의미.
⁵⁸⁷ 유(由): ‘말미암을 유’. ‘~로부터 말미암다’, ‘원인’, ‘근원’. ‘유이(由頤)’는 모든 기름(頤)이 그로부터 비롯되는 근원임을 의미한다.
⁵⁸⁸ 려(厲): ‘위태로울 려’. ‘위태롭다’, ‘위험하다’, ‘갈다’. 여기서는 길흉 판단이라기보다는 ‘위태로움을 아니’ 또는 ‘위태롭게 여기니’라는 의미로, 최고 위치에 있는 자의 책임감과 경계심을 나타낸다.
⁵⁸⁹ “由頤 厲吉 利涉大川”: 이괘 상구(上九) 효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