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세계 질서』요약

  • ‘달러 이후의 질서’는 어떻게 오는가

서론: 500년 주기의 경고, ‘달러 제국’의 황혼

2008년 금융 위기, 끝나지 않는 양적 완화, 팬데믹으로 인한 막대한 부채, 그리고 미중 갈등의 격화. 우리는 지금 ‘달러’라는 하나의 통화가 지배하는 세계 질서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과연 미국 달러는 그 지위를 영원히 유지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달러 이후의 질서’는 어떤 모습일까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창립자이자, 금융 역사가인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그의 역작 **『변화하는 세계 질서 (Principles for Dealing with the Changing World Order)』**¹를 통해 이 거대한 질문에 대한 냉철한 답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경제 전망서나 정치 비평서가 아닙니다. 달리오와 그의 팀은 지난 500년간 세계를 지배했던 주요 제국들(네덜란드, 영국, 미국)과 그들의 기축 통화(길더화, 파운드화, 달러화)가 어떻게 흥하고(Rise) 쇠퇴했는지(Decline)를 방대한 데이터로 분석합니다. 그 결과, 그는 제국의 흥망성쇠가 무작위적인 사건이 아니라, 마치 자연의 사계절처럼 예측 가능하고 반복적인 **’빅 사이클(The Big Cycle)’**²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달리오의 핵심 주장은 충격적입니다.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 제국과 달러 기반의 질서는, 이 ‘빅 사이클’의 마지막 단계, 즉 ‘쇠퇴기(Decline)’에 진입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새로운 도전자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상승기(Rise)’를 거쳐 ‘절정기(Top)’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달러 이후의 질서’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라, 우리 세대 안에 펼쳐질 현실적인 시나리오임을 경고합니다. 이 글은 레이 달리오가 제시하는 ‘빅 사이클’의 작동 원리, 제국의 흥망을 결정하는 8가지 요인, 기축 통화(달러)가 붕괴하는 메커니즘, 그리고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세계 질서의 모습을 분석 및 요약합니다.


제1부: 역사는 반복된다 – 제국의 흥망성쇠 ‘빅 사이클(The Big Cycle)’

달리오 분석의 핵심은 ‘빅 사이클’이라는 거대한 틀입니다. 그는 한 제국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 절정을 맞이하며, 쇠퇴하여 다음 제국에게 자리를 넘겨주기까지 약 250년(±100년)의 주기가 있으며, 이 주기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이 사이클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1단계: 상승기 (The Rise) – 새로운 질서의 구축

새로운 제국은 혼란기(전쟁, 혁명)를 극복하고 탄생합니다.

  • 특징: 강력하고 유능한 리더십, 교육 수준의 급격한 향상, 강력한 공동체 의식과 낮은 불평등, 기술 혁신, 생산성 향상.
  • 네덜란드 제국 (17세기): 작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주식회사(VOC)³, 조선술, 금융 혁신을 통해 해상 무역을 장악. 길더화가 최초의 기축 통화가 됨.
  • 영국 제국 (18-19세기): 산업 혁명, 강력한 해군력(군사력), 효율적인 행정 시스템을 바탕으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 건설. 파운드화가 세계를 지배.
  • 미국 제국 (20세기 중반):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기존 강대국들을 압도하는 생산력과 군사력을 확보.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⁴를 통해 달러를 금(金)에 고정시키며 공식적인 기축 통화국이 됨.

2단계: 절정기 (The Top) – 기존 질서의 번영

제국은 압도적인 힘(경제, 군사,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의 ‘경찰’이자 ‘은행’ 역할을 수행하며 번영의 정점을 누립니다.

