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64괘 해설 [30]: 중화리(重火離 ☲☲)


– 밝음의 길, 의존 속의 올바름

서론: 험난함(坎) 다음의 빛, 밝음(離)을 마주하다

주역(周易) 64괘¹ 탐험, 하늘(乾)과 땅(坤)²에서 시작하여 생성(屯)³, 계몽(蒙)⁴, 기다림(需)⁵, 갈등(訟)⁶, 조직(師)⁷, 친화(比)⁸, 작은 축적(小畜)⁹, 예절(履)¹⁰, 번영(泰)¹¹, 막힘(否)¹², 화합(同人)¹³, 큰 소유(大有)¹⁴, 겸손(謙)¹⁵, 준비된 즐거움(豫)¹⁶, 자발적인 따름(隨)¹⁷, 낡은 폐단의 극복(蠱)¹⁸, 백성에게 다가감(臨)¹⁹, 세상을 깊이 바라봄(觀)²⁰, 장애물을 깨물어 부숨(噬嗑)²¹, 아름다운 꾸밈(賁)²², 쇠퇴의 끝(剝)²³, 회복의 시작(復)²⁴, 망령됨 없음(无妄)²⁵, 크게 쌓아 기다림(大畜)²⁶, 올바르게 기름(頤)²⁷, 크게 지나친 위태로움(大過)²⁸, 그리고 마침내 거듭되는 험난함(坎)²⁹의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른 번째 괘이자 상경(上經)의 마지막 괘³⁰인 중화리(重火離) 또는 **이위화(離爲火)**를 통해, 그 **험난한 어둠(坎)을 지나 마침내 도달한 ‘밝음(離)’, ‘아름다움(麗)’, 그리고 ‘붙어서 의존함(離)’**의 세계와 그 속에서의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리(離)라는 글자는 새(隹)가 그물(离)에 걸린 모습, 혹은 소(牛)의 뿔(角) 사이(凶)에서 빛이 나는 모습 등으로 해석되며, 원래는 ‘떠나다’, ‘흩어지다’는 의미였으나 주역에서는 ‘붙다’, ‘걸리다’, ‘의지하다’, ‘아름답다’, ‘밝다’, ‘불’ 등의 의미로 확장되어 사용됩니다. 이는 마치 불(火)이 땔감에 ‘붙어서’ 타오르며 밝은 빛을 내는 모습, 혹은 태양(日)이 하늘에 ‘걸려서’ 세상을 비추는 모습과 같습니다. 즉, 리(離)는 독립적인 실체라기보다는 무언가에 의존하여 자신의 밝음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속성을 가집니다.

앞선 중수감(重水坎)괘가 험난함이 거듭되는 위기의 상황과 그 속에서 내면의 진실(孚)을 지키는 지혜를 그렸다면, 리괘(離卦)는 그 어둠을 밝히는 ‘밝음(明)’과 ‘지성(知性)’, 그리고 문명(文明)의 빛을 상징합니다. 주역 괘의 순서를 설명하는 서괘전(序卦傳)³¹에서는 “빠짐은 반드시 붙는 바가 있으므로 감괘 다음에 리괘로 받는다. 리(離)는 붙는 것이다(陷必有所麗 故受之以離 離者麗也)”라고 하여, 험난함(坎, 陷)에 빠졌던 존재는 반드시 어딘가에 의지하고 붙어서(離, 麗) 다시 일어서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리괘는 주역에서 ‘밝음’, ‘지혜’, ‘아름다움’, ‘문명’, ‘문화’, ‘예술’ 등을 상징하는 매우 긍정적인 괘입니다. 밝은 불(離)이 위아래로 겹쳐 있는 모습은, 어둠을 몰아내고 모든 것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지성의 빛’ 또는 **’문명의 개화’**를 나타냅니다. 마치 태양이 중천에 떠올라 세상을 환히 비추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주역은 항상 음양의 양면성을 이야기합니다. 리괘의 ‘밝음’과 ‘아름다움’은 동시에 ‘덧없음(불은 땔감이 다하면 꺼짐)’, ‘의존성(무언가에 붙어야만 존재함)’, 그리고 지나치면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파괴성’ 또한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밝음’은 모든 것을 드러내기에 숨겨진 문제나 갈등이 표면화될 수도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 괘는 밝음을 어떻게 유지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그 밝음이 가진 위험성을 어떻게 경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 글은 주역 입문서들의 보편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리괘의 구조와 상징, 괘 전체의 의미를 담은 괘사(卦辭)³², 그리고 밝음 속에서 펼쳐지는 6단계의 상황과 그 속에서의 지혜와 경계를 보여주는 각 효사(爻辭)³³를 분석합니다.

