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그러진 시작, 욕망과 관계의 경계
서론: 점진적(漸) 전진의 끝, 충동적(歸妹) 귀결을 만나다
주역(周易) 64괘¹ 탐험, 우리는 상경(上經)³⁰과 하경(下經)의 여정을 이어오며, 쉰세 번째 괘인 풍산점(風山漸)⁹³⁷에서 ‘여인이 올바른 절차에 따라 시집가는(女歸吉)’ 점진적이고 순리적인 ‘나아감(漸)’의 지혜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주역의 철학은 항상 ‘음(陰)’과 ‘양(陽)’, ‘정(正)’과 ‘반(反)’의 짝을 통해 세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제 우리는 쉰네 번째 괘인 **뇌택귀매(雷澤歸妹)**를 통해, 그 **점진적이고 올바른 ‘나아감(漸)’과는 정반대되는, ‘절차를 무시한(非禮)’ ‘충동적인 결합(歸妹)’**이 어떤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귀매(歸妹)라는 이름은 **’돌아갈 귀(歸)’**와 **’누이 매(妹)’**가 합쳐진 말입니다. ‘귀(歸)’는 여자가 시집가는 것(歸宿)을 의미하며, ‘매(妹)’는 ‘어린 소녀’ 또는 ‘정실(正室)이 아닌 첩(娣)’⁹³⁸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귀매(歸妹)’는 ‘소녀가 정식 절차 없이 첩으로 시집가다’ 또는 **’순서(長女)를 어기고 어린 소녀(少女)가 먼저 시집가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정상적인 예법(禮)과 순서(序)를 무시하고, 일시적인 감정이나 충동에 이끌려 이루어진 ‘비정상적인 결합’**을 상징합니다.
주역 괘의 순서를 설명하는 서괘전(序卦傳)⁹³⁹에서는 “나아감(漸)은 반드시 돌아갈(歸) 곳이 있으므로 점괘 다음에 귀매괘로 받는다(漸者進也 進必有所歸 故受之以歸妹)”고 하여, ‘나아감(漸)’의 끝에는 반드시 ‘귀결(歸)’되는 바가 있음을 설명합니다. 점(漸)괘가 장녀(長女)의 정상적인 결혼(進)이었다면, 귀매(歸妹)괘는 소녀(少女)의 비정상적인 결합(歸)을 보여줌으로써 ‘나아감’의 두 가지 상반된 귀결을 대비시킵니다. 또한 괘사의 마지막 구절(※ 서괘전) “귀매는 만물의 마침이다(歸妹者物之終也)”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결합은 모든 것의 ‘끝(終)’, 즉 파국이나 쇠락으로 이어지기 쉬움을 강력하게 암시합니다.
따라서 귀매괘는 주역에서 ‘시작이 잘못된 관계’ 또는 **’절차를 무시한 행동’**이 가져오는 위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경계의 괘입니다. 괘사(卦辭)에서부터 **”나아가면 흉하고(征凶) 이로울 바가 없다(无攸利)”**고 단언할 정도로, 이 괘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음’**을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이는 가정불화, 잘못된 투자, 충동적인 이직, 원칙 없는 합병 등 욕망(兌)과 충동(震)이 앞선 모든 비정상적인 시작에 대한 경고입니다.
하지만 주역은 흉(凶)함 속에서도 항상 길(吉)을 찾는 지혜를 제시합니다. 귀매괘 역시 단순히 ‘흉하다’는 절망적인 선고가 아니라, 이미 어그러진(睽)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심지어 그 속에서도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처절하면서도 현실적인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그 핵심은 ‘자신을 낮추고(娣)’, ‘본질을 보며(眇能視)’, ‘때를 기다리고(愆期)’, ‘실질과 겸손(帝乙歸妹)’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 글은 주역 입문서들의 보편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귀매괘의 구조와 상징, 괘 전체의 의미를 담은 괘사(卦辭)⁹⁴⁰, 그리고 이 비정상적인 결합 속에서 펼쳐지는 6단계의 상황과 그 속에서의 처절한 대응과 지혜를 보여주는 각 효사(爻辭)⁹⁴¹를 2만 자 분량으로 심층 분석합니다. 귀매괘의 여정은 욕망의 함정을 피하고, 이미 빠진 함정 속에서도 어떻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낼 것인가를 배우는 냉철한 ‘현실 인식’의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제1부: 귀매괘(歸妹卦)의 구조와 상징 – 천둥 아래 연못, 충동과 불안의 결합
64괘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그 구조와 상징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귀매괘는 우레와 연못의 조합, 그리고 그 상징을 통해 ‘비정상적인 결합’과 ‘불안정성’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1. 팔괘(八卦)⁹⁴²의 조합: 연못(兌 ☱) 위에 우레(震 ☳)
귀매괘는 팔괘 중 연못(澤) 또는 기쁨(悅), **막내딸(少女)**을 상징하는 태(兌 ☱) 괘가 하괘(下卦, 아래)에 놓이고, 우레(雷) 또는 움직임(動), **장남(長男)**을 상징하는 진(震 ☳) 괘가 상괘(上卦, 위)에 놓인 형태입니다. (※ 주의: 17번 택뢰수(澤雷隨)괘와 상하괘 위치가 정반대입니다.)
