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름의 길, 작은 것을 쌓아 크게 이루다
서론: 모임(萃)의 다음 단계, 성장을 향해 오르다(升)
주역(周易) 64괘¹ 탐험, 우리는 상경(上經)³⁰과 하경(下經)의 여정을 이어오며, 마침내 마흔다섯 번째 괘인 택지췌(澤地萃)⁴²에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풍요와 화합을 이루는 ‘모임’의 단계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주역의 이치는 ‘정지’가 아닌 ‘변화’입니다. 모임(聚)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더 높은 단계를 향한 ‘오름(升)’의 시작입니다. 이제 우리는 마흔여섯 번째 괘인 **지풍승(地風升)**을 통해, 그 모여든(萃) 힘을 바탕으로 어떻게 ‘위로 오르고(升)’, ‘성장하며(升)’, ‘발전해 나가는지(升)’ 그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승(升)이라는 글자는 본래 곡식을 되는 ‘되(升)’를 의미하며, 나아가 ‘오르다’, ‘올라가다’, ‘승진하다’, ‘성장하다’, ‘발전하다’ 등의 매우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미약한 상태에서 강성한 상태로 나아가는 모든 ‘상승(上昇)’의 과정을 상징합니다.
앞선 췌괘(萃卦)가 사람들이 모여드는 수평적인 결합을 그렸다면, 승괘(升卦)는 그 결합된 힘을 바탕으로 수직적인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주역 괘의 순서를 설명하는 서괘전(序卦傳)⁴³에서는 “모여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승(升)이라 하므로 췌괘 다음에 승괘로 받는다. 승(升)은 오름이다(萃者聚也 聚而上者謂之升 故受之以升 升者登也)”라고 하여, 모임(萃)은 필연적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한 ‘오름(升)’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승괘는 주역에서 **’성장’, ‘발전’, ‘승진’, ‘성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길(吉)한 괘입니다. 이 괘는 마치 **땅(地) 속에 심겨진 씨앗(風/木)**⁴⁴이 부드러운 땅의 기운을 받고 순조롭게 싹을 틔워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 나무의 모습을 그립니다. 괘의 구조는 **부드러운 나무(巽)가 유순한 땅(坤)을 만나 아무런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가장 이상적인 ‘성장의 조건’**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주역은 어떠한 성공에도 ‘올바른 과정’을 요구합니다. 승괘 역시 단순히 ‘높이 올라간다’는 결과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성장을 ‘올바르고(貞)’ ‘지속 가능하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 괘의 핵심은 **’덕에 순응하며(順德)’, ‘작은 것을 쌓아(積小)’ ‘높고 큰 것을 이룬다(以高大)’**는 것입니다. 즉, 진정한 성장은 일확천금의 행운이 아니라, 작은 노력과 덕(德)의 꾸준한 축적을 통해 이루어짐을 강조합니다.
이 글은 주역 입문서들의 보편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승괘의 구조와 상징, 괘 전체의 의미를 담은 괘사(卦辭)⁴⁵, 그리고 성장의 과정에서 펼쳐지는 6단계의 상황과 그 속에서의 지혜와 경계를 보여주는 각 효사(爻辭)⁴⁶를 분석합니다.
승괘의 여정은 단순한 승진이나 성공을 넘어, ‘어떻게 올바르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제1부: 승괘(升卦)의 구조와 상징 – 땅 속의 나무, 순조로운 성장
64괘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그 구조와 상징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승괘는 땅과 바람(나무)의 조합, 그리고 효의 구성을 통해 ‘자연스러운 성장’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1. 팔괘(八卦)⁴⁷의 조합: 바람/나무(巽 ☴) 위에 땅(坤 ☷)
승괘는 팔괘 중 바람(風) 또는 **나무(木)**⁴⁸, 들어감(入), **순(順)**을 상징하는 손(巽 ☴) 괘가 하괘(下卦, 아래)에 놓이고, 땅(地) 또는 순함(順), 포용을 상징하는 곤(坤 ☷) 괘가 상괘(上卦, 위)에 놓인 형태입니다.
- 하괘 손(巽 ☴): 맨 아래 하나의 음효(⚋)가 위 두 개의 양효(⚊) 아래에 있는 모습. 부드러움(柔), 겸손함(巽), 순종(順), 그리고 땅속으로 뿌리를 내리며(入) 위로 자라나는 **나무(木)**를 상징합니다. 성장의 주체이자 그 동력을 나타냅니다.