  • 특징: 세계 무역의 중심지, 가장 강력한 금융 시장(예: 암스테르담, 런던, 뉴욕) 보유, 자국 통화(기축 통화)가 전 세계의 교역과 저축 수단으로 사용됨.
  • ‘엄청난 특권(Exorbitant Privilege)’⁵: 기축 통화국은 자국의 통화를 ‘찍어내기만’ 하면 전 세계의 실물 자산(석유, 원자재, 상품)을 살 수 있는 특권을 누립니다.
  • 쇠퇴의 씨앗: 이 절정기에 제국은 서서히 병들기 시작합니다.
    1. 과도한 신용 창출: 특권을 남용하여 빚(부채)을 내어 소비하고 군비를 확장합니다.
    2. 경쟁력 약화: 자국 통화 가치가 높아(고평가)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생산 기지는 저임금 국가로 이전됩니다.
    3. 불평등 심화: 금융 자산(주식, 부동산)을 가진 자들은 부유해지고,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정체되어 내부적인 부의 격차가 극심해집니다.

3단계: 쇠퇴기 (The Decline) – ‘달러 이후의 질서’가 잉태되는 순간

달리오가 현재 미국이 이 단계에 깊숙이 진입했다고 진단하는 이유입니다. 이 단계는 세 가지 명백한 징후로 나타납니다.

징후 1: 감당할 수 없는 부채와 화폐 발행 (The Debt Bubble & Money Printing)

  • 제국은 막대한 군비 지출과 복지 비용, 그리고 과도한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하여 빚을 냅니다.
  • 부채가 임계점에 이르면, 중앙은행은 더 이상 정상적인 방법(세금)으로 빚을 갚을 수 없으므로, ‘돈을 찍어내는(Money Printing)’ 방법을 택합니다. (예: 2008년 이후 미국의 양적 완화(QE)⁶)
  • 결과: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인플레이션), 채권(빚 문서)을 들고 있던 채권국(현재의 중국, 일본 등)은 실질적인 손해를 입기 시작합니다. 이는 기축 통화에 대한 신뢰에 첫 번째 균열을 냅니다.

징후 2: 극심한 내부 갈등 (Internal Conflict)

  • ‘징후 1’로 인해 자산 가격은 폭등하고, 실물 경제는 정체됩니다. 이는 부의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심화시킵니다.
  • 가진 자(Haves)와 못 가진 자(Have-Nots) 간의 갈등은 정치적 양극화로 이어집니다. 좌파와 우파는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며 타협을 거부합니다.
  • ‘질서’와 ‘법치’가 무너지고, **포퓰리즘(Populism)**이 득세하며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집니다. 달리오의 데이터는 현재 미국의 부의 불평등과 정치적 양극화가 1930년대 ‘대공황’ 직전 수준에 근접했음을 보여줍니다.

징후 3: 외부의 도전 (External Conflict)

  • 기존 제국(미국)이 내부 문제로 쇠약해지는 동안, 새로운 제국(중국)은 ‘상승기’의 동력(교육, 혁신, 생산)을 바탕으로 빠르게 힘을 키웁니다.
  • 신흥 강대국은 기존 강대국이 누리던 이익(무역, 기술)을 잠식하기 시작하며, 결국 기존 질서에 도전합니다.
  • 이 갈등은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⁷으로 알려져 있으며, 역사는 이 갈등이 5가지 형태의 ‘전쟁’으로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1. 무역 전쟁 (Trade War)
    2. 기술 전쟁 (Technology War)
    3. 지정학적 전쟁 (Geopolitical War)
    4. 자본 전쟁 (Capital War)
    5. 그리고 궁극적으로, 군사 전쟁 (Military War)

달리오는 현재 미국과 중국이 이미 1~4단계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5단계인 군사적 충돌의 위험성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경고합니다.


제2부: 제국의 8가지 힘 – 미국과 중국의 현재 주소

달리오는 제국의 흥망을 측정하기 위해 8가지 핵심 지표(Determinants of Power)를 제시합니다. ‘달러 이후의 질서’는 이 8가지 힘의 총합이 역전될 때 나타납니다.

  1. 교육 (Education): 모든 힘의 근간. 시민들의 교육 수준.
  2. 혁신 및 기술 (Innovation & Technology):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선도하는 능력.
  3. 경쟁력 (Competitiveness): 주로 무역 수지(수출 vs 수입)로 측정됨.
  4. 경제 생산량 (Economic Output): GDP로 대표되는 국가 총생산력.
  5. 무역 (Trade):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6. 군사력 (Military Strength): 군비 지출 및 기술력.
  7. 금융 센터 (Financial Center Strength): 자본 시장의 규모와 영향력 (예: 뉴욕, 런던).
  8. 기축 통화 지위 (Reserve Currency Status): 자국 통화가 세계 준비 자산으로 사용되는 비중.