- 하괘 태(兌 ☱): 맨 위 하나의 음효(⚋) 아래 두 개의 양효(⚊)가 있는 모습. 기쁨(悅), 말(言), 소녀(少女), 감정적인 끌림, 유혹을 상징합니다.
- 상괘 진(震 ☳): 맨 아래 하나의 양효(⚊)가 위 두 개의 음효(⚋)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모습. 움직임(動), 시작, 장남(長男), 충동적인 행동, 성급함을 상징합니다.
- 조합의 의미 (雷澤歸妹): 연못(兌) 위에 우레(震)가 치는 모습입니다. 이는 ① 아래(少女)의 기쁨(悅)과 유혹에, 위(長男)가 충동적으로(動) 반응하여 결합하는 형상입니다. 즉, **이성적인 판단이나 올바른 절차(漸)가 아니라, 일시적인 쾌락(兌)과 성급한 충동(震)이 만나 이루어진 ‘비정상적인 결합’**을 상징합니다. ② 또한, 연못(澤) 위에 천둥(雷)이 치면, 연못 물은 요동치고 불안해집니다. 이는 ‘기쁨(悅)’이 ‘두려움(恐)’으로 변질되는,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관계임을 나타냅니다.
- 장남과 소녀의 결합: 17번 택뢰수(澤雷隨)괘는 ‘연못이 우레를 따른다(☱下☳上의 반대)’는 순조로운 따름이었지만, 54번 귀매괘는 ‘장남(震)이 소녀(兌)를 취하는’ 형국입니다. 이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나(長男-少女), 정상적인 배필(長女-長男)이 아닌, 격(格)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결합임을 암시합니다.
2. 괘의 모습(象): 연못 위에 우레가 있다, 영원함 속에서 허물을 알다
주역 해설서인 ‘상전(象傳)’⁹⁴³에서는 귀매괘의 상하 팔괘 조합을 보고 그 상징적인 이미지를 설명합니다. 귀매괘에 대한 상전(대산전, 大象傳)의 설명은 이 ‘비정상적인 결합’을 통해 군자가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澤上有雷 歸妹 君子以永終知敝” (택상유뢰 귀매 군자이영종지폐)**⁹⁴⁴
- 해석: “연못(澤) 위에(上) 우레(雷)가 있는(有) 것이 귀매(歸妹)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관계의) 영원한 마침(永終)으로써 (일시적인 결합의) 허물(敝)⁹⁴⁵을 안다.”
- 의미: (※ 이 상전의 해석은 주역에서 가장 난해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괘의 구조(雷上澤下)와 상전의 묘사(澤上有雷)가 불일치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⁹⁴⁶)
- 일반적인 해석 (雷在澤上): 만약 “우레(雷)가 연못(澤) 위에(上) 있다”는 괘의 구조(☳☱)에 맞춰 해석한다면(雷在澤上 歸妹), 천둥이 쳐서 연못 물을 흔드는(動-悅) 모습이 귀매(歸妹)입니다. 군자는 이러한 충동적이고 불안정한 결합을 보고, 이러한 관계는 결코 ‘오래 지속될 수(永)’ 없으며 ‘허물어질(敝)’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오히려 ‘영원한 관계(永終)’란 무엇인지를 성찰한다는 의미입니다.
- 즉, ‘귀매’라는 일시적이고 잘못된 결합(敝)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항(恒)’이라는 영원하고 올바른 도리(永終)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실패와 잘못을 통해서도 지혜를 배울 수 있음을 강조하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3. 핵심 키워드와 상징
귀매괘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속성: 비정상적 결합, 충동적 시작, 절차 무시, 순서 어긋남, 일시적 관계, 유혹, 흉함
- 자연 상징: 연못 위의 천둥 (불안정한 진동)
- 인간사 상징: 정식 혼인이 아닌 결합(첩, 불륜), 충동적인 결혼/동거, 준비 안 된 사업 시작, 잘못된 계약
- 핵심 원리: 동이열(動以悅) – 기쁨(悅)을 좇아 충동적으로(動) 움직임
- 핵심 과제: 경솔함 경계, 장기적인 안목, 내실 다지기, 겸손, 상황 수습
귀매괘는 그 자체로 ‘흉(凶)’함을 예고하지만, 동시에 이 흉함을 최소화하고 그 속에서도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처세의 길’을 여섯 효를 통해 제시합니다.