- 상괘 곤(坤 ☷): 세 개의 음효(⚋⚋⚋)로 이루어진 순수한 음(陰). 순함(順), 수용성, 대지, 만물을 받아들이고 길러내는 ‘어머니’ 또는 **성장을 위한 ‘환경’**을 상징합니다.
- 조합의 의미 (地風升): **땅(坤) 아래(속)에 나무(巽)**가 있는 모습입니다. 이는 나무(巽)가 부드럽고(柔) 비옥한 땅(坤)에 뿌리를 내리고, 그 땅의 순한(順) 기운을 받아 아무런 저항 없이(坤)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升) 형상입니다. 45번 췌괘(萃卦, 澤地萃 ☱☷)가 땅 위에 물이 모인 것이라면, 46번 승괘(升卦, 地風升 ☷☴)는 땅 속에 나무가 자라나는 모습입니다. 췌괘가 ‘모임’이라는 수평적 확장이라면, 승괘는 ‘성장’이라는 수직적 상승입니다.
- 이중의 순함 (順): 이 괘의 가장 큰 특징은 하괘 손(巽)도 ‘순(順)’의 덕을, 상괘 곤(坤)도 ‘순(順)’의 덕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아래(나무)는 겸손하게(巽) 때를 따르며 자라나고, 위(땅)는 그 성장을 유순하게(坤) 받아들입니다. 이는 성장의 주체(巽)와 그를 둘러싼 환경(坤)이 모두 순조롭고 조화로워 어떤 갈등이나 장애물 없이 순탄하게 ‘오를(升)’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12번 천지비(天地否)의 ‘불통’, 38번 화택규(火澤睽)의 ‘어그러짐’과는 정반대의 이상적인 조화 상태입니다.
2. 괘의 모습(象): 땅 속에서 나무가 자라다, 작은 것을 쌓아 크게 이루다
주역 해설서인 ‘상전(象傳)’⁴⁹에서는 승괘의 상하 팔괘 조합을 보고 그 상징적인 이미지를 설명합니다. 승괘에 대한 상전(대산전, 大象傳)의 설명은 이 ‘순조로운 오름’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핵심 원리를 제시합니다.
**”地中生木 升 君子以順德 積小以高大” (지중생목 승 군자이순덕 적소이고대)**⁵⁰
- 해석: “땅(地) 가운데(中) 나무(木)가 자라나는(生) 것이 승(升)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덕(德)에 순응하며(順), 작은(小) 것을 쌓아(積) 높고 크게(高大) 이룬다.”
- 의미: 땅 속에 심겨진 작은 씨앗(巽木)이 싹을 틔워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는 모습(地中生木)이 바로 승(升)의 이미지입니다. 군자(주역에서 이상적인 인간상)는 이러한 나무의 성장 과정을 본받아 두 가지를 실천해야 합니다.
- 순덕(順德): 나무가 땅(坤)의 부드러운 덕(德)에 순응하며(順) 자라나듯, 군자 역시 자연의 이치와 올바른 도덕률(德)에 순응하고(順) 겸손한(巽)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 적소이고대(積小以高大): 거대한 나무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고, 매일 조금씩(小) 자양분을 쌓아(積) 마침내 높고 크게(高大) 되듯이, 군자의 성공이나 성장 역시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작은 노력, 작은 선행, 작은 배움(小)을 꾸준히 쌓아가는(積) 과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높고 위대한 성취(高大)**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이는 승괘가 **’벼락출세’가 아닌 ‘점진적이고 꾸준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괘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겸손한 자세(順德)로 꾸준히 노력(積小)**하는 것이야말로 ‘오름(升)’의 유일하고 올바른 길입니다.
3. 핵심 키워드와 상징
승괘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속성: 오름, 성장, 발전, 승진, 상승, 점진적, 꾸준함, 순응, 덕을 쌓음
- 자연 상징: 땅 속의 나무(씨앗), 서서히 자라나는 식물, 계단을 오름
- 인간사 상징: 승진, 합격, 사업 성장, 학업 성취, 인격 도야, 점진적인 발전
- 핵심 원리: 적소이고대(積小以高大) – 작은 것을 쌓아 큰 것을 이룸, 순덕(順德) – 덕에 순응함
- 핵심 과제: 꾸준한 노력, 겸손함 유지, 올바른 방향성, 조급함 경계, 조력자(大人) 만나기
승괘는 ‘때가 왔음’과 ‘환경이 좋음’을 동시에 의미하는 매우 길한 괘입니다. 하지만 그 길함은 오직 **’꾸준한 노력’**이라는 전제 위에서만 실현됩니다.