달리오의 냉철한 진단:

그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교육(상위권 학생 비율), 무역(최대 무역국), 경쟁력(무역 흑자), 경제 생산량(PPP 기준 1위) 등에서 미국을 앞질렀거나 맹렬히 추격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혁신(아직은!), 군사력, 금융 센터, 그리고 기축 통화 지위뿐입니다.

달리오가 지적하는 무서운 사실은, **군사력과 기축 통화 지위(8번)는 항상 제국의 ‘마지막 보루’이자 ‘후행 지표(Lagging Indicator)’**라는 점입니다. 교육(1번)과 생산(4번)이라는 근본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군사력과 통화 패권도 결국 시차를 두고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제3부: ‘달러’는 어떻게, 왜 무너지는가? – 기축 통화의 딜레마

이 책의 핵심이자 사용자님의 질문인 ‘달러 이후의 질서’는 결국 ‘기축 통화(Reserve Currency)’의 붕괴 과정과 직결됩니다. 달리오가 분석한 이 메커니즘은 매우 중요합니다.

1단계: 특권의 시작 (1945년 ~ 1971년)

  • 미국은 브레턴우즈 체제를 통해 달러를 금(金)에 고정($35 = 1온스)시켰습니다. 전 세계는 달러를 믿고 상품(석유, 원자재)을 팔았습니다.

2단계: 특권의 남용과 신뢰의 균열 (1971년 닉슨 쇼크)

  • 미국은 베트남 전쟁과 복지 정책(Great Society)으로 막대한 재정 적자를 냈고, 금 보유량보다 훨씬 많은 달러를 찍어냈습니다.
  • 이를 눈치챈 유럽 국가들(특히 프랑스)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자(뱅크런), 1971년 닉슨 대통령은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금 태환 정지)”**고 선언합니다.⁸
  • 이 순간, 달러는 ‘금’이라는 실물 가치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법정 불환 지폐(Fiat Currency)’, 즉 ‘미국 정부에 대한 믿음’만으로 존재하는 화폐가 되었습니다.

3단계: 페트로 달러와 부채 기반의 연명 (1970년대 ~ 2008년)

  • 금과의 연결이 끊겼음에도 달러가 살아남은 이유는 ‘석유(Petro)’였습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과의 담판을 통해, **”모든 석유 결제는 오직 달러로만 한다”**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⁹을 구축합니다.
  • 전 세계 모든 국가는 석유를 사기 위해 ‘달러’를 비축해야만 했습니다. 이 달러 수요가 달러의 가치를 지탱했습니다.
  • 미국은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막대한 무역 적자를 감수하며 전 세계의 물건을 소비하고, 그 대가로 달러를 찍어냈습니다. (미국은 소비, 전 세계는 생산)
  • 채권국(중국, 일본, 한국 등)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다시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US Treasury Bonds)에 투자했습니다.
  • 결과: 미국은 ‘빚(국채)’을 내어 ‘소비(수입)’를 하고, 채권국은 ‘생산(수출)’을 하고 그 대가로 ‘빚 문서(달러 국채)’를 쌓아두는 기형적인 공생 관계가 완성되었습니다.

4S단계: 붕괴의 서막 – 신뢰 상실 (2008년 이후)

  • 2008년, 미국 스스로가 만든 금융 시스템(서브프라임 모기지)이 붕괴했습니다.
  •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 위기를 해결한 방식은 단 하나, **천문학적인 규모의 ‘달러 찍어내기(양적 완화, QE)’**였습니다.
  • 이는 전 세계 채권국들에게 **”미국은 빚을 갚을 생각이 없고, 오직 돈을 찍어 가치를 떨어뜨릴(Devalue) 뿐이다”**라는 강력한 신호를 주었습니다.
  • 금리는 제로(0)가 되었고, 부채는 폭증했습니다. 달리오가 말하는 **’빅 사이클 쇠퇴기의 징후 1번(부채 버블)’**이 극에 달한 것입니다.