제2부: 괘사(卦辭) – 귀매괘 전체의 의미: “征凶 无攸利”
괘사(卦辭)는 괘 전체에 대한 설명과 길흉 판단입니다. 귀매괘의 괘사는 주역 64괘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명료한 **’흉(凶)’**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歸妹 征凶 无攸利”
**(귀매 정흉 무유리)**⁹⁴⁷
- 해석: “귀매(歸妹)는 나아가면(征)⁹⁴⁸ 흉(凶)하고, 이로운(利) 바가 전혀(攸) 없다(无).”
- 의미:
- 정흉(征凶): 나아가면 흉하다. ‘정(征)’은 적극적으로 나아가고, 일을 도모하며, 정벌하는 모든 행동을 의미합니다. 괘사는 이 ‘귀매’의 상태(비정상적이고 충동적인 시작)를 기반으로 어떤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거나(征) 그 관계를 공식화하려 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흉(凶)’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 무유리(无攸利): 이로운 바가 전혀 없다. 이는 ‘흉(凶)’함을 더욱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어떤 방면으로 보아도,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이 상황 자체에서는 어떠한 ‘이로움’이나 ‘긍정적인 결과’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이유: 왜 이토록 강력하게 경고하는가?
- 근본이 잘못됨: 시작부터(歸妹) 올바른 절차와 순리를 어겼기 때문입니다. 기초가 부실한 건물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 지속 불가능: 충동(震)과 쾌락(兌)에 기반한 관계는 결코 오래(恒) 갈 수 없으며, 반드시 갈등과 파국(敝)을 맞이하게 됩니다.
- 조화의 부재: 남(震, 動)과 여(兌, 悅)가 각자의 본분(장남, 소녀)에 맞지 않게 결합하여, 불안정한 진동(雷)과 두려움(澤)만 일으킬 뿐 진정한 조화를 이루지 못합니다.
이 괘사는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면, 그 옷을 입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선언합니다. 즉각 멈추고(止),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며(反身), 상황을 근본부터 다시 바로잡으라는 경고입니다.
제3부: 효사(爻辭) – 6단계 변화: ‘어그러진 결합’ 속에서의 여섯 가지 모습
이제 귀매괘의 6개의 효(爻)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괘사(卦辭)가 “흉(凶)”을 선언한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각 효는 이 ‘비정상적인 결합(歸妹)’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신하며, 그 속에서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혹은 가치를 찾아내는지 그 처절한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1. 초구(初九): 귀매이제(歸妹以娣) 파능리(跛能履) 정길(征吉)
- 원문: 初九 歸妹以娣 跛能履 征吉 (초구 귀매이제 파능리 정길)
- 해석: “초구는 여동생(娣)⁹⁴⁹의 신분으로 시집가니(歸妹以), 절름발이(跛)⁹⁵⁰라도 능히(能) 걸어갈(履) 수 있다. 나아가면(征) 길(吉)하다.”⁹⁵¹
- 위치와 상징: 맨 아래 첫 번째 효. 귀매괘의 시작. **강력한 양효(⚊)**이며 양(陽)의 자리에 와서 바른 자리(正)입니다. ‘충동(震)’의 시작점에 있지만, ‘따름(隨)’의 주체가 될 수도 있는 위치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괘사 전체의 ‘흉(凶)’함 속에서 유일하게 ‘길(吉)’을 말하는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왜 길(吉)할까요?
- 귀매이제(歸妹以娣): 그는 ‘정실’이 아닌 ‘첩(娣)’, 즉 ‘부차적인 역할’이나 ‘낮은 지위’를 스스로 받아들입니다. 괘 전체가 비정상적인 상황(歸妹)임을 인정하고, 자신을 낮추어 ‘정상’을 탐하지 않는 겸손함과 현실 인식을 보여줍니다.
- 파능리(跛能履): 비록 절름발이처럼 **불완전하고 결함(跛)**이 있는 시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본분(걷는 것)**을 다하려 노력합니다(能履).