제2부: 괘사(卦辭) – 승괘 전체의 의미: “元亨 用見大人 勿恤 南征吉”
괘사(卦辭)는 괘 전체에 대한 설명과 길흉 판단입니다. 승괘의 괘사는 이 ‘오름(升)’의 시기가 얼마나 길하고, 이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합니다.
“升 元亨 用見大人 勿恤 南征吉”
**(승 원형 용견대인 물휼 남정길)**⁵¹
- 해석: “승(升)은 크게(元)⁵² 형통(亨)⁵³하니, 대인(大人)⁵⁴을 만나는(見) 데 힘쓰면(用) 좋다. 근심하지(恤) 말라(勿). 남(南)쪽으로 나아가면(征) 길(吉)하다.”
- 의미:
- 원형(元亨): 크게 형통하다. 괘사는 먼저 승괘가 ‘크게 형통’할 수 있는 매우 긍정적인 시기임을 선언합니다. 나무가 부드러운 땅을 만나 순조롭게 자라듯, 막힘없이 발전할 수 있는 때입니다.
- 용견대인(用見大人): 대인을 만나는 데 힘쓰면 좋다. 이 큰 형통함을 제대로 이루기 위한 첫 번째 구체적인 행동 지침입니다. ‘대인(大人)’은 덕망과 지혜, 능력을 갖춘 윗사람, 스승, 조력자를 의미합니다. 즉, **혼자 힘으로만 오르려 하지 말고, 자신을 이끌어주고 도와줄 훌륭한 멘토나 리더(大人)를 적극적으로 찾아가(見) 그와 함께하는 것(用)**이 이롭다는 것입니다. (승괘에서는 특히 중심 리더인 六五가 이 ‘대인’의 역할을 합니다.)
- 물휼(勿恤): 근심하지 말라. 이는 승괘의 긍정적인 기운을 재확인하는 말입니다. 지금은 성장과 발전의 시기이며, 훌륭한 조력자도 만날 수 있으니, **앞날에 대해 막연히 불안해하거나 근심할(恤) 필요가 없다(勿)**는 것입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라는 격려입니다.
- 남정길(南征吉): 남쪽으로 나아가면 길하다. 이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구절입니다. ‘남(南)’은 팔괘에서 **리(離 ☲), 즉 ‘불(火)’과 ‘밝음(明)’**을 상징하는 방향입니다. 따라서 ‘남쪽으로 나아간다(南征)’는 것은 어둡고 침체된 곳이 아니라, ‘밝고(明) 환하며(離) 활기찬(火)’ 방향으로 나아가야 길(吉)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자신의 재능과 덕을 숨기지 말고, 세상에 적극적으로 드러내고(明) 활동하라는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이 괘사는 승(升)의 시기가 ① 큰 성공의 기회(元亨)이며, ② 훌륭한 조력자(大人)와 함께해야 하고, ③ 근심 없이(勿恤) ④ 밝고 긍정적인 방향(南)으로 나아가야(征) 길(吉)하다는 매우 희망차고 적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제3부: 효사(爻辭) – 6단계 변화: ‘오름(升)’의 여섯 계단
이제 승괘의 6개의 효(爻)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각 효는 ‘오름(升)’이라는 공통된 상황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각자의 위치에 따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오르며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승괘는 아래 세 효(巽, 나무)가 위 세 효(坤, 땅)를 향해 점진적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그립니다.