리괘의 여정은 단순히 밝음을 즐기는 것을 넘어, 그 밝음의 근원을 깨닫고(依附), 올바름(貞) 속에서 그 빛을 지속시키며(繼明), 나아가 세상을 널리 이롭게(照于四方) 하는 진정한 ‘밝음의 길’을 배우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제1부: 리괘(離卦)의 구조와 상징 – 불 위에 불, 거듭되는 밝음과 의존

64괘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그 구조와 상징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리괘는 그 구조 자체가 ‘밝음’과 ‘의존’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1. 팔괘(八卦)³⁴의 조합: 불(離 ☲) 위에 불(離 ☲)

리괘는 팔괘 중 불(火) 또는 밝음(明), **붙음(麗)**을 상징하는 리(離 ☲) 괘가 하괘(下卦, 아래)와 상괘(上卦, 위)에 모두 놓인 형태입니다. 리괘 역시 감괘와 마찬가지로 팔괘의 이름과 64괘의 이름이 동일하며(離爲火), 그 자체의 속성이 중첩되어 강조됨을 나타냅니다.

  • 리(離 ☲) 괘의 속성: 위아래 양효(⚊) 사이에 **하나의 음효(⚋)**가 끼어 있는 모습 (외강내유 外剛內柔, 외실내허 外實內虛). 밝음(明), 붙음/의존(麗), 아름다움, 불, 태양, 문명, 지성, 둘째 딸(中女)을 상징합니다. 무언가에 의지하여(陰) 자신의 밝음(陽)을 드러내는 속성을 가집니다.
  • 중첩의 의미 (重火離 / 離爲火): 밝음(離) 위에 다시 밝음(離)이 겹쳐진 모습은, 밝음과 문명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의미합니다. 어둠이 완전히 물러가고 모든 것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는 상태입니다. 이는 지성과 문화가 융성하고 예(禮)가 밝게 빛나는 문명 사회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리괘의 본질적인 속성인 ‘의존성(麗)’ 역시 중첩됩니다. 즉, 이 밝음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운데 음효, 즉 올바른 도리나 대상)에 의존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밝음임을 강조합니다. 만약 의지할 대상이 사라지거나, 그 의존하는 방식이 잘못되면 이 찬란한 밝음은 순식간에 꺼져버릴 수 있는 **’덧없음’**과 ‘위태로움’ 또한 내포하고 있습니다. 불이 아름답지만 위험하듯, 리괘의 밝음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2. 괘의 모습(象): 밝음이 거듭 일어나다, 대인의 사명

주역 해설서인 ‘상전(象傳)’³⁵에서는 리괘의 상하 팔괘 조합을 보고 그 상징적인 이미지를 설명합니다. 리괘에 대한 상전(대산전, 大象傳)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明兩作 離 大人以繼明照于四方” (명량작 리 대인이계명조우사방)**³⁶

  • 해석: “밝음(明)이 두 번(兩) 일어나는(作) 것이 리(離)이니, 대인(大人)³⁷은 이를 본받아 밝음(明)을 이어(繼) 사방(四方)을 비춘다(照于).”
  • 의미: 불(離)이 위아래로 거듭하여 밝음이 두 배가 된 모습(明兩作 離)은 문명의 빛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입니다. 대인(大人, 이상적인 지도자 또는 성인)은 이러한 밝음의 상(象)을 보고 자신의 사명을 깨닫습니다. 즉, 단순히 현재의 밝음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문명의 밝은 빛(明)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도록(繼) 노력해야 하며, 나아가 그 빛을 자신만이 아니라 온 세상 사방(四方) 구석구석까지 비추어(照于) 모든 사람들을 밝음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리더의 끊임없는 자기 수양(繼明)**과 **백성을 교화하고 세상을 밝히는 사회적 책임(照于四方)**을 강조하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리괘의 밝음은 개인적인 깨달음을 넘어, 세상을 향한 ‘비춤’과 ‘계승’의 사명을 담고 있습니다.

