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남의 길, 때를 알고 지혜롭게 피하다
서론: 항구함(恒)을 넘어, 때로는 물러나야 할 때(遯)
주역(周易) 64괘¹ 탐험, 우리는 상경(上經)³⁰과 하경(下經)의 여정을 이어오며 천지(乾坤)²의 창조에서부터 관계의 시작(咸)³²과 그 지속(恒)³³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의 단계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른세 번째 괘인 **천산돈(天山遯)**을 통해, 그 항구함(恒)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거나 유지하는 것이 불리할 때, 어떻게 ‘물러나고(遯)’ ‘피해야(遯)’ 하는지 그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돈(遯)이라는 글자는 돼지(豕)가 달아나는(辶)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달아나다’, ‘물러나다’, ‘숨다’, ‘피하다’, ‘은둔하다’ 등의 의미를 가집니다.
앞선 뇌풍항(雷風恒)괘가 장남과 장녀의 결합처럼 안정되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와 원칙을 그렸다면, 돈괘(遯卦)는 그 안정과 항구함이 깨지고 음(陰, 소인, 부정적인 세력)이 점차 세력을 얻어 양(陽, 군자, 긍정적인 세력)을 압박해오는 상황을 상징합니다. 주역 괘의 순서를 설명하는 서괘전(序卦傳)³⁴에서는 “항구함은 오래가는 것이니, 만물이 마냥 그 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으므로 항괘 다음에 돈괘로 받는다. 돈(遯)은 물러남이다(恒者久也 物不可以久居其所 故受之以遯 遯者退也)”라고 하여, 어떠한 상태든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며 때가 되면 반드시 물러나야 하는(退) 변화가 찾아옴을 설명합니다.
따라서 돈괘는 주역에서 **’전략적 후퇴’**의 중요성을 다루는 대표적인 괘입니다. 이는 단순히 도망치거나 패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돈괘의 물러남은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불리한 때를 감지하며, 더 큰 피해를 막고 다음 기회를 도모하기 위해 지혜롭게 자신을 보존하는 적극적인 행동입니다. 마치 겨울이 오면 동물들이 굴속으로 숨어 봄을 기다리듯, 혹은 현명한 장수가 불리한 전세 속에서 후퇴하여 힘을 비축하듯, 돈(遯)은 **때를 아는 지혜(知時)**이자 미래를 위한 준비입니다.
하지만 ‘물러남’에는 올바른 방식과 그렇지 못한 방식이 있습니다. 돈괘는 무질서한 도피나 비겁한 외면이 아니라, 질서 있고(亨) 원칙을 지키며(小利貞) 물러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각기 다른 상황과 위치에서 물러남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며, 어떤 물러남이 길(吉)하고 어떤 물러남이 흉(凶)하거나 위태로운지(厲) 그 구체적인 양상을 보여줍니다.
이 글은 주역 입문서들의 보편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돈괘의 구조와 상징, 괘 전체의 의미를 담은 괘사(卦辭)³⁵, 그리고 물러남의 과정에서 펼쳐지는 6단계의 상황과 그 속에서의 지혜와 경계를 보여주는 각 효사(爻辭)³⁶를 분석합니다. 돈괘의 여정은 비록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성숙한 지혜를 배우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제1부: 돈괘(遯卦)의 구조와 상징 – 하늘 아래 산, 거리두기와 은둔
64괘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그 구조와 상징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돈괘는 하늘과 산의 조합, 그리고 효의 구성을 통해 ‘물러남’과 ‘거리두기’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1. 팔괘(八卦)³⁷의 조합: 산(艮 ☶) 위에 하늘(乾 ☰)
돈괘는 팔괘 중 산(山) 또는 **멈춤(止)**을 상징하는 간(艮 ☶) 괘가 하괘(下卦, 아래)에 놓이고, 하늘(天) 또는 **강건함(健)**을 상징하는 건(乾 ☰) 괘가 상괘(上卦, 위)에 놓인 형태입니다.
- 하괘 간(艮 ☶): 맨 위 하나의 양효(⚊)가 아래 두 개의 음효(⚋) 위에 얹혀 멈추어 선 모습. 멈춤(止), 산, 견고함, 물러나 멈추는 행위 또는 넘기 어려운 장애물을 상징합니다.
- 상괘 건(乾 ☰): 세 개의 양효(⚊⚊⚊)로 이루어진 순수한 양(陽). 강건함(健), 하늘, 활동성, 위로 올라가 멀어지려는 기운 또는 **물러나는 군자(君子)**를 상징합니다.