5단계: ‘달러 이후의 질서’의 시작 – 다각화와 도전

달리오는 현재 우리가 이 5단계에 있다고 진단합니다.

  • 채권국들의 움직임: 중국, 러시아 등 미국의 잠재적 적대국들은 더 이상 ‘가치가 떨어지는 종이(달러)’를 쌓아두려 하지 않습니다.
    • 그들은 미국 국채를 서서히 매각하기 시작합니다.
    • 그 돈으로 달러가 아닌 **’금(Gold)’**을 사들입니다.
    • 자국 통화(위안화) 결제 시스템(CIPS)을 만듭니다.
    •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위안화, 루블화)로 석유 등 원자재를 결제하기 시작합니다(탈달러화, De-dollarization).
  • 전쟁의 촉매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 미국이 러시아의 해외 달러 자산을 ‘동결(Freeze)’시킨 사건은 이 흐름에 불을 붙였습니다. 전 세계 국가들은 **”달러 자산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 더욱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 달러의 몰락 시나리오: 달리오는 어느 순간,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빚을 갚기 위해 또다시 막대한 달러를 찍어내는 순간, 혹은 미국과의 갈등(예: 대만 문제)이 격화되는 순간, 중국과 같은 채권국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Dump)**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는 미국 국채 가격 폭락(금리 폭등)과 달러 가치 폭락을 유발하며, **미국 내의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과 달러의 기축 통화 지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달러 이후의 질서’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제4B부: 새로운 질서 – 미중 갈등과 다극화된 세계

달러가 무너진 자리는 누가 차지할까요? 달리오는 이 과정을 ‘기존 패권국(미국)’과 ‘신흥 패권국(중국)’ 간의 피할 수 없는 ‘빅 사이클 3단계 충돌’로 규정합니다.

1. 다섯 가지 유형의 전쟁 (The Five Types of War)

달리오는 이 패권 전쟁이 이미 5가지 형태로 진행 중이라고 분석합니다.

  1. 무역 전쟁 (Trade War): 이미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 부과로 시작되었습니다.
  2. 기술 전쟁 (Technology War): 화웨이 제재, 반도체(칩4 동맹)¹⁰ 규제 등. 이는 미래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가장 치열한 전쟁터입니다.
  3. 지정학적 전쟁 (Geopolitical War): 대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대리전 등. 동맹국 줄 세우기(AIIB vs. G7)가 격화됩니다.
  4. 자본 전쟁 (Capital War): 미국 내 중국 기업 상장 폐지,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등.
  5. 군사 전쟁 (Military War):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앞선 4개 전쟁이 극에 달했을 때, 군사적 충돌(특히 대만 문제)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2. ‘달러 이후의 질서’는 어떤 모습인가?

달리오는 미래를 단언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 시나리오 1: 중국 중심의 양극화(Bipolar Order): 중국이 기술(AI, 5G), 생산, 무역을 장악하고, 위안화(특히 디지털 위안화, CBDC)가 달러를 대체하거나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세계는 ‘미국-유럽 블록’과 ‘중국-러시아-일대일로 블록’으로 나뉩니다.
  • 시나리오 2: 다극화된 혼돈(Multipolar Disorder):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확실한 패권을 쥐지 못하고, 유럽, 인도, 러시아, 일본 등 지역 강대국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무질서한 다극화’ 시대가 열립니다.
  • 시나리오 3: 미국의 재건(US Renewal): 미국이 ‘빅 사이클’의 교훈을 받아들여, 내부 갈등(불평등, 양극화)을 해결하고, 교육과 인프라에 재투자하여 생산성을 회복하고, 부채를 성공적으로 관리하여 패권을 유지합니다. (달리오는 이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암시합니다.)

결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달리오의 처방전

레이 달리오는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통해 암울한 미래를 예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역사학자이자 의사로서, **역사(History)라는 ‘차트’를 보고 현재(Present)를 ‘진단(Diagnosis)’하며, 미래(Future)를 위한 ‘처방전(Prescription)’**을 제시합니다.

