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함의 길, 마음을 비워 세상을 움직이다
서론: 절제(節)가 낳은 최고의 덕, ‘믿음(孚)’의 시대가 열리다
주역(周易) 64괘¹ 탐험, 우리는 상경(上經)³⁰과 하경(下經)의 여정을 이어오며, 예순 번째 괘인 수택절(水澤節)⁹⁷³에서 둑(節)을 쌓아 물(欲望)을 다스리고 ‘절제(節制)’라는 질서를 세우는 지혜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주역의 철학은 외적인 질서(節)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으며, 그 질서를 지탱하는 내면의 ‘진실함(信)’을 요구합니다.
이제 우리는 예순한 번째 괘인 **풍택중부(風澤中孚)**를 통해, 그 절제(節)가 마침내 ‘믿음(孚)’을 낳고, 그 ‘내면의 진실한 믿음(中孚)’이 어떻게 만물(豚魚)을 움직이고 험난함(大川)을 극복하는지 그 심오한 ‘신뢰의 힘’을 배우게 됩니다.
중부(中孚)라는 이름은 **’가운데 중(中)’**과 **’믿음 부(孚)’**⁹⁷⁴가 합쳐진 말입니다. ‘부(孚)’는 어미 새가 알을 품고 있는(爪+子)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로, ‘진실’, ‘성실’, ‘믿음’, ‘신뢰’, ‘감화(感化)’ 등의 의미를 가집니다. 따라서 ‘중부(中孚)’는 **’마음 중심(中)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믿음’**을 상징합니다. 이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신용(信用)이 아니라, 꾸밈없는 내면의 진실함(誠)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주역 괘의 순서를 설명하는 서괘전(序卦傳)⁹⁷⁵에서는 “절제를 하면 사람들이 그를 믿으므로 절괘 다음에 중부괘로 받는다(節而信之 故受之以中孚)”고 하여, 올바른 절제(節)와 원칙 준수는 반드시 타인의 ‘믿음(信=孚)’을 낳는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중부(中孚)가 모든 관계와 공동체의 근본적인 바탕임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중부괘는 주역에서 **’신뢰’와 ‘진실함’**이라는 가장 숭고한 가치를 다루는 대표적인 괘입니다. 이 괘는 그 구조 자체가 매우 독특합니다. 6개의 효(爻)가 **바깥(1, 2, 5, 6효)은 튼튼한 양(陽)으로 채워져(實) 있고, 안(3, 4효)은 부드러운 음(陰)으로 비어(虛) 있습니다.**⁹⁷⁶ 이는 마치 ‘마음의 중심이 텅 비어(中虛)’ 아집과 편견이 없고, 오직 진실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성인의 마음’ 또는 ‘비어 있는 배(虛舟)’를 상징합니다.
이 **’비어 있음(虛)’**이야말로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진실함(孚)’의 근원입니다. 바람(風)이 연못(澤) 위를 불어 그 보이지 않는 힘(孚)으로 물결(心)을 움직이듯, 중부의 진실함은 가장 완고한 대상(豚, 돼지)과 가장 깊이 숨은 대상(魚, 물고기)마저 감동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이 글은 주역 입문서들의 보편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중부괘의 구조와 상징, 괘 전체의 의미를 담은 괘사(卦辭)⁹⁷⁷, 그리고 이 진실함이 발현되는 6단계의 상황과 그 속에서의 지혜와 경계를 보여주는 각 효사(爻辭)⁹⁷⁸를 분석합니다.
중부괘의 여정은 **단순히 ‘정직’한 것을 넘어, ‘마음을 비우는 것(虛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孚)’**임을 깨닫고, 그 힘으로 험난한 세상을 건너는 ‘궁극의 소통’을 배우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제1부: 중부괘(中孚卦)의 구조와 상징 – 비어 있는 중심, 바람과 연못의 교감
64괘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그 구조와 상징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중부괘는 그 구조 자체가 ‘진실함’의 본질을 완벽하게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1. 팔괘(八卦)⁹⁷⁹의 조합: 연못(兌 ☱) 위에 바람(巽 ☴)
중부괘는 팔괘 중 연못(澤) 또는 기쁨(悅), **소녀(少女)**를 상징하는 태(兌 ☱) 괘가 하괘(下卦, 아래)에 놓이고, 바람(風) 또는 겸손함/들어감(入), **장녀(長女)**를 상징하는 손(巽 ☴) 괘가 상괘(上卦, 위)에 놓인 형태입니다.
- 하괘 태(兌 ☱): (맨 위 ⚋, 중간 ⚊, 아래 ⚊)⁹⁸⁰. 기쁨(悅), 말(言), 열린 마음(上虛). 진실함(孚)에 기쁘게(悅) 화답하는 아랫사람 또는 **열린 소통(口)**을 상징합니다.
- 상괘 손(巽 ☴): (맨 위 ⚊, 중간 ⚊, 아래 ⚋). 들어감(入), 부드러움, 바람, 부드럽고 겸손하게(巽) 스며드는 윗사람의 영향력(風) 또는 진실한 가르침을 상징합니다.