3. 핵심 키워드와 상징

리괘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속성: 밝음, 명료함, 지성, 문명, 문화, 예술, 아름다움, 의존, 붙음, 일시적임
  • 자연 상징: 불, 태양, 번개, 노을, 밝은 빛
  • 인간사 상징: 학문, 예술, 교육, 언론, 방송, 명예, 인기, 계약, 관계 (의존적인), 이별 (원래 의미)
  • 핵심 원리: 이려(離麗) – 밝음은 붙어야 존재함, 계명(繼明) – 밝음을 이어감
  • 핵심 과제: 올바른 대상에 의존, 중정(中正) 유지, 밝음의 지속, 교만 경계, 내면 성찰

리괘는 밝고 화려한 문명의 정점을 상징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의존성과 덧없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올바른 길(貞)을 걸어야 함을 강조하는 괘입니다.


제2부: 괘사(卦辭) – 리괘 전체의 의미: “利貞 亨 畜牝牛吉”

괘사(卦辭)는 괘 전체에 대한 설명과 길흉 판단입니다. 리괘의 괘사는 밝음(離)이 형통하기 위한 조건과 그 비결을 제시합니다.

“離 利貞 亨 畜牝牛吉”

**(리 리정 형 축빈우길)**³⁸

  • 해석: “리(離)는 올곧음(貞)³⁹을 지키는 것이 이롭고(利) 형통(亨)⁴⁰하니, 암소(牝牛)⁴¹를 기르면(畜) 길(吉)하다.”
  • 의미:
    1. 리정 형(利貞 亨): 올곧음을 지키는 것이 이롭고 형통하다. 괘사는 먼저 리괘가 **’올곧음(貞)’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이롭고(利) 형통(亨)**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합니다. 이는 리(離)의 밝음이 그 자체로 완전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붙어서(麗)’ 존재하는 의존적인 속성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붙는 대상’이나 ‘붙는 방식’이 올바르고(貞) 변치 않아야만 그 밝음이 지속되고 형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부정한 대상에 의지하거나, 변덕스럽게 이리저리 옮겨붙는다면 그 밝음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 **올바른 신념, 올바른 관계, 올바른 도리(貞)**에 굳건히 의지하는 것이 리괘 성공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2. 축빈우길(畜牝牛吉): 암소를 기르면 길하다. 이것이 리괘의 핵심적인 비결이자 독특한 처방입니다. 불(離)은 본성상 매우 밝고 활동적이며 때로는 파괴적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의 속성을 제어하고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그와 반대되는 성질, 즉 땅(坤)의 덕성이 필요합니다. ‘암소(牝牛)’는 바로 땅(坤)의 유순함(順), 인내심(貞固), 포용력, 그리고 꾸준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입니다. 따라서 ‘암소를 기른다(畜)’는 것은, 리괘의 밝고 활동적인 기운 속에서도 항상 내면에 소와 같은 유순함과 인내심을 기르고, 경거망동하지 않으며, 꾸준히 덕을 쌓아나가야 길(吉)하다는 심오한 가르침입니다. 이는 마치 밝은 불(離)이 꺼지지 않도록 꾸준히 땔감(坤)을 공급하고 바람(巽)을 막아주는 것과 같습니다. 밝음(離)과 유순함(坤)의 조화야말로 리괘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상태입니다.

이 괘사는 리괘의 밝음이 지속되고 형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곧은 의존(利貞)’과 ‘내면의 유순함과 인내(畜牝牛)’가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밝음만큼이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내면의 덕성이 중요함을 역설하는 것입니다.


제3부: 효사(爻辭) – 6단계 변화: ‘밝음(離)’의 여정과 그 명암

이제 리괘의 6개의 효(爻)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각 효는 ‘밝음(離)’이라는 상황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각자의 위치에 따라 그 밝음이 어떻게 나타나고 변화하며,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리괘는 각 효가 처한 상황과 그에 맞는 처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1. 초구(初九): 리착연(履錯然) 경지(敬之) 무구(无咎)

  • 원문: 初九 履錯然 敬之 无咎 (초구 리착연 경지 무구)
  • 해석: “초구는 밟음(履)⁴²이 어지러우니(錯然)⁴³, 공경(敬)하면 허물(咎)⁴⁴이 없을 것이다.”⁴⁵
  • 위치와 상징: 맨 아래 첫 번째 효. 리괘의 시작. 하괘 리(離☲)의 아래에 있는 **강력한 양효(⚊)**이며, 양(陽)의 자리에 양이 온 바른 자리(正)입니다. 밝음(離)이 막 시작되어 앞으로 나아가려는 단계입니다.
  • 의미와 조언: 밝음이 시작되는 초기 단계에는 아직 방향이 명확하지 않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느라 발걸음이 다소 어지러울(履錯然) 수 있습니다. 마치 새벽녘에 막 깨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효는 강건하고 올바른(正) 본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초기의 혼란 속에서도 경건하고 신중한 마음(敬)**을 잃지 않는다면 큰 허물(无咎)없이 무사히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새로운 시작 단계에서의 약간의 혼란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도 경건함과 신중함을 유지하는 자세임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小象傳) 해설: “履錯之敬 以辟咎也” (이착지경은 허물(咎)을 피(辟)하기 위함이다.)⁴⁶ –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도 공경함을 유지하는 것이 허물을 피하는 길임을 부연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방향이 불확실하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경거망동하지 말고, 신중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심의 자세가 중요하다.