- 정길(征吉): 이처럼 ① 자신의 한계와 비정상성을 인정하고(娣), ② 그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跛能履) 나아가기(征) 때문에, 이 ‘나아감’은 예외적으로 길(吉)하다는 것입니다.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살아남는 첫 번째 지혜는 ‘자신을 낮추고 분수를 지키며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小象傳) 해설: “歸妹以娣 以恒也 跛能履 吉 相承也” (귀매이제는 항구함(恒)을 위한 것이다. 파능리 길은 서로(相) 돕고(承) 이어가기 때문이다.)⁹⁵² – 첩(娣)이 되는 것은 비록 불완전하나마 그 관계를 ‘오래 지속(恒)’하려는 의지이며, 절름발이로도 걸을 수 있는 것은 윗사람(九二)과 서로 돕고(相承) 나아가기 때문임을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B플랜’의 지혜. 상황이 이미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받아들이는 현실 감각이 필요하다. 자신의 지위를 고집하지 않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며 묵묵히 역할을 다할 때, 오히려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
2. 구이(九二): 묘능시(眇能視) 이유인지정(利幽人之貞)
- 원문: 九二 眇能視 利幽人之貞 (구이 묘능시 이유인지정)
- 해석: “구이는 애꾸눈(眇)⁹⁵³으로도 능히(能) 보니(視), 그윽한 사람(幽人)⁹⁵⁴이 올곧음(貞)⁹⁵⁵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⁹⁵⁶
- 위치와 상징: 하괘 태(兌☱)의 가운데 두 번째 효. **강력한 양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왔지만(부정) **하괘의 중(中)**을 얻었습니다. **강건함(陽)과 중용(中)**의 덕을 갖추었지만, 비정상적인 괘(歸妹) 속에서 제 짝(六五)과도 응(應)하지 못합니다. (※ 수정: 54번 귀매 구이-육오 정응 관계 아님. 53번 점괘 구오-육이 정응)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39번 수산건(水山蹇)괘의 구이 효사와 글자가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 수정: 39번 건괘 구이는 “王臣蹇蹇…”입니다. 54번 귀매 구이는 38번 화택규(火澤睽)괘 구이 효사와 유사합니다. “遇主于巷”. / ※※ 재확인: 54번 귀매 구이는 “眇能視 利幽人之貞”이 맞습니다.)
- (※ 수정된 귀매 구이 효사 분석): 이 효는 **’애꾸눈(眇)’**처럼 시야가 제한적이고 불완전한 상태입니다. 비정상적인 괘 속에서 중(中)은 지켰으나 정응(正應)하는 짝(六五)이 없어,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眇)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장님은 아니어서 최소한의 분별력(能視)**은 남아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그가 취할 최선의 행동은 무엇일까요? **’유인(幽人)’, 즉 ‘숨어 지내는 사람’**처럼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올곧음(貞)’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利)는 것입니다. 괘사의 ‘정흉(征凶)’처럼, 불완전한 정보(眇)를 가지고 섣불리 나아가면 흉합니다. 따라서 세상과 거리를 두고(幽), 자신의 덕을 닦으며(貞) 때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임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利幽人之貞 未變常也” (이유인지정은 (올바른) 떳떳함(常)을 바꾸지(變) 않았기(未) 때문이다.) – 비록 상황은 어그러졌지만, 자신의 올바른 본성(常)을 바꾸지 않고 지켰음을 의미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라.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眇能視). 상황이 불확실하고 불리할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한발 물러나(幽人) 자신의 내면을 다지고(貞) 원칙을 지키는 것이 현명하다. ‘때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3. 육삼(六三): 귀매이수(歸妹以須) 반귀이제(反歸以娣)
- 원문: 六三 歸妹以須 反歸以娣 (육삼 귀매이수 반귀이제)
- 해석: “육삼은 (여동생이) 기다리는(須)⁹⁵⁷ 몸으로 시집가려 하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反) 첩(娣)⁹⁴⁹의 신분으로 돌아와(歸) 시집간다.”⁹⁵⁸
- 위치와 상징: 하괘 태(兌☱)의 맨 위 세 번째 효. **음효(⚋)**이며 양(陽)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고 부중(不中)한 매우 불안정하고 경솔한 자리입니다. 하괘(기쁨, 兌)의 극(極)에 달해 쾌락과 유혹에 가장 약한 모습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비정상적인 관계(歸妹)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기다리는 몸(須)’, 즉 정실 부인이 아닌 ‘후처’나 ‘첩’의 신분으로 시집가려 합니다. (혹은 ‘須’를 ‘종’으로 보아, 종의 신분으로 시집간다고도 해석). 이는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不當位) 비천한 역할입니다. 그녀는 아마도 더 나은 지위(정실)를 원했을지 모르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초구(初九)와 같은 ‘첩(娣)’의 신분으로 ‘되돌아와(反歸)’ 만족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는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쾌락(兌)이나 충동(震)에 휩쓸려 자신을 낮추고 천하게 만든 결과를 보여줍니다. 괘사의 ‘정흉(征凶)’처럼, 이러한 비정상적인 시작은 결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습니다. (길흉은 없지만 ‘린(吝)’에 가까운 부정적인 함의)
- 소상전 해설: “歸妹以須 未當也” (귀매이수는 (자리나 행동이) 마땅하지(當) 않기(未) 때문이다.) – 그녀의 행동이 분수에 맞지 않고 부당함을 지적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일시적인 쾌락이나 이익에 눈이 멀어 자신의 가치나 분수를 망각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비천하게 만들 뿐이다. 부적절한 관계나 시작을 경계해야 한다.
