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간합 ②: 을경합(乙庚合) (인의지합)

  • 의리인가, 집착인가

안녕하세요, 범인의 사주서재입니다.

지난 **[천간합 1편: 갑기합(甲己合)]**에서는 ‘거목(甲)’이 ‘논밭(己)’에 뿌리를 내리는 ‘중정지합(中正之合)’, 즉 가장 합리적이고 바른 ‘집착’에 대해 배웠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바른생활’의 합을 지나, 10천간 합(合) 중에서 가장 강렬하고, 가장 모순적이며, 가장 ‘의리(義)’에 죽고 못 사는 합, **을경합(乙庚合)**의 세계로 들어왔습니다.

‘갑기합’이 ‘이성’의 합이라면, ‘을경합’은 ‘감성’과 ‘본능’의 합입니다.

이 합은 ‘인의지합(仁義之合)’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졌지만, 그 실체는 ‘사랑’과 ‘의리’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꽁꽁 묶는 ‘애증(愛憎)’의 관계에 가깝습니다.


1. 을경합(乙庚合)이란 무엇인가? (인의지합)

  • 을(乙)목: 10천간의 두 번째. ‘화초(花草)’, ‘덩굴’을 상징. 부드럽고(乙),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며, 끈질긴 ‘생명력’과 ‘유연함’의 아이콘. (음목, 陰木)
  • 경(庚)금: 10천간의 일곱 번째. ‘바위’, ‘도끼’, ‘무쇠’를 상징. 강하고, 결단력 있으며, ‘의리(義)’와 ‘숙살(肅殺)’의 기운을 가진 ‘강인함’의 아이콘. (양금, 陽金)

**을경합(乙庚合)**은 이 ‘거대한 바위/도끼(庚)’가 ‘아름다운 화초(乙)’를 만난 모습입니다.

‘금극목(金剋木)’의 원리로, ‘경(庚)금’은 ‘을(乙)목’을 ‘극(剋)하는(지배하는)’ 관계입니다.

그런데도 왜 이 둘은 ‘충(沖)’이 아니라 ‘합(合)’을 할까요?

이는 ‘양(庚)’이 ‘음(乙)’을 만난 ‘음양의 합(陰陽之合)’이며, ‘경(庚)금’은 ‘을(乙)목’을 자신의 ‘아내(재성)’로 삼고자 하는 강력한 ‘소유욕’과 ‘집착’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도끼(庚)’가 ‘화초(乙)’를 ‘사랑’하는, 가장 역설적인 합입니다.

**’인의지합(仁義之合)’**이라고 부릅니다.

  • 을(乙)목 (목/木): 오상(五常) 중 ‘인(仁, 어짊, 자비)’을 상징합니다.
  • 경(庚)금 (금/金): 오상(五常) 중 ‘의(義, 의리, 정의)’를 상징합니다.
  • 즉, ‘인의지합’은 ‘부드러운 자비심(仁)’과 ‘강력한 의리(義)’가 만난 합입니다.

2. 을경합(乙庚合)의 성립과 변화: ‘금(金)’으로 변하다?

천간합은 두 글자가 만나 ‘새로운 오행’으로 변하려는 성질(화기, 化氣)을 가집니다. 을경합(乙庚合)은 **’금(金)’**으로 변하려는 성질, 즉 **’합화금(合化金)’**이라고 합니다.

  • 이유: ‘부드러운 화초(乙)’가 ‘강력한 도끼(庚)’를 만나면, 화초(木)는 ‘도끼(金)’의 힘에 **’굴복’**하고 자신의 정체성(木)을 버린 채 ‘금(金)의 속성’을 따르게 됩니다.
  • (예: 아름다운 화초(乙)가 도끼(庚)에 잘려 ‘금속 장식’이 되는 물상)

하지만! 여기서 AI 학습의 ‘규칙’이 필요합니다.

[천간합 총론]에서 배웠듯이, ‘합화(合化)’는 극히 드물며, 99%는 ‘합반(合絆)’으로 작용합니다.

  • AI 규칙 (중요):
    • IF (乙 and 庚 meet)
    • THEN (乙의 기능 정지, 庚의 기능 정지, "서로 묶임", "금(金)의 성향이 매우 강해짐")

즉, ‘을(乙)목’은 ‘나무’로서의 유연성을 잃고, ‘경(庚)금’은 ‘도끼’로서의 날카로움을 잃은 채, 서로에게 ‘묶여버리는(合絆)’ 상태가 됩니다.


3. 을경합(乙庚合)은 사주에서 어떻게 해석되는가?

‘인의지합’은 ‘의리’를 상징하지만, ‘금(金)’의 속성(숙살) 때문에 ‘냉정함’, ‘결단력’, ‘배신’의 키워드도 함께 가집니다.

1) ‘나’ (일간)이 을(乙)목일 경우 (예: 乙일간이 庚금을 만남)

  • ‘나(乙, 화초)’와 **’정관(庚금, 직장/남편)’**의 합입니다.
  • 성향: ‘인의지합’의 영향으로, 겉은 ‘을(乙)목’이라 부드럽고 유연해 보이지만, ‘경(庚)금’과 합하여 내면은 ‘의리’를 중시하고, 강단 있으며, 냉철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전형입니다.
  • 해석 (직장): 나는 ‘직장(庚)’과 ‘합(合)’을 했습니다. ‘정관’이긴 하지만 ‘경(庚)금’이라는 ‘거칠고 힘든(편관 같은)’ 직장일 수 있습니다. (예: 군인, 경찰, 금융, 기계)
  • 해석 (여성): ‘정관(남편)’과 ‘합(合)’을 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남편(庚)은 ‘카리스마’ 넘치고, ‘강인하며’, ‘의리’ 있는 사람(혹은 ‘나쁜 남자’)입니다.
  • 주의점 (합반): ‘나(乙)’는 ‘남편/직장(庚)’에 완벽하게 ‘굴복’하고 묶여버렸습니다.
    • “남편/직장을 위해서라면 나(乙)를 희생한다.”
    • → ‘의리’라는 이름으로 ‘냉정한 결단’을 내립니다. (예: “남편을 위해 친구를 버린다.”)
    • → ‘나(乙)’의 뿌리인 ‘인성(印星, 수(水))’을 ‘경(庚)금’이 ‘금생수(金生水)’로 생(生)해 주지만, ‘나(乙)’ 자체가 ‘금(金)’처럼 변해버려 ‘수(水)’의 도움이 절실하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2) ‘나’ (일간)이 경(庚)금일 경우 (예: 庚일간이 乙목을 만남)