2. 육이(六二): 황리(黃離) 원길(元吉)

  • 원문: 六二 黃離 元吉 (육이 황리 원길)
  • 해석: “육이는 누런(黃)⁴⁷ 빛으로 빛나니(離), 크게(元)⁴⁸ 길(吉)하다.”⁴⁹
  • 위치와 상징: 하괘 리(離☲)의 가운데 두 번째 효. **괘 전체의 두 음효 중 하나(⚋)**이며, **음(陰)의 자리에 음효가 온 중정(中正)**⁵⁰의 자리입니다. 하괘 밝음(離)의 중심이자 핵심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리괘에서 가장 이상적인 밝음의 상태를 보여줍니다. ‘누런색(黃)’은 오행에서 **중앙(中央) 토(土)**를 상징하며, 중용(中庸), 치우치지 않음, 조화로움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황리(黃離)’는 밝음(離)이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고 완벽하게 중정(中正)의 덕을 갖춘 상태입니다. 이는 마치 한낮의 태양처럼 세상을 밝고 따뜻하게 비추지만 눈부시거나 뜨겁지 않은, 가장 이상적인 빛입니다. 이러한 중용의 밝음은 당연히 **가장 근본적이고 큰 길함(元吉)**을 가져다줍니다. 이는 밝음(지성, 문명)은 반드시 중용과 조화를 갖출 때 가장 큰 가치를 발휘함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黃離元吉 得中道也” (황리원길은 중도(中道)를 얻었기 때문이다.) – 중용의 도를 얻었기에 가장 크게 길하다는 의미입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모든 덕목은 중용을 잃으면 해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지식이나 재능(밝음)이라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中)과 올바른 마음(正)으로 사용할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중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3. 구삼(九三): 일측지리(日昃之離) 불고부이가(不鼓缶而歌) 즉대가질(則大耋之嗟) 凶(흉)

  • 원문: 九三 日昃之離 不鼓缶而歌 則大耋之嗟 凶 (구삼 일측지리 불고부이가 즉대질지차 흉)
  • 해석: “구삼은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日昃)⁵¹ 때의 밝음(離)이니, 질장구(缶)⁵²를 두드리며 노래(歌)하지 않으면, 늙은이(大耋)⁵³의 탄식(嗟)만 있을 뿐이니 흉(凶)하다.”⁵⁴
  • 위치와 상징: 하괘 리(離☲)의 맨 위 세 번째 효. 양(陽)의 자리에 양효(⚊)가 온 매우 강하고(剛) 밝은(明) 자리이지만, 중(中)을 벗어났고 하괘의 끝이자 상괘로 넘어가는 변화의 경계에 위치합니다. 하괘 밝음(離)이 극에 달하여 이제 막 기울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밝음이 정점을 지나 서서히 저물어가는 황혼녘의 모습입니다. 인생으로 치면 노년기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때에는 지나간 젊음(밝음)에 집착하거나 다가올 어둠(죽음)을 슬퍼하며 탄식만(大耋之嗟) 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남아있는 시간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며(鼓缶而歌) 여생을 보내는 것이 순리입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고 과거에 연연하거나 미래를 비관하며 허송세월한다면, 그 결과는 흉(凶)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모든 것에는 끝이 있으며, 그 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마무리하는가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쇠락의 과정 속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지혜를 가르쳐줍니다.
  • 소상전 해설: “日昃之離 何可久也” (일측지리는 어찌(何) 오래(久) 갈 수 있겠는가?) – 해가 기우는 밝음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자연의 이치를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영원한 것은 없다. 성공의 정점, 젊음의 시간은 반드시 지나간다.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를 비관하는 것은 현재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지혜와 통한다.