1. 초륙(初六): 윤승(允升) 대길(大吉)
- 원문: 初六 允升 大吉 (초륙 윤승 대길)
- 해석: “초륙은 믿음(允)⁵⁵을 가지고 오르니(升), 크게(大) 길(吉)하다.”⁵⁶
- 위치와 상징: 맨 아래 첫 번째 효. 승괘의 시작. 하괘 손괘(巽☴)의 맨 아래에 있는 **음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바른 자리(正)입니다. **성장(升)이 막 시작되는 뿌리(根)**의 단계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성장의 가장 초기 단계에 있지만, 겸손하고(巽) 유순하며(陰) 올바른(正) 덕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힘만 믿고 억지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특히 바로 위의 九二, 九三)을 진심으로 믿고(允) 그들의 이끌림에 순응하며 함께 오르는(升) 모습입니다. 윗사람(陽)의 도움을 받아 순조롭게 오르는 것입니다. 이처럼 시작 단계에서부터 겸손하게 윗사람과 뜻을 합치고 신뢰를 바탕으로 나아가니, 그 결과는 **크게 길(大吉)**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바른 시작과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小象傳) 해설: “允升大吉 上合志也” (윤승대길은 위(上, 九二, 九三)와 뜻(志)을 합(合)하기 때문이다.)⁵⁷ – 윗사람들과 뜻을 합쳐 함께 나아가기 때문에 크게 길하다는 의미입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성공적인 성장은 혼자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시작 단계에서는 훌륭한 선배나 리더를 믿고 따르며 협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겸손함과 신뢰가 성장의 가장 튼튼한 뿌리가 된다.
2. 구이(九二): 부내이용약(孚乃利用禴) 무구(无咎)
- 원문: 九二 孚乃利用禴 无咎 (구이 부내이용약 무구)
- 해석: “구이는 믿음(孚)⁵⁸이 있으면 간략한 제사(禴)⁵⁹를 드리는(用) 것만으로도 이로우니(利), 허물(咎)⁶⁰이 없다.”⁶¹
- 위치와 상징: 하괘 손괘(巽☴)의 가운데 두 번째 효. **양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왔지만(부정), **하괘의 중(中)**을 얻었습니다. 성장의 실질적인 동력이 되는 강건함(陽)과 중용(中)의 덕을 갖춘 핵심 인재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45번 택지췌(澤地萃)괘의 육이 효사와 글자가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췌괘에서는 중정한 덕을 갖춘 음효(六二)가 진심으로 윗사람(九五)을 따르는 모습이었다면, 승괘에서는 **강건하고(陽) 중용(中)을 지키는 실력자(九二)**가 **진실된 마음(孚)**으로 성장에 임하는 모습입니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지 않으며, 소박하고(禴, 간략한 제사) 진실된 정성만으로도 충분히 윗사람(六五)과 통하고 하늘의 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성장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외양이나 물질이 아니라, 내면의 진실함과 중용의 덕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자세로 나아가니 당연히 허물이 없습니다(无咎).
- 소상전 해설: “九二之孚 有喜也” (구이지부는 기쁨(喜)이 있기 때문이다.) – 그의 진실된 마음이 윗사람(六五)에게 전달되어 서로 기뻐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췌괘 육이의 소상전 “中未變也”와는 다름)
- 주역 입문 관점: 실력(陽)과 함께 진정성(孚)과 겸손함(中)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나 형식에 집착하기보다, 내면의 진실함과 올바른 자세로 임할 때 진정한 인정과 성공을 얻을 수 있다.
3. 구삼(九三): 승허읍(升虛邑)
- 원문: 九三 升虛邑 (구삼 승허읍)
- 해석: “구삼은 빈 읍(虛邑)⁶²으로 올라간다(升).”⁶³
- 위치와 상징: 하괘 손괘(巽☴)의 맨 위 세 번째 효. **양효(⚊)**이며 양(陽)의 자리에 와서 바르고(正), **하괘(성장의 주체)의 극(極)**에 달해 기세가 매우 강합니다. 바로 위에 상괘 곤(坤☷, 땅)의 열린 공간이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성장의 기세가 최고조에 달하여 아무런 저항 없이 순조롭게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치 텅 비어 있는 마을(虛邑)로 무혈입성(無血入城)하듯이, 아무런 장애물이나 방해 없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높은 자리로 나아갑니다. 이는 아래(초륙, 구이)로부터의 꾸준한 노력과 준비(積小)가 마침내 **결정적인 돌파(高大)**로 이어진 순간입니다. 괘 전체가 순(順)과 순(順)으로 이루어진 덕분에,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 없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때임을 보여주는 매우 길한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升虛邑 无所疑也” (승허읍은 의심(疑)할 바가 없기(无所) 때문이다.) – 아무런 장애물이나 의심스러운 점이 없으니,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면 됨을 의미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노력은 결실을 맺는다. 꾸준히 준비하고 노력했다면,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다. 모든 조건이 갖추어졌으니, 자신을 믿고 뜻을 펼쳐라.