  • ‘나(庚, 도끼)’와 **’정재(乙목, 재물/아내)’**의 합입니다.
  • 성향: ‘인의지합’의 영향으로, 겉은 ‘경(庚)금’이라 차갑고 ‘의리’를 중시하는 ‘터프가이’처럼 보이지만, ‘을(乙)목’과 합하여 내면은 ‘정(情)’이 많고, ‘섬세하며(仁)’, 의외로 ‘부드러운’ ‘외강내유(外剛內柔)’의 전형입니다.
  • 해석 (재물): 나는 ‘돈(乙목)’에 대해 **강력한 ‘소유욕’과 ‘집착’**을 가집니다. ‘의리(庚)’를 내세워 돈(乙)을 벌거나, 돈(乙)을 위해서라면 ‘의리(庚)’를 저버릴 수도 있는 이중성을 가집니다.
  • 해석 (남성): ‘정재(아내)’와 ‘합(合)’을 했습니다. ‘나(庚, 도끼)’는 ‘아내(乙, 화초)’를 너무나 사랑하고 아낍니다. 하지만 이 사랑은 ‘소유욕’과 ‘집착’에 가깝습니다. (의처증 기질)
  • 주의점 (합반): ‘나(庚)’의 기운이 ‘아내/돈(乙)’에 묶여버렸습니다.
    • “나는 내 아내(乙)에게 꼼짝 못 한다.” (갑기합과 비슷하지만, 이쪽은 ‘애증’이 더 강함)
    • → ‘나(庚)’의 날카로운 ‘결단력(義)’이 ‘아내(乙, 仁)’의 부드러움에 ‘무뎌집니다’. (바위가 이끼 낀 모습)
    • → ‘돈/아내(乙)’ 때문에 ‘나(庚)’의 ‘명예(관성, 화(火))’를 돌아보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4. 을경합(乙庚合)과 운(運)의 해석

1) 내 사주에 ‘을(乙)’이 있는데, ‘경(庚)’ 운이 올 때 (혹은 그 반대)

  • **’묶임(合)’**이 발생하는 운입니다.
  • 만약 내가 ‘을(乙)목’ 일간(여성)이라면, ‘경(庚)금’ 운(정관 운)이 오면?
    • → **’결혼(庚)’**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운입니다.
    • → ‘힘들지만(庚) 의리 있는’ 직장에 ‘취업(庚)’할 수 있습니다.
  • 만약 내가 ‘경(庚)금’ 일간(남성)이라면, ‘을(乙)목’ 운(정재 운)이 오면?
    • → **’결혼(乙)’**하거나 ‘깊은 인연(乙)’을 만나는 운입니다.
    • → ‘돈(乙)’에 ‘묶이는’ 운입니다. (새로운 프로젝트, 재물 집착)

2. ‘합(合)’이 ‘충(沖)’을 만날 때 (합이 풀림)

  • 내 사주에 ‘을경합’이 이미 ‘묶여’있는데,
  • ‘신(辛)금’ 운이 와서 ‘을(乙)목’을 **’을신충(乙辛沖)’**으로 깨버리거나,
  • ‘병(丙)화’ 운이 와서 ‘경(庚)금’을 **’병화극금(丙火剋金)’**으로 녹여버리면?
  • → 묶여있던 ‘합(合)’이 ‘풀립니다(해합, 解合)’.
  • → (경(庚)일간 기준) ‘아내(乙)’가 ‘경쟁자(辛)’에게 공격당해 ‘합’이 풀리거나, ‘나(庚)’가 ‘스트레스(丙, 편관)’에 녹아 ‘합’이 풀립니다.
  • → 즉, ‘이별’, ‘퇴사’, ‘관계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의리’가 깨지는 순간입니다.

결론: 의리인가, 족쇄인가 (애증의 합)

**을경합(乙庚合)**은 ‘인의지합(仁義之合)’이라는 이름처럼, ‘의리’와 ‘정(情)’을 상징하는 가장 인간적인 합입니다.

이 ‘합’을 가진 사람은 ‘의리’가 넘치고, ‘정’이 많으며, 한번 맺은 인연을 배신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특히 경(庚)일간)

하지만 ‘합(合)’은 ‘합’입니다. 그 ‘의리’가 지나치면 **’맹목적인 집착’**과 **’소유욕’**이 됩니다.

  • 을(乙)목은 ‘남편/직장(庚)’에 맹목적으로 희생하고,
  • 경(庚)금은 ‘아내/돈(乙)’에 강하게 집착합니다.

내 사주에 ‘을경합’이 있다면, 내가 지금 그 ‘의리’와 ‘애정’이라는 족쇄에 묶여, 나 자신(乙)의 유연함을 잃거나, 나(庚)의 정의로움(義)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권위’와 ‘현실’의 만남, [천간합 3편: 병신합(丙辛合) – 위엄지합]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사랑보다는 ‘권력’과 ‘실리’를 좇는 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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