4. 구사(九四): 돌여(突如) 기래여(其來如) 분여(焚如) 사여(死如) 기여(棄如)

  • 원문: 九四 突如其來如 焚如死如棄如 (구사 돌여기래여 분여사여기여)
  • 해석: “구사는 갑자기(突如) 그것이(其) 오는(來如) 듯하며, 불타는(焚如) 듯하고 죽는(死如) 듯하며 버려지는(棄如) 듯하다.”⁵⁵
  • 위치와 상징: 상괘 리(離☲)의 맨 아래 네 번째 효. 음(陰)의 자리에 양효(⚊)가 온 **부당위(不當位)**하고 부중(不中)한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자리입니다. 하괘의 밝음이 끝나고 상괘의 새로운 밝음이 시작되는 지점이며, 아래위 양효(九三, 九五)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갑작스럽고 격렬하며 파괴적인 불(火)**의 모습을 그립니다. 마치 마른 장작에 불이 옮겨붙어 순식간에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죽음과 폐허만 남기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위치(不當位)에서 지나치게 조급하고 과격하게 행동하거나, 혹은 예상치 못한 재앙이나 급격한 변화가 닥쳐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상황을 상징합니다. ‘돌여(突如)’는 갑작스러움, ‘분여(焚如)’는 파괴, ‘사여(死如)’는 소멸, ‘기여(棄如)’는 버려짐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극도로 불안정하고 파괴적인 상황이므로, 효사 자체에는 길흉 판단이 없지만 매우 흉(凶)한 상황임을 암시합니다. 이는 밝음(離)이 잘못 사용되거나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을 때의 끔찍한 결과를 보여주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 소상전 해설: “突如其來如 无所容也” (돌여기래여는 용납(容)할 곳이 없는(无所) 것이다.) – 너무나 갑작스럽고 격렬하여 주변에서 받아들여지거나 용납될 여지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조급함과 과격함은 파멸을 부른다. 자신의 위치와 능력을 파악하고 분수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특히 변화의 시기에는 더욱 신중하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통제되지 않는 열정이나 분노는 자신과 주변 모두를 파괴할 수 있다.

5. 육오(六五): 출체타약(出涕沱若) 척자약(戚咨若) 길(吉)

  • 원문: 六五 出涕沱若 戚咨若 吉 (육오 출체타약 척자약 길)
  • 해석: “육오는 눈물(涕)을 줄줄(沱若) 흘리고, 근심하고 탄식(戚咨若)⁵⁶하니, 길(吉)하다.”⁵⁷
  • 위치와 상징: 상괘 리(離☲)의 가운데 다섯 번째 효. **임금의 자리(君位)**이며, **음효(⚋)**가 양(陽)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지만 괘 전체의 **중심(中)**을 얻었습니다. 상괘 밝음(離)의 주체로서 세상을 밝혀야 하지만, 음(陰)으로서 그 힘이 부족하고 아래위 강한 양효(九四, 上九) 사이에 끼어 매우 위태롭고 근심스러운 위치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자신의 부족함과 주변의 위태로운 상황을 절감하며 눈물 흘리고 근심하는 리더의 모습입니다. 겉으로는 슬프고 나약해 보이지만, 이 **’근심(憂患意識)’**이야말로 그를 길(吉)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교만하지 않고, 세상을 밝혀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항상 두려워하며(戒懼) 자신을 성찰합니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근심과 성찰이 그를 올바른 길로 이끌고 주변의 도움(아래 양효들의 지지)을 얻게 하여, 마침내 위태로움을 극복하고 길(吉)함에 이르게 한다는 역설적인 지혜입니다. 이는 리더의 ‘근심하는 마음’이야말로 조직을 구하는 힘임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六五之吉 離王公也” (육오지길은 왕공(王公)에 붙어(離) 있기 때문이다.) – 이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① 왕공(王公)은 아래의 현명한 신하들(양효들)을 의미하며, 그들에게 의지하기에 길하다. ② 왕공(王公)은 밝음(離) 자체를 의미하며, 밝음의 중도를 얻었기에 길하다. ③ 왕과 공후처럼 높은 지위(六五)에 걸맞게 행동하기에 길하다 등. 공통적으로 육오의 길함이 그 위치와 덕성에 기인함을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리더의 눈물과 근심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책임감의 표현일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항상 위기를 경계하며 성찰하는 리더만이 진정한 신뢰를 얻고 조직을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다. ‘걱정하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6. 상구(上九): 왕용출정(王用出征) 유가(有嘉) 절수(折首) 획비기주(獲匪其醜) 무구(无咎)