- 조합의 의미 (風澤中孚): 연못(兌) 위로 바람(巽)이 부는 모습입니다. 이는 보이지 않는 바람(巽, 윗사람의 진실함)이 연못의 수면(兌, 아랫사람의 마음)에 스며들어(入) 잔잔한 물결(悅, 기쁨, 감응)을 일으키는 형상입니다. 즉, 강압적인 힘이 아니라 부드럽고(巽) 기쁜(兌) 소통을 통해 서로의 마음에 스며들고 교감하는(孚) 모습입니다.
- 두 딸의 화합 (二女同居): 상괘는 장녀(巽), 하괘는 소녀(兌)로 **두 여인(二女)**이 한집에 사는 모습입니다. 비록 성숙도(長/少)는 다르지만, 같은 음(陰)의 본성을 공유하며, 부드러움(巽)과 기쁨(兌)이라는 덕을 바탕으로 서로 화합하고 소통하는(中孚) 이상적인 관계를 그립니다. (38번 규괘(睽卦) ☲☱의 갈등과 대비됨)
2. 괘의 모습(象): 연못 위에 바람이 있다, 옥사를 의논하고 사형을 늦추다
주역 해설서인 ‘상전(象傳)’⁹⁸¹에서는 중부괘의 상하 팔괘 조합을 보고 그 상징적인 이미지를 설명합니다. 중부괘에 대한 상전(대산전, 大象傳)의 설명은 이 ‘진실한 믿음(孚)’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발현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澤上有風 中孚 君子以議獄緩死” (택상유풍 중부 군자이의옥완사)**⁹⁸²
- 해석: “연못(澤) 위에(上) 바람(風)이 있는(有) 것이 중부(中孚)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옥사(獄)⁹⁸³를 의논하고(議) 사형(死)을 늦춘다(緩).”
- 의미: 바람이 연못 위를 불어 물결을 일으키듯(澤上有風), 진실함(中孚)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感) 그 속까지 꿰뚫어 봅니다(入). 군자(주역에서 이상적인 인간상, 즉 리더)는 이러한 **깊은 공감과 통찰의 힘(孚)**을 본받아,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중대한 일에 적용합니다.
- 의옥(議獄): 옥사를 의논하다. 이는 **형벌(刑)**을 내릴 때, 겉으로 드러난 죄(罪)만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숨겨진 사정이나 내면의 진실(孚)까지 헤아리기 위해 **신중하게 의논하고 토론(議)**함을 의미합니다. (巽=명령, 兌=말)
- 완사(緩死): 사형을 늦춘다. 사람의 마음에 대한 **진실한 이해(孚)**는 **자비(仁)**와 **긍휼(恤)**을 낳습니다. 따라서 군자는 돌이킬 수 없는 형벌(死)을 집행하는 데 극도로 신중하며, 혹시라도 억울함이 없는지, 교화의 가능성은 없는지 최대한 시간을 두고(緩) 살핀다는 것입니다.이는 **’진실함(孚)’이 단순히 정직함을 넘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깊은 공감 능력’이자, 그로 인해 발현되는 ‘생명 존중’과 ‘신중한 정의(正義)’**임을 강조하는 숭고한 메시지입니다.
3. 핵심 키워드와 상징
중부괘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속성: 진실, 믿음, 신뢰, 성실, 감응, 공감, 중허(中虛, 마음을 비움), 소통
- 자연 상징: 바람이 연못 위를 부는 모습, 어미 새가 알을 품는 모습
- 인간사 상징: 진실된 관계, 깊은 우정, 신뢰 기반의 리더십, 신앙, 약속, 공정한 재판
- 핵심 원리: 중허이실(中虛而實) – 중심은 비었으나 밖은 실함, 돈어길(豚魚吉) – 만물을 감화시킴
- 핵심 과제: 내면의 진실성 유지, 편견 없는 마음, 올바름(貞) 견지, 진정성 있는 소통
중부괘는 ‘진실함’이야말로 모든 것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임을 선언하는 괘입니다. 하지만 그 진실함이 맹목적이거나(失其節), 잘못된 대상을 향할(有他) 때의 위험성 또한 경계합니다.
제2부: 괘사(卦辭) – 중부괘 전체의 의미: “豚魚吉 利涉大川 利貞”
괘사(卦辭)는 괘 전체에 대한 설명과 길흉 판단입니다. 중부괘의 괘사는 ‘진실함(孚)’의 놀라운 힘과 그 전제 조건을 제시합니다.
“中孚 豚魚吉 利涉大川 利貞”
**(중부 돈어길 리섭대천 리정)**⁹⁸⁴
- 해석: “중부(中孚)는 (그 믿음이) 돼지(豚)와 물고기(魚)⁹⁸⁵에게까지 미치니 길(吉)하다. 큰 내(大川)⁹⁸⁶를 건너는(涉) 것이 이로우며(利), 올곧음(貞)⁹⁸⁷이 이롭다(利).”