- 조합의 의미 (天山遯): 산(艮) 위에 하늘(乾)이 있는 모습입니다. 하늘은 본래 끝없이 높고 위에 있어야 하는데, 그 아래에 넘을 수 없는 높은 산(艮)이 버티고 있습니다. 이는 하늘(乾, 군자)이 더 이상 세상(아래)과 소통하거나 영향을 미치기 어려워, 산 너머로(艮) 멀리 물러나거나(遯) 혹은 산 속에 은둔하는(遯) 형상입니다. 또한, 괘 내부의 효(爻) 변화 관점에서 보면, 돈괘는 아래에서부터 두 개의 음효(陰爻, 初六, 六二)가 점차 자라나 양효(陽爻)들을 밀어내고 올라오는 모습입니다. 이는 소인(陰)의 세력이 점차 강성해져 군자(陽)가 설 자리를 잃고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징합니다. (12벽괘(辟卦)³⁸로는 음력 6월(未月)에 해당하며, 하지(夏至) 이후 음(陰)이 처음 생겨나 자라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즉, 군자(乾)가 소인(艮 아래의 陰爻들)의 발호를 피해 산(艮)으로 물러나 은둔하는 것이 바로 돈(遯)의 핵심 이미지입니다.
2. 괘의 모습(象): 하늘 아래 산이 있다, 소인을 멀리하되 위엄을 지키다
주역 해설서인 ‘상전(象傳)’³⁹에서는 돈괘의 상하 팔괘 조합을 보고 그 상징적인 이미지를 설명합니다. 돈괘에 대한 상전(대산전, 大象傳)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天下有山 遯 君子以遠小人 不惡而嚴” (천하유산 돈 군자이원소인 불악이엄)**⁴⁰
- 해석: “하늘(天) 아래(下) 산(山)이 있는(有) 것이 돈(遯)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소인(小人)⁴¹을 멀리(遠)하되, 미워하지(惡) 않으면서(不) 위엄(嚴)을 지킨다.”
- 의미: 하늘 아래 우뚝 솟은 산이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天下有山 遯)처럼, 군자(주역에서 이상적인 인간상)는 소인들이 득세하는 불리한 시기에는 그들과 거리를 두고 멀리해야(遠小人) 합니다. 하지만 이때 중요한 것은 소인들을 감정적으로 미워하거나(不惡) 경멸하여 다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의 몸가짐을 엄격히 하고 위엄을 지킴(而嚴)**으로써 그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돈(遯)이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자신의 품위와 원칙을 지키면서 불의한 세력과 거리를 두는 ‘품격 있는 물러남’**임을 강조하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즉, 물러나되 비굴하지 않고, 피하되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것이 군자의 도리라는 것입니다.
3. 핵심 키워드와 상징
돈괘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속성: 물러남, 후퇴, 회피, 은둔, 거리두기, 보존, 때를 기다림, 소인 경계
- 자연 상징: 하늘 아래 산, 해 질 녘, 여름의 끝 가을의 시작
- 인간사 상징: 퇴직, 이직, 이사, 관계 단절, 불리한 상황 회피, 자기 성찰의 시간, 현명한 포기
- 핵심 원리: 원소인 불악이엄 (遠小人 不惡而嚴) – 소인을 멀리하되 미워하지 않고 위엄을 지킴
- 핵심 과제: 물러날 때를 아는 지혜, 올바른 방식의 물러남, 자기 보존, 미래 준비
돈괘는 후퇴와 물러남의 지혜를 가르쳐주지만, 그 물러남이 결코 소극적이거나 패배적인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전략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임을 강조합니다.
제2부: 괘사(卦辭) – 돈괘 전체의 의미: “亨 小利貞”
괘사(卦辭)는 괘 전체에 대한 설명과 길흉 판단입니다. 돈괘의 괘사는 간결하지만, ‘물러남(遯)’이 어떤 조건 하에서 긍정적인 결과(亨)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합니다.
“遯 亨 小利貞”
**(돈 형 소리정)**⁴²
- 해석: “돈(遯)은 형통(亨)⁴³하니, 작은(小) 일에 올곧음(貞)⁴⁴이 이롭다(利).”
- 의미:
- 형(亨): 형통하다. 놀랍게도 ‘물러남’을 의미하는 돈괘의 괘사는 ‘형통함’으로 시작합니다. 이는 물러나는 것 자체가 이 시기에는 가장 올바르고 지혜로운 행동이기 때문에, 그 물러남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즉, 때를 알고 제대로 물러나면) 형통하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폭풍우를 피해 안전한 항구로 성공적으로 피신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러남은 실패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최선의 대응이므로 형통한 것입니다.
- 소리정(小利貞): 작은 일에 올곧음이 이롭다. 이것이 돈괘의 형통함을 위한 중요한 조건입니다. ‘물러나는’ 시기에는 큰(大) 일을 도모하거나 원대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이롭지 않습니다. 대신 ‘작은(小)’ 일, 즉 자신의 내면을 지키고(貞), 원칙을 잃지 않으며(貞), 일상의 본분을 다하는(貞) 것에 집중하는 것이 이롭다(利)는 것입니다. 즉, 큰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분수를 지키며 올곧게 처신하는 것이 물러나는 시기에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입니다. 화려한 성공보다는 **’내실을 지키는 소박한 올곧음’**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괘사는 돈(遯)이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때에 맞게 행해질 때 오히려 형통(亨)할 수 있는 지혜로운 전략임을 강조합니다. 단, 그 물러남은 원칙(貞)을 지키며 작은 것(小)에 충실하는 겸허함을 동반해야 합니다.