4. 육사(六四): 왕용향우기산(王用亨于岐山) 길(吉) 무구(无咎)
- 원문: 六四 王用亨于岐山 吉 无咎 (육사 왕용향우기산 길 무구)
- 해석: “육사는 왕(王)이 기산(岐山)⁶⁴에서 제사(亨)⁶⁵를 올리니(用), 길(吉)하고 허물(咎)이 없다.”⁶⁶
- 위치와 상징: 상괘 곤괘(坤☷)의 맨 아래 네 번째 효. **음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바른 자리(正)입니다. **상괘(윗사람, 환경)**의 영역으로 진입했으며, **아래에서 올라오는 유능한 인재들(乾의 세력)**을 맞이하고 받아들이는(坤) 위치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32번 뇌풍항(雷風恒)괘의 육사 효사와 글자가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 수정: 32번 뇌풍항 상륙은 “振恒 凶”이고, 46번 승괘 육사는 “王用亨于岐山…”입니다. 32번 항괘 구사 “田无禽”과도 다릅니다. 이 효사는 승괘 고유의 것입니다.)
- (※ 수정된 승괘 육사 효사 분석): **육사(六四)**는 윗사람(坤)으로서 아래에서 올라오는 유능한 인재들(巽, 九二, 九三)을 받아들이는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는 이들의 성장을 시기하거나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왕(王)**⁶⁷이 주나라의 발상지인 기산(岐山)에서 정성껏 제사를 올리듯(亨), 그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정식으로 받아들이며 축복합니다. 이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성장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들을 포용하는(坤) 현명한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하 간의 순조로운 화합은 당연히 길(吉)하고 허물이 없습니다(无咎). ‘순덕(順德)’의 완성이며, ‘용견대인(用見大人)’의 구체적인 실천입니다.
- 소상전 해설: “王用亨于岐山 順事也” (왕용향우기산은 순(順)하게 섬기는(事) 것이다.) – 윗사람(六四)이 아랫사람(巽)의 뜻을 순하게 받아들이고, 또한 윗사람(六五)의 뜻을 순하게 섬기는 것이 순리임을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훌륭한 리더는 아랫사람의 성장을 기뻐하고 그들을 포용한다. 아랫사람의 공을 인정하고 정당하게 대우할 때, 조직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포용적 리더십과 순조로운 인재 등용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5. 육오(六五): 정길(貞吉) 승계(升階)
- 원문: 六五 貞吉 升階 (육오 정길 승계)
- 해석: “육오는 올곧음(貞)을 지키니 길(吉)하여, 계단(階)을 오르듯(升) 한다.”⁶⁸
- 위치와 상징: 상괘 곤괘(坤☷)의 가운데 다섯 번째 효. **임금의 자리(君位)**이며, **음효(⚋)**가 양(陽)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지만 괘 전체의 **중심(中)**을 얻었습니다. 겸허하고(陰) 포용력 있는(坤) 최고 리더의 모습입니다. 아래의 유능한 신하(九二)와 **정응(正應)**⁶⁹ 관계에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승괘의 가장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입니다. 그는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부드럽고 겸허한(陰) 태도로 아래의 유능한 인재(九二)를 믿고 등용합니다. 그는 **’올곧음(貞)’**을 굳건히 지키며 나라를 다스리니 당연히 길(吉)합니다. 그 결과, 나라의 발전은 급격하거나 불안정한 도약(升虛邑)이 아니라, 마치 ‘계단을 하나씩 오르듯(升階)’ 매우 안정적이고 점진적이며 확실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는 겸허하고 포용력 있는 리더가 굳건한 원칙 위에서 인재를 등용할 때, 공동체가 가장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貞吉升階 大得志也” (정길승계는 뜻(志)을 크게(大) 얻는(得) 것이다.) – 리더가 자신의 원대한 뜻(大志)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크게 이루게 됨을 의미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최고의 성장은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리더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보다, 겸허하게 인재를 등용하고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기반(계단)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빨리 가기’보다 ‘함께 멀리 가기’의 지혜를 보여준다.