  • 원문: 上九 王用出征 有嘉 折首 獲匪其醜 无咎 (상구 왕용출정 유가 절수 획비기주 무구)
  • 해석: “상구는 왕(王)이 써서(用) 정벌(征)에 나서니(出), 아름다움(嘉)⁵⁸이 있어 우두머리(首)를 베고(折), 그(其) 무리(醜)⁵⁹가 아닌 자(匪)는 사로잡으니(獲), 허물(咎)이 없다.”⁶⁰
  • 위치와 상징: 맨 위 여섯 번째 효. 리괘의 가장 마지막 단계. 양(陽)의 효가 음(陰)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지만, **리괘(밝음)의 극(極)**에 도달하여 가장 강력한 밝음과 결단력을 가진 자리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밝음(離)이 최고조에 달하여 어둠이나 불의(不義)를 명확하게 분별하고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과감하게 나서는 모습입니다. ‘왕이 정벌에 나선다(王用出征)’는 것은 최고 권위자의 정당한 명령에 따라 불의를 응징하는 공적인 행동임을 의미합니다. 이 정벌은 칭찬받을 만한 아름다운(嘉) 명분을 가지고 있으며, 악의 근원인 **우두머리(首)는 단호하게 제거(折)**하되, 그를 맹목적으로 따랐던 무리(醜)들은 구분하여(匪) 관용을 베푸는(獲) 현명함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밝은 분별력(離)을 바탕으로 정의를 실현하되, 처벌에 있어 주모자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명확한 원칙을 지키기 때문에 허물이 없다(无咎)는 것입니다. 이는 밝음(離)의 궁극적인 역할이 불의를 바로잡고 질서를 회복하는 데 있음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王用出征 以正邦也 獲匪其醜 无咎也” (왕용출정은 나라(邦)를 바로잡기(正) 위함이다. 획비기주는 허물이 없는 것이다.) – 정벌의 목적이 나라를 바로잡는 데 있으며, 주모자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것이 올바르므로 허물이 없음을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때로 단호한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반드시 공정해야 하며, 문제의 핵심(우두머리)과 부수적인 요소(무리)를 구분하여 처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분별한 처벌은 더 큰 반발을 부를 뿐이다. 원칙과 관용의 조화가 중요하다.

제4부: 리괘(離卦)의 종합적 의미와 현대적 적용

중화리괘는 하늘에 태양이 빛나듯, 밝음과 지성, 문명의 가치를 상징하는 동시에, 그 밝음이 의존적이고 덧없으며 때로는 위험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입문서들의 관점을 종합하면, 리괘의 지혜는 다음과 같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1. 밝음(지성)의 올바른 사용: 리괘는 지식, 정보, 기술 등 ‘밝음’의 가치를 긍정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올곧음(貞)과 중용(中正, 黃離)**을 바탕으로 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지식과 기술은 인류를 이롭게 하는 데 사용되어야 하며, 교만하거나 파괴적인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됩니다.
  2. 의존성(麗)의 인식과 올바른 관계: 리괘의 밝음은 무언가에 ‘붙어야’ 존재합니다. 이는 우리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관계 속 존재임을 일깨웁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대상(사람, 사상, 가치)에 의존할 것인가를 올바르게(貞) 선택하는 것입니다.
  3. 내면의 덕성 함양 (畜牝牛): 외적인 밝음(離)만으로는 부족하며, 그것을 뒷받침할 **내면의 유순함, 인내심, 꾸준함(坤德)**을 함께 길러야 그 밝음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겉과 속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4. 변화 수용과 긍정적 마무리 (日昃之離): 모든 밝음에는 끝이 있습니다. 성공의 정점을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을 때, 과거에 집착하거나 비관하기보다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5. 위기 속 성찰과 경계 (出涕沱若): 밝음 속에서도 항상 위기는 존재합니다. 리더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근심하며 성찰하는(戚咨) 자세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길함에 이를 수 있습니다.
  6. 정의 실현의 원칙 (折首獲匪其醜): 밝은 분별력을 바탕으로 불의를 바로잡되, 그 과정에서 주모자와 추종자를 구분하고 과도한 처벌을 경계하는 공정함과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결론: 리괘, 밝음 속에서 길을 찾는 지혜

주역 64괘 중 서른 번째 괘이자 상경(上經)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중화리(重火離)**는 세상을 밝히는 ‘밝음(明)’의 가치와 그 올바른 실현 방법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하늘에 태양이 빛나듯, 리괘는 지성과 문명,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를 상징하며, 우리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밝히고 세상을 비추라고 격려합니다.