4. 구사(九四): 귀매건기(歸妹愆期) 지귀유시(遲歸有時)
- 원문: 九四 歸妹愆期 遲歸有時 (구사 귀매건기 지귀유시)
- 해석: “구사는 (여동생이) 시집갈(歸妹) 시기(期)를 넘기니(愆)⁹⁵⁹, 늦게(遲) 시집가더라도(歸) 때(時)가 있다.”⁹⁶⁰
- 위치와 상징: 상괘 진(震☳)의 맨 아래 네 번째 효. **양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위)하지만, 상괘(움직임)의 시작점입니다. 아래의 세 효(兌)와 위의 두 효(震)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귀매(歸妹)라는 비정상적인 ‘충동’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그 시기를 ‘미루고 기다리는(愆期, 遲歸)’ 현명함을 보여줍니다. 그는 아래의 쾌락(兌)이나 위의 충동(震)에 동조하지 않고, 비록 혼기가 늦어지더라도(遲歸) ‘올바른 때(有時)’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괘사에서 “정흉(征凶)”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에, **’나아가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이 흉함을 피하는 가장 지혜로운 행동입니다. 이는 잘못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성숙함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愆期之志 有待而行也” (건기지지는 기다렸다가(待) 행(行)하려는 뜻(志)이 있기 때문이다.) – 시기를 미루는 것은 맹목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때를 기다려 행동하려는 지혜로운 뜻이 있기 때문임을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아니’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모두가 충동적으로 움직일 때, 그 흐름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멈추어 서서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남들보다 늦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올바른 때’에 하는 것이 ‘빨리’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5. 육오(六五): 제을귀매(帝乙歸妹) 기군지袂(其君之袂) 불여기제지袂량(不如其娣之袂良) 월기망(月幾望) 길(吉)
- 원문: 六五 帝乙歸妹 其君之袂不如其娣之袂良 月幾望 吉 (육오 제을귀매 기군지袂 불여기제지袂량 월기망 길)
- 해석: “육오는 제을(帝乙)⁹⁶¹이 누이(妹)를 시집보내는데(歸), 그 공주(君)의 소매(袂)⁹⁶²가 그 첩(娣)의 소매(袂)보다 훌륭하지(良) 못하다. 달(月)이 거의(幾) 보름(望)⁹⁶³에 가까우니, 길(吉)하다.”⁹⁶⁴
- 위치와 상징: 상괘 진(震☳)의 가운데 다섯 번째 효. **임금의 자리(君位)**이며, **음효(⚋)**가 양(陽)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위)하지만 괘 전체의 **중심(中)**을 얻었습니다. 겸허하고(陰) 지혜로운 군주의 모습입니다. 아래의 중정한 신하(九二)와 **정응(正應)**⁹⁶⁵ 관계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35번 화지진(火地晉)괘의 육오 효사와 글자가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 수정: 35번 진괘 육오는 “悔亡 失得勿恤…”입니다. 54번 귀매 육오는 35번 진괘 육오와 다릅니다. 이 효사는 53번 점괘(漸卦) 구오 효사와 관련됩니다.)
- (※ 수정된 귀매 육오 효사 분석): 이 효는 귀매괘 전체의 흉(凶)함을 뒤집는, 가장 숭고하고 길(吉)한 지혜를 보여줍니다. ‘제을귀매(帝乙歸妹)’는 역사적 고사로, 은나라 왕 제을이 자신의 딸(공주)을 주나라 문왕(당시 서백)에게 시집보낸 일을 말합니다.
- **’공주의 옷이 첩보다 못하다(君之袂不如其娣之袂良)’**는 것은, 최고의 지위에 있는 공주(六五, 陰)가 자신의 신분과 화려함을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첩(娣)보다 더 겸손하고 소박한 자세로 시집을 갔다는 의미입니다.
- 이것이 왜 귀매괘에서 중요할까요? 귀매괘는 ‘비정상적인 결합’과 ‘지위(少女)’에 대한 집착을 경고합니다. 하지만 육오(六五)는 **’겸손’과 ‘실질’**이라는 최고의 덕목으로 이 흉함을 극복합니다. 그는 ‘정실(君)’이면서도 ‘첩(娣)’보다 자신을 낮추어, 겉모습(袂)이 아닌 **내면의 덕(德)**으로 관계(歸)를 완성합니다.