- 의미:
- 돈어길(豚魚吉): 돼지와 물고기에게까지 미치니 길하다. 이는 중부괘의 ‘믿음(孚)’의 힘이 얼마나 강력하고 보편적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 돼지(豚): 미련하고(愚), 더러우며(汚), 고집 센(頑) 존재의 상징.
- 물고기(魚): 물속 깊이 숨어(隱) 마음을 알 수 없고, 감화시키기 어려운(難化) 존재의 상징.
- 의미: 이처럼 가장 미련하고, 가장 감화시키기 어려운 존재들(豚魚)의 마음마저 움직이고 감동시킬 수 있는 힘이 바로 **’가운데서 우러나오는 진실함(中孚)’**이라는 것입니다. 하물며 사람에게 있어서랴! 따라서 이 진실함은 만물을 이롭게 하므로 길(吉)합니다.
- 리섭대천(利涉大川):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괘사의 ‘비어있는 솥(中虛)’ 또는 ‘속이 빈 배(虛舟)’의 이미지는 ‘험난한 강물을 건너는’ 행위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 ‘비어 있음(虛)’은 ‘힘(力)’이다: 속이 꽉 찬 배는 작은 파도에도 뒤집히지만, **텅 빈 배(中孚)**는 어떤 거센 풍랑(大川, 험난함)도 유연하게 받아넘기며 안전하게 건널 수 있습니다.
- ‘믿음(孚)’은 ‘동력(動力)’이다: 또한, **’진실한 믿음’**은 험난한 과업(大川)을 완수하는 데 필요한 가장 강력한 추진력입니다. 리더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 혹은 자신의 신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 리정(利貞): 올곧음이 이롭다. 이 모든 형통함(亨)과 길함(吉)은 반드시 ‘정(貞)’, 즉 그 진실함이 ‘올바르고(正)’ ‘변치 않아야(恒)’ 함을 전제로 합니다. 일시적이거나 사사로운 목적의 ‘척’하는 진실은 결코 ‘중부(中孚)’가 아니며, 험난함을 건널 수 없습니다.
- 돈어길(豚魚吉): 돼지와 물고기에게까지 미치니 길하다. 이는 중부괘의 ‘믿음(孚)’의 힘이 얼마나 강력하고 보편적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이 괘사는 ‘진실함(孚)’이야말로 만물을 감동시키고(豚魚吉) 어떤 어려움도 극복(利涉大川)하게 하는 가장 위대한 힘이며, 이 힘은 반드시 ‘올곧음(貞)’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숭고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제3부: 효사(爻辭) – 6단계 변화: ‘진실함(孚)’의 다양한 층위와 시련
이제 중부괘의 6개의 효(爻)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각 효는 ‘진실함(孚)’이라는 공통된 주제 안에서, 그 진실함의 깊이와 대상, 그리고 그것이 흔들리거나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괘의 구조(中虛外實)에 따라, 안(六三, 六四)은 비어있고(虛), 밖(初九, 九二, 九五, 上九)은 차 있습니다(實).
1. 초구(初九): 우(虞) 길(吉) 유타(有他) 불연(不燕)
- 원문: 初九 虞吉 有他不燕 (초구 우길 유타불연)
- 해석: “초구는 (진실함을) 헤아려(虞)⁹⁸⁸ 지키니 길(吉)하다. (만약) 다른(他)⁹⁸⁹ (마음)이 있으면 편안하지(燕)⁹⁹⁰ 못하다.”⁹⁹¹
- 위치와 상징: 맨 아래 첫 번째 효. 중부괘의 시작. **강력한 양효(⚊)**이며 양(陽)의 자리에 와서 바른 자리(正)입니다. ‘진실함(孚)’의 가장 첫 번째 기반이자 ‘밖(外)’을 구성하는 **견실함(實)**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진실함’의 가장 초기 단계, 즉 ‘순수한 의도’**를 상징합니다. 그는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굳건히 지키고(貞), 그것이 변질되지 않도록 항상 스스로를 헤아리고 경계합니다(虞). 이러한 **’자기 성찰적인 진실함’**은 당연히 길(吉)합니다.
- 유타불연(有他不燕): 괘사는 강력한 경고를 덧붙입니다. 만약 이 순수한 마음에 ‘다른(他)’ 꿍꿍이나 사사로운 욕심, 혹은 의심이 끼어든다면, 그 마음은 결코 편안할(燕)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진실함은 ‘오직 하나(純一)’여야 하며, 조금이라도 불순물이 섞이면(他) 그 즉시 ‘중부(中孚)’가 아니게 됨을 강조합니다.
- 소상전(小象傳) 해설: “初九虞吉 志未變也” (초구우길은 뜻(志)이 아직(未) 변(變)하지 않았기 때문이다.)⁹⁹² – 길한 이유는, 그 순수한 뜻(志)이 아직 다른 것에 물들거나 변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첫 마음’이 중요하다. 진실함은 ‘순수함’에서 시작된다. 어떤 일을 시작하든, 어떤 관계를 맺든, 그 ‘첫 의도’가 순수하고 진실한지, 다른 꿍꿍이는 없는지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아야(虞) 한다.