하지만 리괘는 동시에 그 밝음이 가진 **본질적인 ‘의존성(麗)’과 ‘덧없음’**을 상기시키며, **올곧음(貞)**과 내면의 유순함(畜牝牛) 없이는 결코 지속될 수 없음을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시작의 혼란 속 신중함(초구)에서 시작하여, 중용의 완벽한 밝음(육이), 저무는 해를 받아들이는 지혜(구삼), 갑작스러운 파멸의 위험(구사), 근심 속에 길을 찾는 리더(육오), 그리고 마침내 불의를 바로잡는 정의로운 결단(상구)에 이르기까지, 리괘의 여섯 효는 밝음이라는 강력한 에너지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드라마를 보여줍니다.

결국 리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삶을 비추는 ‘밝음’은 무엇인가? 그 밝음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당신은 그 밝음을 올곧고 겸허하게 사용하고 있는가? 당신은 밝음의 정점에서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며 리괘의 지혜를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찰나의 불꽃이 아닌, **세상을 널리 비추고 영원히 꺼지지 않는 ‘지혜의 등불’**을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각주(Footnotes):

(각주 번호는 이전 답변들과 연속성을 가지도록 부여하겠습니다.)

⁶⁰⁵ 64괘(六十四卦): 주역의 본체를 이루는 64개의 상징 코드. 팔괘(八卦)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들며, 각 괘는 6개의 효(爻)로 구성된다.

… (이전 각주들 생략) …

⁶²² 감괘(坎卦): 주역 64괘의 스물아홉 번째 괘. 중수감(重水坎). 험난함, 위험, 고난, 물을 상징한다. 리괘와 함께 상경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음양의 축을 이룬다.

⁶²³ 상경(上經): 주역 64괘 중 1번 건괘부터 30번 리괘까지의 전반부. 주로 하늘과 땅, 자연의 이치 등 우주론적 원리를 다룬다. 리괘는 상경의 마지막 괘이다.

⁶²⁴ 서괘전(序卦傳): 주역의 10가지 부록인 십익(十翼) 중 하나. 64괘가 왜 현재와 같은 순서로 배열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⁶²⁵ 괘사(卦辭): 64괘 각각에 대해 그 괘 전체의 의미와 길흉을 설명하는 글. 괘명(卦名) 다음에 나온다.

⁶²⁶ 효사(爻辭): 64괘를 구성하는 총 384개의 효(爻) 각각에 대해 그 의미와 길흉, 처세의 조언을 설명하는 글.

⁶²⁷ 팔괘(八卦): 3개의 효(爻)로 이루어진 8개의 기본 괘.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 주역 64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⁶²⁸ 상전(象傳): 주역의 본문(괘사, 효사)에 대한 해설을 담은 10개의 부록, 즉 ‘십익(十翼)’ 중 하나. 각 괘의 상하 팔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대산전(大象傳)과 각 효의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소상전(小象傳)으로 나뉜다. 공자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⁶²⁹ “明兩作 離 大人以繼明照于四方”: 리괘의 대산전(大象傳) 구절. ‘양(兩)’은 둘, 거듭. ‘작(作)’은 일어나다, 만들다.

⁶³⁰ 대인(大人): 주역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 덕망이 높고 지혜로우며 사회를 이끌어가는 이상적인 인물. 군주, 성인, 현자 등을 포괄한다.

⁶³¹ “離 利貞 亨 畜牝牛吉”: 리괘의 괘사(卦辭).

⁶³² 정(貞): ‘곧을 정’. 올곧음, 바름, 인내, 지조, 변치 않음. 리괘에서는 특히 의존하는 대상이나 방식의 올바름, 그리고 그 관계를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을 강조한다.

⁶³³ 형(亨): ‘형통할 형’. 일이 막힘없이 잘 풀리고 성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⁶³⁴ 빈우(牝牛): ‘암컷 빈(牝)’에 ‘소 우(牛)’. 암소. 곤괘(坤卦)의 유순함, 인내심, 포용력, 생산력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축빈우(畜牝牛)’는 이러한 덕성을 기른다는 의미이다.

⁶³⁵ 리(履): ‘밟을 리’. ‘밟다’, ‘신발’, ‘예절’. 여기서는 발걸음, 행동, 처신을 의미한다.

⁶³⁶ 착연(錯然): ‘섞일 착(錯)’에 ‘그러할 연(然)’. ‘어지럽게 섞여 있는 모양’. 발걸음이 정돈되지 않고 이리저리 섞여 혼란스러운 상태를 나타낸다.

⁶³⁷ 경(敬): ‘공경할 경’. ‘공경하다’, ‘삼가다’, ‘조심하다’. 여기서는 경건하고 신중한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⁶³⁸ 구(咎): ‘허물 구’. 잘못, 재앙, 불행. ‘무구(无咎)’는 허물이 없음.