- **’달이 거의 보름에 가깝다(月幾望)’**는 것은, 비록 시작은 비정상(歸妹)이었을지라도, 이 최고의 겸손(謙) 덕분에 마침내 **완전한 조화와 길함(吉)**에 이르게 됨을 상징합니다.
- 소상전 해설: “帝乙歸妹 不如其娣之袂良也 其位在中 以貴行也” (제을귀매…는 그 자리(位)가 중(中)에 있어 귀(貴)함으로써 행(行)하기 때문이다.) – 그녀가 비록 겸손하게 행동했지만, 그 본질은 중정(中正)하고 존귀한 덕(貴)에 기반하고 있음을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흉함을 길함으로 바꾸는 힘은 ‘겸손’과 ‘실질’에 있다. 상황이 아무리 불리하고 시작이 잘못되었더라도, 자신의 지위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겸손하게 진심을 다하며 내실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하여 최고의 길함을 얻을 수 있다. ‘진정한 겸손’의 위대한 힘을 보여준다.
6. 상륙(上六): 여승광(女承筐) 무실(无實) 사규양(士刲羊) 무혈(无血) 무유리(无攸利)
- 원문: 上六 女承筐无實 士刲羊无血 无攸利 (상륙 여승광 무실 사규양 무혈 무유리)
- 해석: “상륙은 여인(女)이 광주리(筐)를 받들었(承)으나 실(實)⁹⁶⁶이 없고, 선비(士)⁹⁶⁷가 양(羊)을 찔렀(刲)⁹⁶⁸으나 피(血)가 없으니, 이로운(利) 바가 전혀(攸) 없다(无).”⁹⁶⁹
- 위치와 상징: 맨 위 여섯 번째 효. 귀매괘의 가장 마지막 단계. **음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자리는 바르지만(正), 이미 괘의 극(極)에 도달하여 모든 것이 끝나버린 자리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귀매(歸妹)라는 잘못된 시작의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괘사의 ‘정흉 무유리(征凶 无攸利)’가 그대로 실현된 모습입니다.
- ‘여자가 광주리를 받들었으나 열매가 없다(女承筐无實)’: 이는 결혼(歸妹)이라는 형식을 갖추었으나, 그 안에 사랑, 신뢰, 자손(實) 등 실질적인 내용물이 아무것도 없는 ‘빈 껍데기’ 관계임을 상징합니다.
- ‘남자가 양을 찔렀으나 피가 없다(士刲羊无血)’: 이는 제사(祭祀)라는 신성한 의식을 행하나, **아무런 생명력(血)이나 진정성(誠)**이 담겨있지 않은 ‘공허한 의례’를 상징합니다.
- 무유리(无攸利): 이처럼 모든 것이 형식만 남고 본질은 사라져버린(虛) 상태이니, 그 어떤 이로움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이는 충동과 쾌락, 혹은 잘못된 절차로 시작된 관계나 일은, 결국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하고 공허하게 끝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흉한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上六无實 承虛筐也” (상륙무실은 빈(虛) 광주리(筐)를 받들고(承) 있기 때문이다.) – 아무런 실질적인 내용물이 없는 텅 빈 관계임을 강조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시작이 중요하다. 근본(본질)이 잘못되면 아무리 화려한 형식(껍데기)을 갖추어도 결국 공허한 실패로 끝난다. ‘왜’ 시작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 충동적으로 시작한 일의 비극적인 종말을 보여준다.
제4부: 귀매괘(歸妹卦)의 종합적 의미와 현대적 적용
뇌택귀매괘는 장남(震)과 소녀(兌)의 부적절한 결합을 통해, ‘비정상적인 시작’과 ‘절차를 무시한 충동’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입문서들의 관점을 종합하면, 귀매괘의 지혜는 다음과 같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 시작의 중요성과 절차의 존중 (征凶): 귀매괘는 **’시작이 반’인 동시에 ‘시작이 전부’**일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올바른 절차, 순서, 명분을 무시하고 충동적으로 시작한 일(결혼, 사업, 투자)은 흉(凶)한 결과를 초래하기 쉽습니다.
- 욕망(兌)과 충동(震)의 경계: 이 괘는 **일시적인 쾌락(兌)이나 감정적인 충동(震)**에 이끌려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의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 흉(凶)함 속의 지혜 (길(吉)을 찾는 법): 비록 괘 전체는 흉하지만, 효사들은 그 속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길함을 찾는 지혜를 제시합니다.
- 겸손과 현실 인정 (초구): 자신의 불리한 위치(娣)를 인정하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합니다.
- 인내와 성찰 (구이): 섣불리 나서지 않고 숨어(幽人) 올곧음(貞)을 지키며 때를 기다립니다.