6. 상륙(上六): 명승(冥升) 리우불식지정(利于不息之貞)
- 원문: 上六 冥升 利于不息之貞 (상륙 명승 리우불식지정)
- 해석: “상륙은 어둠(冥)⁷⁰ 속에서 오르니(升), 쉬지(息) 않는(不) 올곧음(貞)⁷¹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利).”⁷²
- 위치와 상징: 맨 위 여섯 번째 효. 승괘의 가장 마지막 단계. 음(陰)의 자리에 음효(⚋)가 와서 자리는 바르지만(正), 이미 괘의 극(極)에 도달하여 ‘오름(升)’이 그 한계에 다다른 자리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이미 오를 대로 올라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상태에서도, 멈추지 못하고 ‘어둠(冥)’ 속을 향해 맹목적으로 오르려(升) 하는 위험한 모습입니다. 이는 성장에 대한 집착이나 목표 상실 후의 관성적인 움직임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맹목적인 오름(冥升)’은 그 자체로 위험하며 흉(凶)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효는 이러한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쉬지 않는 올곧음(不息之貞)’**입니다. 즉, 만약 그 ‘오름’의 목적이 세속적인 성공이나 명예가 아니라, 마치 건괘(乾卦)의 ‘자강불식(自彊不息)’처럼 ‘덕(德)을 쌓고 올바름을 실천’하려는 숭고한 목표를 향한 ‘끊임없는 정진(不息之貞)’이라면, 비록 그 길이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冥) 이롭다(利)는 것입니다. 이는 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이 ‘내면의 덕을 완성’하는 데 있음을 보여주는 철학적인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冥升在上 消不富也” (명승재상은 위(上)에서 어둡게 오르는 것이니, (공이) 사라지고(消) 넉넉하지(富) 못하다.)⁷³ – 맹목적으로 오르기만 하면 결국 그 공은 사라지고 실속이 없게 됨을 경고합니다. 오직 ‘불식지정’만이 이 흉함을 면하게 할 수 있습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성장을 위한 성장은 위험하다.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왜 계속 나아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세속적인 성공을 넘어선, ‘덕을 쌓는’ 것과 같은 내면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목표만이 끊임없는 성장을 정당화하고 이롭게 할 수 있다. ‘무엇을 위해 성장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제4부: 승괘(升卦)의 종합적 의미와 현대적 적용
지풍승괘는 땅 속의 나무가 부드러운 땅을 만나 순조롭게 자라나듯, 겸손한 노력과 순응하는 환경이 만나 이루어지는 ‘점진적이고 올바른 성장’의 원리를 보여줍니다. 입문서들의 관점을 종합하면, 승괘의 지혜는 다음과 같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개인의 경력 개발, 기업의 성장 전략, 조직 문화 등)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 점진적 성장의 법칙 (積小以高大): 승괘의 핵심은 **’작은 것을 쌓아 큰 것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벼락출세나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매일의 꾸준한 노력과 작은 성공(小)을 축적(積)**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하고 위대한 성공(高大)**의 유일한 길임을 가르쳐줍니다.
- 겸손과 순응의 자세 (順德): 성장의 주체는 나무(巽)처럼 겸손하고 유순한 태도를 가져야 하며, 리더와 환경(坤)은 그 성장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포용해야 합니다. 독단적인 행동이나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는 진정한 성장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 조력자의 중요성 (用見大人): 성장의 과정에는 반드시 **훌륭한 멘토나 리더(大人)**의 이끌림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겸허하게 배우고(初六), 진심으로 소통하며(九二), 그들의 인정을 받는 것(六四)이 성장을 가속화하는 지름길입니다.
- 때를 아는 지혜 (南征吉): 승괘는 **성장과 발전의 기운(陽長)**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이때는 근심하거나(勿恤) 망설이지 말고, ‘밝은 방향(南)’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 겸허한 리더십 (六五): 진정한 리더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하기보다, **겸허한 자세(陰)**로 아랫사람들의 성장을 돕고(坤), 그들이 안정적으로 계단을 오를(升階)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포용적인 리더십이 조직 전체의 동반 성장을 이끕니다.
- 성장의 목적 성찰 (不息之貞): 성장의 마지막 단계(上六)에서는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맹목적인 상승(冥升)은 공허할 뿐이며, 오직 ‘변치 않는 올바름(不息之貞)’, 즉 숭고한 가치와 덕(德)을 향한 끊임없는 정진만이 그 성장을 의미 있게 만듭니다.