2. 구이(九二): 명학재음(鳴鶴在陰) 기자화지(其子和之) 아유호작(我有好爵) 오여이미지(吾與爾靡之)
- 원문: 九二 鳴鶴在陰 其子和之 我有好爵 吾與爾靡之 (구이 명학재음 기자화지 아유호작 오여이미지)
- 해석: “구이는 우는 학(鳴鶴)⁹⁹³이 그늘(陰)⁹⁹⁴에 있으나, 그 새끼(子)가 화답(和)한다. 나(我)에게 좋은 술잔(好爵)⁹⁹⁵이 있으니, 내(吾) 너(爾)와 함께(與) 나누리라(靡之).”⁹⁹⁶
- 위치와 상징: 하괘 태(兌☱)의 가운데 두 번째 효. **강력한 양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왔지만(부정) **하괘의 중(中)**을 얻었습니다. **내면의 ‘견실함(實)’과 ‘중용(中)’**을 갖춘 존재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진실함(孚)’의 힘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주역 전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비유 중 하나입니다.
- 명학재음(鳴鶴在陰): ‘학(鶴)’은 순수함과 진실함의 상징입니다. 그는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在陰, 그늘에 있음), 그저 **자신의 자리(中)에서 묵묵히 진실된 소리(鳴)**를 낼 뿐입니다.
- 기자화지(其子和之): 하지만 그 **진실된 울림(孚)**은 너무나 강력하여, 비록 숨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뜻을 같이하는 동료(子, 九五)**가 **자연스럽게 감응하여 화답(和)**합니다. (※ 구이(陽)와 구오(陽)는 정응(正應) 관계는 아니지만, 둘 다 ‘실(實)’하고 ‘중(中)’을 얻어 서로 뜻이 통하는 ‘동지적 관계’로 봅니다.)
- 아유호작 오여이미지(我有好爵 吾與爾靡之): 이러한 **진실한 감응(孚)**은 **’기쁨(兌)’과 ‘나눔(靡)’**으로 이어집니다. “나에게 좋은 것(好爵, 지위, 복, 지혜)이 있으니, 기꺼이 너와 함께 나누겠다.”
- 결론: 이는 진정한 진실함(孚)은 억지로 과시(夸)하지 않아도(在陰), 반드시 그 진심을 알아주는 이(子)를 만나게 되며(和), 궁극적으로는 풍요로운 ‘나눔(靡)’과 ‘화합(兌)’으로 이어진다는 숭고한 메시지입니다.
- 소상전 해설: “其子和之 中心願也” (기자화지는 중심(中心)에서 원(願)하기 때문이다.) – 새끼가 화답하는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 중심(中心)에서 진심으로 원했기 때문임을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진심은 통한다.’ 자신을 억지로 증명하려 애쓰지 말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진실함을 지키고 실력을 쌓으면, 언젠가 반드시 그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파트너, 리더)을 만나게 된다. 진정한 관계는 ‘나눔’으로 완성된다.
3. 육삼(六三): 득적(得敵) 혹고혹파(或鼓或罷) 혹읍혹가(或泣或歌)
- 원문: 六三 得敵 或鼓或罷 或泣或歌 (육삼 득적 혹고혹파 혹읍혹가)
- 해석: “육삼은 적(敵)⁹⁹⁷을 얻으니, 혹 북(鼓)을 치다가 혹 멈추고(罷), 혹 울다가(泣) 혹 노래한다(歌).”⁹⁹⁸
- 위치와 상징: 하괘 태(兌☱)의 맨 위 세 번째 효. **음효(⚋)**이며 양(陽)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위)하고, **하괘(기쁨, 兌)의 극(極)**에 달했습니다. 괘 전체의 ‘비어있는 중심(中虛)’의 시작점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61번 중부괘(中孚卦)의 구삼 효사와 글자가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 수정: 61번 중부괘 육삼 효사는 이것이 맞습니다. 54번 뇌택귀매(雷澤歸妹)괘 육삼 효사와 혼동함. 61번 중부괘 육삼은 54번 귀매 육삼과 다릅니다. 이 효사는 61번 중부괘 고유의 것입니다.)
- (※ 수정된 중부괘 육삼 효사 분석): 이 효는 ‘진실함(孚)’이 흔들리고 ‘자아(我)’를 상실한 상태를 보여줍니다. 그는 ‘중심이 비어있는(中虛)’ 자리에 있지만, 그 ‘비어있음’이 **’진실함(孚)’으로 채워지지 못하고, 오직 ‘상대방(敵)’**에 의해 채워집니다. ‘적(敵)’은 ‘원수’라기보다는 ‘자신과 짝이 되는 상대(짝패)’, 즉 바로 위의 **육사(六四)**를 의미합니다.