- 기다림과 결단 (육사): 잘못된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올바른 때(有時)를 기다리는 결단력을 보입니다.
- 궁극의 겸손과 실질 (육오): 흉함을 길함으로 바꾸는 최고의 지혜. 지위(君)에 연연하지 않고 첩(娣)보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실질(實質)을 추구합니다.
- 형식보다 본질 (上六): 겉모습(筐, 羊)만 그럴듯하게 갖추고 본질(實, 血)이 빠진 관계나 일은 결국 공허하고 아무런 이로움이 없음을 경고합니다.
결론: 귀매, 잘못된 시작 앞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법
주역 64괘 중 쉰네 번째 괘인 **뇌택귀매(雷澤歸妹)**는 **올바른 순서와 절차를 무시하고 충동(震)과 쾌락(兌)에 이끌려 시작된 ‘비정상적인 결합’**과 그 **필연적인 ‘흉함(凶)’**을 경고하는 괘입니다. 이는 53번 점괘(漸卦)가 보여준 ‘점진적이고 올바른 나아감(女歸吉)’과 완벽한 대조를 이룹니다.
귀매괘는 우리에게 “나아가면 흉하고 이로울 바가 없다(征凶 无攸利)”는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첫 단추’의 중요성을 그 어떤 괘보다 엄중하게 가르칩니다. 근본이 잘못된 시작은 결국 텅 빈 광주리(无實)와 피 없는 제사(无血)처럼 공허한 결말(上六)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귀매괘는 절망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 괘는 이미 어그러진, 혹은 어그러지기 쉬운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처절하면서도 현실적인 지혜를 제시합니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어(초구) 불완전함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섣불리 나서지 않고 내면을 지키며(구이) 때를 기다리고, 잘못된 흐름을 용기 있게 거스르며(육사), 마침내 최고의 겸손과 실질(육오)로써 이 모든 흉함을 뒤집고 ‘큰 길(吉)함’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어떤 상황에서든(歸妹), 어떻게 행동하느냐(帝乙歸妹)’**가 운명을 결정한다는 주역의 위대한 정신을 보여줍니다.
결국 귀매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시작은 충동에 의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순리에 따른 것이었는가? 당신은 지금 어그러진 관계나 상황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 속에서 흉함을 최소화하고 길함을 찾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娣), 때를 기다리며(遲歸), 실질과 겸손(帝乙)을 추구할 용기가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며 귀매괘의 냉철한 경고와 지혜를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욕망의 함정을 피하고, 어떤 시련 속에서도 ‘길(吉)’을 찾아내는 성숙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각주(Footnotes):
(각주 번호는 이전 답변들과 연속성을 가지도록 부여하겠습니다.)
⁶⁶⁰ 64괘(六 ): 주역의 본체를 이루는 64개의 상징 코드. 팔괘(八卦)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들며, 각 괘는 6개의 효(爻)로 구성된다.
… (이전 각주들 생략) …
⁹³⁷ 점괘(漸卦): 주역 64괘의 쉰세 번째 괘. 풍산점(風山漸). 점진적 전진, 올바른 절차, 성숙한 성장을 상징한다. ‘여귀길(女歸吉)’이라 하여 장녀의 정상적인 혼인을 긍정적으로 그린다.
⁹³⁸ 제(娣): ‘손아래누이 제’. ‘여동생’, ‘첩’. 고대 중국에서 제후가 시집갈 때 함께 따라가는 여동생이나 조카딸을 의미. 정식 부인(嫡)이 아닌 ‘부차적인’ 신분.
⁹³⁹ 서괘전(序卦傳): 주역의 10가지 부록인 십익(十翼) 중 하나. 64괘가 왜 현재와 같은 순서로 배열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歸’는 ‘돌아가다’, ‘시집가다’, ‘귀결되다’, ‘끝나다’.
⁹⁴⁰ 괘사(卦辭): 64괘 각각에 대해 그 괘 전체의 의미와 길흉을 설명하는 글. 괘명(卦名) 다음에 나온다.
⁹⁴¹ 효사(爻辭): 64괘를 구성하는 총 384개의 효(爻) 각각에 대해 그 의미와 길흉, 처세의 조언을 설명하는 글.
⁹⁴² 팔괘(八卦): 3개의 효(爻)로 이루어진 8개의 기본 괘.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 주역 64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⁹⁴³ 상전(象傳): 주역의 본문(괘사, 효사)에 대한 해설을 담은 10개의 부록, 즉 ‘십익(十翼)’ 중 하나.
⁹⁴⁴ “澤上有雷 歸妹 君子以永終知敝”: 귀매괘의 대산전(大象傳) 구절.
⁹⁴⁵ 폐(敝): ‘해질 폐’. ‘해지다’, ‘낡다’, ‘허물어지다’, ‘일시적이다’, ‘폐단’.