‘달러 이후의 질서’라는 거대한 폭풍우(Storm)가 다가오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 국가(國家)를 위한 조언:
    1. 내부 통합: 가장 시급한 것은 ‘내부 갈등(불평등, 양극화)’의 해소입니다. 사회가 분열되면 어떤 외부의 적도 이길 수 없습니다.
    2. 생산성 향상: 교육과 인프라, 기술 혁신(R&D)에 투자하여 ‘빚’이 아닌 ‘생산성’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3. 재정 건전성: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줄여야 합니다.
  • 개인(個人)을 위한 조언:
    1. 역사를 이해하라: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빅 사이클’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2. 분산 투자(Diversify): 달리오가 평생을 외쳐온 원칙입니다.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특히 달러라는 바구니)에 담지 말라.” 개인의 자산은 특정 국가, 특정 통화, 특정 자산군(주식, 채권)에 몰려 있어서는 안 되며, 금(Gold)을 포함한 다양한 실물 자산과 통화로 분산되어야 합니다.
    3. 생산성을 높여라: 자신과 자녀의 ‘교육’과 ‘기술’에 투자하여, 어떤 질서가 오든 살아남을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달러 이후의 질서’는 우리에게 두려움의 대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 달리오는 이 책을 통해, 역사의 거대한 파도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그 파도의 원리를 이해한다면 그 위에서 ‘서핑’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그 ‘서핑’을 위한 가장 정교한 지도입니다.


각주(Footnotes):

¹ 『변화하는 세계 질서 (Principles for Dealing with the Changing World Order: Why Nations Succeed and Fail)』: 2021년 출간된 레이 달리오의 저서. 500년의 역사를 분석하여 제국의 흥망성쇠 패턴을 ‘빅 사이클(The Big Cycle)’로 정립하고, 현재의 미중 갈등과 미국 달러 질서의 쇠퇴를 분석했다.

² 빅 사이클 (The Big Cycle): 달리오는 한 제국(과 기축 통화)이 상승, 절정, 쇠퇴하는 주기를 평균 250년으로 본다. (네덜란드: 1600년대 중반 절정, 영국: 1800년대 중반 절정, 미국: 1950년대 이후 절정)

³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VOC, Vereenigde Oostindische Compagnie): 1602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이자 다국적 기업. 당시 네덜란드 제국의 부와 금융 혁신의 상징이었다.

⁴ 브레턴우즈 체제 (Bretton Woods System):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서 연합국 44개국이 합의한 국제 통화 체제. 미 달러를 금 1온스당 35달러로 고정시키고, 다른 국가들의 통화는 달러에 고정시키는 ‘금환본위제’를 채택.

⁵ 엄청난 특권 (Exorbitant Privilege): 기축 통화국(미국)이 자국 통화(달러)로 국제 결제를 하고 부채를 발행함으로써 얻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비판적으로 이르는 말. 1960년대 프랑스 재무장관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이 처음 사용했다.

⁶ 양적 완화 (Quantitative Easing, QE):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 부양이 어려울 때, 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시중에 통화(돈)를 공급하는 비전통적 통화 정책.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대규모로 시행했다.

⁷ 투키디데스의 함정 (Thucydides Trap):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분석하며 “새롭게 부상하는 세력(아테네)이 기존 패권 세력(스파르타)의 두려움을 유발할 때 전쟁은 불가피해진다”고 한 데서 유래.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가 현대 미중 관계에 적용하며 유명해졌다.

⁸ 닉슨 쇼크 (Nixon Shock): 1971년 8월 15일,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달러화의 금 태환 정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사건. 이로써 브레턴우즈 체제는 사실상 붕괴되었다.

⁹ 페트로 달러 시스템 (Petrodollar System): 1970년대 닉슨 쇼크 이후,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국가들과의 합의를 통해, 전 세계의 모든 석유(Petro) 거래가 오직 미국 달러(Dollar)로만 이루어지도록 구축한 시스템.

¹⁰ 칩4 동맹 (Chip 4 Alliance): 미국이 주도하여 한국, 일본, 대만 등 핵심 반도체 생산국들을 묶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기술 동맹. 달리오가 말하는 ‘기술 전쟁’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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