⁶³⁹ “履錯然 敬之 无咎”: 리괘 초구(初九) 효사.

⁶⁴⁰ 소상전(小象傳): 십익(十翼) 중 상전(象傳)의 일부로, 각 효사(爻辭)에 대해 그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부분. 보통 “상왈(象曰)…”로 시작한다.

⁶⁴¹ 황(黃): ‘누를 황’. 노란색. 오행에서 중앙(中)과 토(土)를 상징하며, 중용, 조화, 신뢰, 고귀함을 의미한다. ‘황리(黃離)’는 중정(中正)의 덕을 갖춘 이상적인 밝음을 나타낸다.

⁶⁴² 원(元): ‘으뜸 원’. 시작, 큼, 근본, 선(善)함. ‘원길(元吉)’은 가장 크고 근본적인 길함을 의미한다.

⁶⁴³ “黃離 元吉”: 리괘 육이(六二) 효사.

⁶⁴⁴ 중정(中正): 6개의 효위 중 하괘의 가운데인 2효와 상괘의 가운데인 5효를 ‘중(中)’이라 하고, 양의 자리에 양효가 오거나 음의 자리에 음효가 오는 것을 ‘정(正)’이라 한다. 리괘 육이는 음(陰)의 자리에 음효(⚋)가 왔으므로 ‘중정’의 덕을 완벽하게 갖춘 이상적인 효이다.

⁶⁴⁵ 일측(日昃): ‘해 일(日)’에 ‘기울 측(昃)’.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때, 즉 오후. 밝음이 정점을 지나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상징한다.

⁶⁴⁶ 부(缶): ‘장군 부’. 질박한 질그릇. 여기서는 질장구(악기)를 의미한다. 소박한 즐거움이나 노년의 소회를 상징한다.

⁶⁴⁷ 대질(大耋): ‘클 대(大)’에 ‘늙은이 질(耋)’. 80세 이상의 노인을 의미한다. ‘대질지차(大耋之嗟)’는 늙음을 한탄하는 소리.

⁶⁴⁸ “日昃之離 不鼓缶而歌 則大耋之嗟 凶”: 리괘 구삼(九三) 효사.

⁶⁴⁹ 돌여 기래여 분여 사여 기여(突如其來如 焚如死如棄如): ‘여(如)’는 ‘~와 같다’, ‘~인 듯하다’는 상태를 나타내는 접미사. ‘돌(突)’은 갑작스러움, ‘분(焚)’은 불탐, ‘사(死)’는 죽음, ‘기(棄)’는 버려짐. 갑작스럽게 닥쳐와 모든 것을 태우고 죽음에 이르게 하며 결국 버려지는 파국적인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⁶⁵⁰ “突如其來如 焚如死如棄如”: 리괘 구사(九四) 효사. 길흉 판단 없이 극도로 흉한 상황 자체를 묘사한다.

⁶⁵¹ 체(涕): ‘눈물 체’. 눈물. 타약(沱若): ‘눈물 흐를 타(沱)’에 ‘같을 약(若)’. 눈물이 하염없이 줄줄 흐르는 모양. 척(戚): ‘겨레 척’, ‘근심할 척’. 근심하다, 슬퍼하다. 자(咨): ‘물을 자’, ‘탄식할 자’. 탄식하다, 한숨짓다. ‘척자약(戚咨若)’은 깊이 근심하며 탄식하는 모습.

⁶⁵² “出涕沱若 戚咨若 吉”: 리괘 육오(六五) 효사.

⁶⁵³ 가(嘉): ‘아름다울 가’. 아름답다, 좋다, 훌륭하다, 선(善)하다, 기리다, 칭찬하다. 여기서는 ‘칭찬할 만한 공적’, ‘아름다운 결과’ 등을 의미한다.

⁶⁵⁴ 수(首): ‘머리 수’. 우두머리, 괴수, 근원. 악의 주모자를 의미한다. **절수(折首)**는 그 우두머리를 베어 제거한다는 뜻.

⁶⁵⁵ 추(醜): ‘추할 추’. ‘추하다’, ‘더럽다’, ‘무리’. 여기서는 우두머리를 따르던 ‘무리’, ‘추종자’들을 의미한다. ‘비기추(匪其醜)’는 ‘그 무리가 아닌 자’, 즉 단순 추종자들을 의미한다.

⁶⁵⁶ “王用出征 有嘉 折首 獲匪其醜 无咎”: 리괘 상구(上九) 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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