결론: 승괘, 덕(德)을 쌓아 오르는 진정한 성장의 길
주역 64괘 중 마흔여섯 번째 괘인 **지풍승(地風升)**은 **땅 속에 뿌리내린 나무가 하늘을 향해 순조롭게 자라나듯, ‘점진적이고 올바른 성장’**의 과정을 상징하는 매우 희망적인 괘입니다.
승괘는 우리에게 진정한 ‘오름(升)’이란 **’덕(德)에 순응(順)’**하고 ‘작은 것을 꾸준히 쌓아(積小)’ 이루는 것임을 가르쳐줍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훌륭한 리더(大人)의 이끌림을 받고(初六, 九二), 때로는 저항 없이 순조롭게 나아가며(九三), 윗사람의 인정을 받고(六四), 마침내 겸허한 리더의 안정적인 지원 속에서(六五) 성장하는 승괘의 여정은,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이상적인 발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승괘는 동시에 맹목적인 성장의 위험성(上六)을 경고하며, 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변치 않는 올바름(不息之貞)’을 실현하는 데 있음을 강조합니다.
결국 승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오름’의 길에 서 있는가? 당신의 성장은 일시적인 성과에 집착하는가, 아니면 작은 덕과 노력을 꾸준히 쌓아가는 과정인가? 당신은 훌륭한 멘토와 함께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아랫사람의 성장을 돕는 리더인가? 당신의 ‘오름’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며 승괘의 지혜를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뿌리 깊은 나무처럼 흔들림 없이, 하늘을 향해 굳건히 자라나는 진정한 성장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각주(Footnotes):
(각주 번호는 이전 답변들과 연속성을 가지도록 부여하겠습니다.)
⁶⁶⁰ 64괘(六十四卦): 주역의 본체를 이루는 64개의 상징 코드. 팔괘(八卦)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들며, 각 괘는 6개의 효(爻)로 구성된다.
… (이전 각주들 생략) …
⁸⁹³ 췌괘(萃卦): 주역 64괘의 마흔다섯 번째 괘. 택지췌(澤地萃). 모임, 집합, 풍요를 상징한다.
⁸⁹⁴ 서괘전(序卦傳): 주역의 10가지 부록인 십익(十翼) 중 하나. 64괘가 왜 현재와 같은 순서로 배열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⁸⁹⁵ 괘사(卦辭): 64괘 각각에 대해 그 괘 전체의 의미와 길흉을 설명하는 글. 괘명(卦名) 다음에 나온다.
⁸⁹⁶ 효사(爻辭): 64괘를 구성하는 총 384개의 효(爻) 각각에 대해 그 의미와 길흉, 처세의 조언을 설명하는 글.
⁸⁹⁷ 팔괘(八卦): 3개의 효(爻)로 이루어진 8개의 기본 괘.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 주역 64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⁸⁹⁸ 손(巽)괘의 상징: 손(巽 ☴)은 바람(風)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그 성질이 ‘들어감(入)’, ‘겸손함’, ‘부드러움’이며, 오행으로는 ‘나무(木)’를 상징한다. 승괘에서는 땅(坤) 속에서 자라나는 ‘나무(木)’의 이미지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⁸⁹⁹ 상전(象傳): 주역의 본문(괘사, 효사)에 대한 해설을 담은 10개의 부록, 즉 ‘십익(十翼)’ 중 하나. 각 괘의 상하 팔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대산전(大象傳)과 각 효의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소상전(小象傳)으로 나뉜다. 공자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⁹⁰⁰ “地中生木 升 君子以順德 積小以高大”: 승괘의 대산전(大象傳) 구절.
⁹⁰¹ “升 元亨 用見大人 勿恤 南征吉”: 승괘의 괘사(卦辭).
⁹⁰² 원(元): ‘으뜸 원’. 시작, 큼, 근본, 선(善)함. ‘원형(元亨)’은 ‘크게 형통하다’.
⁹⁰³ 형(亨): ‘형통할 형’. 일이 막힘없이 잘 풀리고 성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⁹⁰⁴ 대인(大人): 주역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 덕망이 높고 지혜로우며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인물. 스승, 지도자, 현명한 조언자. 승괘에서는 성장을 이끌어줄 멘토나 훌륭한 리더를 의미한다.