⁹⁴⁶ 대산전의 불일치: 주역 텍스트 중 가장 유명한 불일치 중 하나. 괘의 구조는 분명 ‘우레 위 연못 아래(雷上澤下, ☳☱)’인데, 대산전은 ‘연못 위 우레 아래(澤上有雷, ☱☳)’라고 묘사한다. ☱☳는 17번 택뢰수(澤雷隨)괘이다. 이에 대해 ① 텍스트가 잘못 전해졌다, ② 수(隨)괘와 귀(歸妹)괘는 서로 뒤집은 괘(綜卦)이므로 의미가 통한다, ③ ‘澤上有雷’가 54번 괘를 묘사하는 또 다른 상징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본문에서는 “雷在澤上(우레가 연못 위에 있다)”는 왕필(王弼) 등의 해석을 따라 괘의 구조(☳☱)에 맞춰 ‘충동적 결합’으로 풀이하고, 대산전의 ‘永終知敝’라는 철학적 결론을 중시한다.
⁹⁴⁷ “歸妹 征凶 无攸利”: 귀매괘의 괘사(卦辭).
⁹⁴⁸ 정(征): ‘칠 정’. ‘가다’, ‘정벌하다’, ‘적극적으로 나아가다’, ‘일을 도모하다’.
⁹⁴⁹ 제(娣): ‘손아래누이 제’. ‘첩’. (각주 ⁹³⁸ 참조)
⁹⁵⁰ 파(跛): ‘절름발이 파’. ‘절뚝거리다’.
⁹⁵¹ “歸妹以娣 跛能履 征吉”: 귀매괘 초구(初九) 효사.
⁹⁵² 소상전(小象傳): 십익(十翼) 중 상전(象傳)의 일부. “相承也”는 ‘서로 돕고 이어나간다’는 의미로, 초구가 구이와 협력함을 나타낸다.
⁹⁵³ 묘(眇): ‘애꾸눈 묘’. ‘한쪽 눈이 멀다’. 시야가 좁고 제한적임을 비유.
⁹⁵⁴ 유인(幽人): ‘그윽할 유(幽)’에 ‘사람 인(人)’. 세상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숨어 덕을 닦는 사람.
⁹⁵⁵ 정(貞): ‘곧을 정’. 올곧음, 바름, 인내, 지조.
⁹⁵⁶ “眇能視 利幽人之貞”: 귀매괘 구이(九二) 효사.
⁹⁵⁷ 수(須): ‘모름지기 수’. ‘기다리다’, ‘종’. 여기서는 ‘첩’보다 더 신분이 낮은 ‘시녀’나 ‘종’의 신분, 혹은 ‘기다리는 몸’으로 해석된다.
⁹⁵⁸ “歸妹以須 反歸以娣”: 귀매괘 육삼(六三) 효사.
⁹⁵⁹ 건(愆): ‘허물 건’. ‘허물’, ‘잘못’, ‘어기다’. ‘건기(愆期)’는 ‘시기(期)를 어기다’, ‘때를 놓치다’.
⁹⁶⁰ “歸妹愆期 遲歸有時”: 귀매괘 육사(六四) 효사.
⁹⁶¹ 제을(帝乙): 중국 고대 상(商)나라(은나라)의 30대 왕.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장인.
⁹⁶² 袂(袂): ‘소매 袂’. ‘옷소매’. 신분과 지위를 상징.
⁹⁶³ 망(望): ‘바랄 망’. ‘보름’. 달이 꽉 찬 상태, 즉 완성, 길함을 상징. ‘월기망(月幾望)’은 달이 거의 보름에 가깝다는 뜻.
⁹⁶⁴ “帝乙歸妹 其君之袂不如其娣之袂良…”: 귀매괘 육오(六五) 효사.
⁹⁶⁵ 정응(正應): 귀매괘에서 육오는 상괘의 중심(中)이고 음(陰)이며, 하괘의 중심(中)이자 양(陽)인 구이와 음-양으로 짝을 이루어 정응 관계이다. (이전 주석 오류 수정). 현명한 군주(六五)와 능력 있는 신하(九二)가 이상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이다.
⁹⁶⁶ 실(實): ‘열매 실’, ‘찰 실’. ‘실질적인 내용물’, ‘알맹이’, ‘열매’, ‘자식’.
⁹⁶⁷ 사(士): ‘선비 사’. ‘선비’, ‘남자’.
⁹⁶⁸ 규(刲): ‘찌를 규’. ‘칼로 베다’, ‘찌르다’.
⁹⁶⁹ “女承筐无實 士刲羊无血 无攸利”: 귀매괘 상륙(上六) 효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