- ‘혹고혹파 혹읍혹가(或鼓或罷 或泣或歌)’: 그는 자신의 중심(中)이 없이, 오직 **상대방(六四)의 반응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합니다. 상대가 다가오면(鼓) 기뻐 노래하고(歌), 상대가 멀어지면(罷) 슬퍼 웁니다(泣).
- 결론: 이는 **’진실함(孚)’이 아니라, ‘감정적인 의존’ 또는 ‘관계 중독’**의 상태입니다. 괘사의 ‘돈어길(豚魚吉)’이 내면의 진실함으로 만물을 움직이는 것이라면, 육삼은 **자신의 마음이 타인에게 완전히 묶여버린 ‘부자유(不自由)’**를 상징합니다. 진정한 ‘중부(中孚)’는 ‘비어있되(虛) 중심이 있는(中)’ 것인데, 그는 ‘비어있기 때문에(虛) 오히려 상대에게 휩쓸리는’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길흉 판단은 없으나 부정적인 상황)
- 소상전 해설: “或鼓或罷 位不當也” (혹고혹파는 자리(位)가 부당(不當)하기 때문이다.) –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은 그 자리가 부당위(不當位)하여 불안정하기 때문임을 지적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진실함과 감정적 의존은 다르다. 타인과의 공감은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나’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텅 빈 중심(中虛)’은 ‘흔들리는 중심’이 아니라 ‘굳건한 비어있음’이어야 한다.
4. 육사(六四): 월기망(月幾望) 마필망(馬匹亡) 무구(无咎)
- 원문: 六四 月幾望 馬匹亡 无咎 (육사 월기망 마필망 무구)
- 해석: “육사는 달(月)이 거의(幾) 보름(望)⁹⁹⁹이 되니, 짝이 되는 말(馬匹)¹⁰⁰⁰이 사라져도(亡) 허물(咎)이 없다.”¹⁰⁰¹
- 위치와 상징: 상괘 손괘(巽☴)의 맨 아래 네 번째 효. **음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바른 자리(正)입니다. 괘 전체의 ‘비어있는 중심(中虛)’의 두 번째 부분이자, 윗사람(九五)을 따르는(巽) 자리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진실한 따름’**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 월기망(月幾望): ‘달이 거의 보름이 된다.’ ‘달(月, 陰)’인 육사가 ‘태양(日, 陽)’인 윗사람 구오(九五)의 빛을 온전히 반사하여(孚), 스스로도 보름달처럼 밝고 꽉 찬(望) 경지에 이르렀음을 상징합니다. 이는 윗사람의 뜻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체화(體化)했음을 의미합니다.
- 마필망(馬匹亡): ‘짝이 되는 말이 사라진다.’ ‘말(馬)’은 하괘(乾의 변형, 陽)의 강건함, 즉 자신의 원래 소속(아래 무리, 혹은 사사로운 관계)이나 아집을 상징합니다. 그는 윗사람(九五)의 올바른 도(道)를 따르기 위해, 과거의 사사로운 관계나 자신의 고집(馬匹)을 과감히 ‘버리고(亡)’ ‘잊어버립니다’.
- 무구(无咎): 이처럼 **더 높은 가치(九五의 德)를 따르기 위해 자신의 것을 버리는 ‘진실한 순종(孚)’**은 결코 허물이 될 수 없습니다.이는 진정한 믿음(孚)이란, 때로는 ‘버림(亡)’을 통해 완성됨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이는 53번 점괘 육사 “혹득기각”이나 33번 돈괘 구사 “호돈”과도 통하는 바가 있음)
- 소상전 해설: “馬匹亡 絕類上也” (마필망은 (같은) 무리(類)를 끊고(絕) 위(上)를 따르는 것이다.) – 사사로운 무리를 끊고, 공적인 윗사람(九五)을 따르는 올바른 결단을 의미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더 큰 가치를 위해 낡은 것을 버릴 용기가 필요하다. 진정한 신뢰 관계는 때로 과거의 인연이나 아집을 버리는 ‘결단’을 요구한다. 올바른 리더(가치)를 따르기 위해 사사로운 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허물이 아니다.
5. 구오(九五): 유부연여(有孚攣如) 무구(无咎)
- 원문: 九五 有孚攣如 无咎 (구오 유부연여 무구)
- 해석: “구오는 믿음(孚)이 있어 (만물을) 서로 굳게(攣如)¹⁰⁰² 묶어주니, 허물(咎)이 없다.”¹⁰⁰³
- 위치와 상징: 상괘 손괘(巽☴)의 가운데 다섯 번째 효. **양효(⚊)**이며 양(陽)의 자리에 온 **군주의 자리(君位)**입니다. 괘 전체의 중심(中)이자 리더이며 **중정(中正)**¹⁰⁰⁴의 덕을 갖춘 **이상적인 ‘대인(大人)’**입니다. 괘 전체의 ‘견실함(實)’을 대표하는 정점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43번 쾌괘(夬卦)의 구오 효사와 글자가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 수정: 43번 쾌괘 구오는 “莧陸夬夬…”입니다. 61번 중부괘 구오는 43번 구오와 다릅니다. 이 효사는 61번 중부괘 고유의 것입니다.)