⁹⁰⁵ 윤(允): ‘진실로 윤’. ‘믿다’, ‘진실로’, ‘허락하다’. ‘윤승(允升)’은 ‘믿음으로써 오른다’, ‘진실되게 오른다’, 혹은 ‘윗사람의 허락(믿음)을 받아 오른다’는 의미.
⁹⁰⁶ “允升 大吉”: 승괘 초륙(初六) 효사.
⁹⁰⁷ 소상전(小象傳): 십익(十翼) 중 상전(象傳)의 일부로, 각 효사(爻辭)에 대해 그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부분. 보통 “상왈(象曰)…”로 시작한다.
⁹⁰⁸ 부(孚): ‘믿음 부’. ‘믿음’, ‘미더움’, ‘진실함’.
⁹⁰⁹ 약(禴): ‘봄제사 약’. 봄에 지내는 간소한 제사. ‘용약(用禴)’은 ‘간소하지만 정성스러운 제물’을 비유한다.
⁹¹⁰ 구(咎): ‘허물 구’. 잘못, 재앙, 불행. ‘무구(无咎)’는 허물이 없음.
⁹¹¹ “孚乃利用禴 无咎”: 승괘 구이(九二) 효사. (45번 택지췌 육이 효사와 동일)
⁹¹² 허읍(虛邑): ‘빌 허(虛)’에 ‘고을 읍(邑)’. 텅 빈 마을. 여기서는 아무런 저항이나 장애물이 없는 상태를 비유한다.
⁹¹³ “升虛邑”: 승괘 구삼(九三) 효사. 길흉 판단 없이 순조로운 상황만을 묘사한다.
⁹¹⁴ 기산(岐山): 중국 고대 주(周)나라의 발상지로 알려진 산. 주나라 문왕(文王)의 아버지인 고공단보(古公亶父)가 이곳에 정착하여 나라의 기틀을 닦았다고 전해진다. ‘기산에서의 제사’는 국가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하늘의 복을 비는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의식을 상징한다.
⁹¹⁵ 형(亨): 괘사에서는 ‘형통하다’는 의미로 쓰였지만, 여기서는 ‘제향(祭享)하다’, 즉 제사를 올린다는 동사로 쓰였다.
⁹¹⁶ “王用亨于岐山 吉 无咎”: 승괘 육사(六四) 효사.
⁹¹⁷ 왕(王): 왕. 여기서는 윗사람, 즉 육사 자신 또는 그 위의 육오 군주를 의미할 수 있다. 육사가 왕의 명을 받아 제사를 지내거나, 왕이 제사를 지내듯 육사가 아랫사람을 받아들인다는 의미.
⁹¹⁸ “貞吉 升階”: 승괘 육오(六五) 효사. ‘계(階)’는 계단.
⁹¹⁹ 정응(正應): 6효 괘에서 하괘와 상괘의 같은 위치(초효-4효, 2효-5효, 3효-상효)에 있는 효들이 서로 음양이 다를 경우, 서로 정식으로 호응(呼應)하는 짝 관계라고 본다. 승괘에서 육오는 아래의 구이와 음-양으로 짝을 이루어 정응 관계이다. 겸허한 군주(六五)가 능력 있는 신하(九二)를 신임하는 이상적인 관계이다.
⁹²⁰ 명(冥): ‘어두울 명’. ‘어둡다’, ‘깊다’, ‘저승’. 여기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맹목적인’, ‘끝을 모르는’ 상태를 의미한다.
⁹²¹ 불식지정(不息之貞): ‘쉬지 않는(不息) 올곧음(貞)’. 건괘(乾卦)의 ‘자강불식(自彊不息)’과 통하는 의미로, 세속적인 목표를 넘어선, 덕(德)을 향한 끊임없는 수양과 정진을 의미한다.
⁹²² “冥升 利于不息之貞”: 승괘 상륙(上六) 효사.
⁹²³ 소상전 해설: “冥升在上 消不富也” – ‘소(消)’는 ‘사라지다’, ‘부(富)’는 ‘넉넉함’, ‘실질’. 맹목적으로 오르기만 하면 그 공이 사라지고 실속이 없게 됨을 경고한다. 오직 ‘불식지정’만이 이 흉함을 면하게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