- (※ 수정된 중부괘 구오 효사 분석): 이 효는 ‘진실함(孚)’을 발휘하는 리더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스스로 ‘중정(中正)’의 덕을 갖추고 있어 그 존재 자체가 ‘믿음(有孚)’의 근원입니다.
- 연여(攣如): ‘굳게 묶는다.’ 그는 이 **강력한 진실함의 힘(孚)**으로, 흩어지기 쉬운 아랫사람들(六三, 六四)과 자신을 따르는 동지(九二) 등 공동체 전체를 ‘하나로 굳게 묶어(攣如)’ 줍니다. 그는 괘사의 ‘비어있는 중심(中虛)’이 아니라, **’꽉 찬 중심(中實)’**으로서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구심점 역할을 합니다.
- 무구(无咎): 이처럼 리더가 ‘진실함’이라는 끈으로 공동체를 굳건히 단결시키는 것은 당연히 허물이 없는(无咎) 최상의 리더십입니다.
- 소상전 해설: “有孚攣如 位正當也” (유부연여는 자리(位)가 바르고(正) 마땅하기(當) 때문이다.) – 그가 모두를 굳게 묶을 수 있는 힘은, 그가 ‘중정(中正)’이라는 가장 올바르고 마땅한 자리에 있기 때문임을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리더의 가장 큰 힘은 ‘진실함’이다. 리더가 중심을 잡고 진실된 모습을 보일 때, 구성원들은 자발적으로 하나로 뭉친다. 신뢰(孚)는 공동체를 묶는 가장 강력한 끈(攣)이다. 리더의 중심 잡기가 중요하다.
6. 상구(上九): 한음등우천(翰音登于天) 정흉(貞凶)
- 원문: 上九 翰音登于天 貞凶 (상구 한음등우천 정흉)
- 해석: “상구는 닭의 울음소리(翰音)¹⁰⁰⁵가 하늘(天)에 오르니(登于), (이 상태를) 고집하면(貞) 흉(凶)하다.”¹⁰⁰⁶
- 위치와 상징: 맨 위 여섯 번째 효. 중부괘의 가장 마지막 단계. **양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위)하며, 이미 괘의 극(極)에 도달하여 ‘진실함’이 그 한계를 넘어선 자리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28번 대과괘(大過卦)의 상구 효사와 글자가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 수정: 28번 대과괘 상구는 “過涉滅頂…”입니다. 61번 중부괘 상구는 28번 상구와 다릅니다. 이 효사는 61번 중부괘 고유의 것입니다.)
- (※ 수정된 중부괘 상구 효사 분석): 이 효는 ‘진실함(孚)’이 그 본질을 잃고 ‘공허한 소리’로 변질되었을 때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 한음등우천(翰音登于天): ‘닭의 울음소리가 하늘에 오른다.’ 닭(鷄)은 때(새벽)를 알리는 ‘신뢰(信)’의 상징이지만, 그 울음소리(翰音)는 ‘하늘(天)’에 닿을 수는 없는, ‘땅(地)’의 소리입니다. 즉, **실질적인 행동(地)이나 내면의 깊이(心)**는 없이, ‘말(口)’로만 진실함을 외치고(鳴), 헛된 명분(天)만 좇는 공허한 상태를 비유합니다. 이는 구이(九二)의 ‘그늘(陰)에서 우는’ 진실된 ‘학(鶴)’의 소리와 정반대입니다.
- 정흉(貞凶): 더욱 무서운 것은, 이러한 ‘공허한 진실(虛孚)’을 스스로 ‘올곧다(貞)’고 고집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흉(凶)’하다는 것입니다. ‘올곧음(貞)’이 긍정적인 괘사(利貞)와 달리, 여기서는 **’잘못된 신념에 대한 맹목적인 고집’**으로 해석되어 흉함을 부릅니다.
- 소상전 해설: “翰音登于天 何可長也” (한음등우천은 어찌(何) 가히(可) 오래(長) 갈 수 있겠는가?) – 말뿐인 공허한 진실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라. 진실함은 입으로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자신의 신념이 혹시 근거 없는 아집이나 공허한 명분은 아닌지 항상 성찰해야 한다. ‘말뿐인 신뢰’는 결국 파멸을 부른다.
제4부: 중부괘(中孚卦)의 종합적 의미와 현대적 적용
풍택중부괘는 바람이 연못에 스며들듯, ‘마음 중심(中)의 진실함(孚)’이 어떻게 만물을 감화시키고 험난함을 극복하는지 그 힘을 보여줍니다. 입문서들의 관점을 종합하면, 중부괘의 지혜는 다음과 같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인간관계, 리더십, 소통, 정의 실현 등)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 신뢰 자본의 중요성: 중부괘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孚)’**가 모든 것의 근본임을 역설합니다. 신뢰는 억지로 만들 수 없으며, 오직 **’비어있는 마음(中虛)’과 ‘진실된 행동’**을 통해서만 얻어집니다.
- 공감과 연민의 리더십 (議獄緩死): 진정한 리더는 법(法)의 집행에 앞서, 상대방의 마음(孚)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과 **’자비심(緩死)’**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21세기 리더십의 핵심입니다.
- 만물을 움직이는 힘 (豚魚吉): 진실함은 논리나 힘을 넘어섭니다. 가장 설득하기 힘든 대상(豚魚, 반대파, 무관심한 대중)을 움직이는 유일한 힘은 ‘진정성(孚)’뿐입니다.
- 험난함 극복의 열쇠 (利涉大川): 험난한 위기(大川)를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진실함’이라는 배(虛舟)와 ‘신뢰’라는 돛입니다. 위기일수록 원칙과 진실함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 관계의 질(質)과 성숙도: 중부괘의 효들은 관계의 다양한 층위를 보여줍니다. 순수한 시작(초구), 영혼의 교감(구이), 감정적 의존(육삼), 가치를 위한 결별(육사), 신뢰로 묶인 리더십(구오), 그리고 공허한 외침(상구)까지. 자신의 관계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성찰하게 합니다.
- ‘비어 있음(中虛)’의 역설: 괘의 중심이 비어 있음으로써(六三, 六四), 오히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六四의 順), 굳건한 중심(九五)과 교감하며, 타인에게 휩쓸리는(六三) 위험성까지 보여줍니다. **’어떻게 비울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결론: 중부, 진실함이라는 이름의 가장 강력한 힘
주역 64괘 중 예순한 번째 괘인 **풍택중부(風澤中孚)**는 **’마음 중심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믿음(孚)’**이야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힘임을 선언하는 숭고한 괘입니다. 바람이 연못을 움직이듯, 텅 빈(虛) 마음에서 비롯된 진실함(孚)은 굳게 닫힌 마음(豚魚)마저 열게 하고, 어떤 험난한 강(大川)도 건너게 하는 기적을 만듭니다.
하지만 중부괘는 그 ‘진실함’이 반드시 **’올곧음(貞)’**을 전제로 해야 하며, 그 진실함을 실천하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음을 보여줍니다. 순수한 의도(초구)로 시작하여, 과시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이(구이)를 만나지만, 때로는 감정적 의존(육삼)에 빠지거나, 더 큰 가치를 위해 낡은 관계(육사)를 버려야 하며, 마침내 리더(구오)가 되어 그 ‘믿음’으로 공동체를 묶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끝에서, 그 진실함이 **’말뿐인 공허한 외침(上九)’**으로 변질될 위험성을 끝까지 경계해야 합니다.
결국 중부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중심(中)’은 지금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 혹시 아집과 편견, 욕망으로 꽉 차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만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성실한 비어있음(中虛)’**인가? 당신의 ‘믿음(孚)’은 닭의 울음소리(翰音)인가, 학의 울음소리(鳴鶴)인가? 이 질문에 답하며 중부괘의 지혜를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S **불신과 혼란의 시대를 건너, 진심이 통하는 ‘형통(亨)’**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각주(Footnotes):
(각주 번호는 이전 답변들과 연속성을 가지도록 부여하겠습니다.)
⁶⁶⁰ 64괘(六十四卦): 주역의 본체를 이루는 64개의 상징 코드. 팔괘(八卦)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들며, 각 괘는 6개의 효(爻)로 구성된다.
… (이전 각주들 생략) …
⁹⁷³ 절괘(節卦): 주역 64괘의 예순 번째 괘. 수택절(水澤節). 절제, 한계, 규칙, 마디를 상징한다.
⁹⁷⁴ 서괘전(序卦傳): 주역의 10가지 부록인 십익(十翼) 중 하나. 64괘가 왜 현재와 같은 순서로 배열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信之’는 ‘그를 믿는다’, ‘說’은 ‘기쁠 열(悅)’.
⁹⁷⁵ 괘사(卦辭): 64괘 각각에 대해 그 괘 전체의 의미와 길흉을 설명하는 글. 괘명(卦名) 다음에 나온다.
⁹⁷⁶ 효사(爻辭): 64괘를 구성하는 총 384개의 효(爻) 각각에 대해 그 의미와 길흉, 처세의 조언을 설명하는 글.
⁹⁷⁷ 팔괘(八卦): 3개의 효(爻)로 이루어진 8개의 기본 괘.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 주역 64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⁹⁷⁸ 효(爻) 구조: 상괘 巽(☴ ⚊⚊⚋), 하괘 兌(☱ ⚋⚊⚊). (※ 수정: 巽(☴) = (上⚊, 中⚊, 下⚋), 兌(☱) = (上⚋, 中⚊, 下⚊). 따라서 中孚(☴☱)의 효 구조는 (上九 ⚊, 九五 ⚊, 六四 ⚋ / 六三 ⚋, 九二 ⚊, 初九 ⚊)가 맞다.) (본문 수정 완료)
⁹⁷⁹ 상전(象傳): 주역의 본문(괘사, 효사)에 대한 해설을 담은 10개의 부록, 즉 ‘십익(十翼)’ 중 하나.
⁹⁸⁰ “澤上有風 中孚 君子以議獄緩死”: 중부괘의 대산전(大象傳) 구절.
⁹⁸¹ 옥(獄): ‘감옥 옥’. ‘소송’, ‘재판’, ‘형벌’.
⁹⁸² “中孚 豚魚吉 利涉大川 利貞”: 중부괘의 괘사(卦辭).
⁹⁸³ 돈어(豚魚): ‘돼지 돈(豚)’에 ‘물고기 어(魚)’. 가장 미련하고(豚) 감화시키기 어려운(魚, 물속에 숨음) 존재를 비유한다.
⁹⁸⁴ 대천(大川): ‘큰 내’ 또는 ‘큰 강’. 주역에서 종종 ‘건너기 어려운 험난함’이나 ‘중대한 과업’을 상징.
⁹⁸⁵ 정(貞): ‘곧을 정’. 올곧음, 바름, 인내, 지조. 중부괘에서는 그 믿음(孚)이 순수하고 변치 않으며 올바름에 기반해야 함을 강조.
⁹⁸⁶ 우(虞): ‘헤아릴 우’, ‘근심 우’. ‘염려하다’, ‘헤아리다’, ‘준비하다’.
⁹⁸⁷ 타(他): ‘다를 타’. ‘다른 것’, ‘다른 마음’, ‘사심(私心)’.
⁹⁸⁸ 연(燕): ‘제비 연’, ‘잔치 연’. ‘편안하다’, ‘즐기다’. ‘불연(不燕)’은 ‘마음이 편치 않다’.
⁹⁸⁹ “虞吉 有他不燕”: 중부괘 초구(初九) 효사.
⁹⁹⁰ 소상전(小象傳): 십익(十翼) 중 상전(象傳)의 일부로, 각 효사(爻辭)에 대해 그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부분.
⁹⁹¹ 학(鶴): ‘학 학’. ‘학’. 동양에서 순수함, 장수, 고결함의 상징.
⁹⁹² 음(陰): ‘그늘 음’. ‘그늘’, ‘숨겨진 곳’.
⁹⁹³ 작(爵): ‘벼슬 작’. ‘술잔’. 여기서는 ‘복(福)’, ‘은혜’, ‘지위’, ‘좋은 것’을 상징.
⁹⁹⁴ 미(靡): ‘쓰러질 미’, ‘없을 미’, ‘나눌 미’. ‘나누다’, ‘함께하다’, ‘공유하다’.
⁹⁹⁵ “鳴鶴在陰 其子和之 我有好爵 吾與爾靡之”: 중부괘 구이(九二) 효사.
⁹⁹⁶ 적(敵): ‘대적할 적’. ‘적’, ‘원수’. 여기서는 ‘적수(匹敵)’ 또는 ‘짝(配)’을 의미한다. 자신과 대등하게 감응하는 상대.
⁹⁹⁷ “得敵 或鼓或罷 或泣或歌”: 중부괘 육삼(六三) 효사.
⁹⁹⁸ 망(望): ‘바랄 망’. ‘보름’. ‘월기망(月幾望)’은 달이 거의 보름에 가깝다는 뜻.
⁹⁹⁹ 마필(馬匹): ‘말 마(馬)’에 ‘짝 필(匹)’. ‘짝이 되는 말’, ‘한 쌍의 말’. 하괘(兌)는 초구, 구이, 육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육사는 상괘(巽)에 속한다. ‘마필망(馬匹亡)’은 하괘의 무리(馬匹)와의 관계를 끊고(亡) 상괘의 리더(九五)를 따른다는 의미.
¹⁰⁰⁰ “月幾望 馬匹亡 无咎”: 중부괘 육사(六四) 효사.
¹⁰⁰¹ 연여(攣如): ‘걸릴/이어질 연(攣)’에 ‘같을 여(如)’. ‘서로 굳게 묶여 있는 모양’, ‘강력한 결속력’.
¹⁰⁰² “有孚攣如 无咎”: 중부괘 구오(九五) 효사.
¹⁰⁰³ 중정(中正): 6개의 효위 중 5효는 양(陽)의 자리이고 구오(九五)는 양효(⚊)이므로 ‘정(正)’이며, 상괘의 가운데(中)이므로 ‘중정’의 덕을 갖춘 이상적인 군주이다.
¹⁰⁰⁴ 한음(翰音): ‘날개 한(翰)’에 ‘소리 음(音)’. ‘새의 깃(翰)’ 또는 ‘날아오르는(翰)’ 소리. 일반적으로 ‘닭의 울음소리(鷄鳴)’로 해석된다. 닭은 때를 알리는 ‘신(信)’의 상징이지만, 하늘(天)까지 오르려는 것은 분수에 맞지 않는 공허한 외침을 의미한다.
¹⁰⁰⁵ “翰音登于天 貞凶”: 중부괘 상구(上九) 효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