제3부: 효사(爻辭) – 6단계 변화: ‘물러남(遯)’의 다양한 모습과 결과
이제 돈괘의 6개의 효(爻)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각 효는 ‘물러남(遯)’이라는 상황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각자의 위치에 따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물러나며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아래에서 자라나는 음효(소인)들과 위로 물러나는 양효(군자)들의 관계와 각자의 처신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1. 초륙(初六): 돈미(遯尾) 려(厲) 물유유왕(勿用有攸往)
- 원문: 初六 遯尾 厲 勿用有攸往 (초륙 돈미 려 물유유왕)
- 해석: “초륙은 물러남(遯)의 꼬리(尾)⁴⁵에 있으니 위태롭다(厲). 나아갈(攸往)⁴⁶ 바를 두는 데 쓰지(用) 말라(勿).”⁴⁷
- 위치와 상징: 맨 아래 첫 번째 효. 돈괘의 시작. 하괘 간괘(艮☶)의 아래에 있는 **음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음효가 온 바른 자리(正)입니다. 물러나는 행렬의 가장 맨 뒤, 즉 꼬리에 해당합니다.
- 의미와 조언: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시작되었는데, 가장 뒤처져 있어(尾) 아직 제대로 물러나지 못하고 위험에 가장 가깝게 노출된 상태입니다. 마치 후퇴하는 군대의 맨 후미에 있어 적의 추격을 받기 쉬운 상황과 같습니다. 따라서 매우 위태롭습니다(厲). 이런 상황에서는 섣불리 앞으로 나아가려 하거나(有攸往) 어떤 일을 도모해서는 절대 안 되며(勿用), 오직 조용히 몸을 숨기고 위험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최선입니다. 물러나야 할 때 머뭇거리거나 뒤처지는 것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小象傳) 해설: “遯尾之厲 不行何災也” (돈미지려는 가지(行) 않으면(不) 무슨(何) 재앙(災)이 있겠는가?)⁴⁸ – 위험하지만, 섣불리 움직이지만 않으면 큰 재앙은 피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물러나야 할 때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물러나야 한다. 우유부단하게 머뭇거리거나 때를 놓치면 오히려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위험이 임박했을 때는 무모한 행동을 삼가고 최대한 몸을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다.
2. 육이(六二): 집지용황우지혁(執之用黃牛之革) 막지승설(莫之勝說)
- 원문: 六二 執之用黃牛之革 莫之勝說 (육이 집지용황우지혁 막지승설)
- 해석: “육이는 누런 소(黃牛)⁴⁹의 가죽(革)으로써 굳게 묶으니(執之用), 아무도(莫) 그것(之)을 능히(勝) 벗겨내지(說=脫) 못한다.”⁵⁰
- 위치와 상징: 하괘 간괘(艮☶)의 가운데 두 번째 효. **음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바르고(正) **하괘의 중(中)**을 얻었습니다. 아래의 초륙보다는 안정적이지만, 여전히 물러나야 하는 상황 속에 있습니다. 위의 군주(九五)와 **정응(正應)**⁵¹ 관계에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물러나야 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의지나 신념을 매우 굳건하게 지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누런 소의 가죽’은 매우 질기고 튼튼하여 끊어지지 않는 것을 상징합니다. 이는 비록 물러나는(遯) 중이지만, 자신의 중정(中正)한 덕과 올곧음(貞)을 마치 튼튼한 가죽끈처럼 굳게 지켜(執) 결코 변절하거나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냅니다. 그는 올바른 리더(九五)와의 관계(應)를 굳건히 유지하며 소인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처럼 물러나는 중에도 자신의 원칙과 신념을 굳건히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렇게 하면 아무도 그의 의지를 꺾거나 잘못된 길로 이끌지 못할(莫之勝說) 것입니다. 이는 **후퇴 속에서도 지켜야 할 ‘내면의 가치’**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길흉은 명시되지 않았으나 긍정적으로 해석됨)
- 소상전 해설: “執用黃牛 固志也” (집용황우는 뜻(志)을 굳게(固) 지키는 것이다.) – 자신의 올바른 뜻을 굳건하게 지키는 모습임을 부연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물러난다고 해서 자신의 원칙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더욱 굳건히 지켜야 한다. 내면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면 외부의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다.
3. 구삼(九三): 계돈(係遯) 유질려(有疾厲) 휵신첩(畜臣妾) 길(吉)
- 원문: 九三 係遯 有疾厲 畜臣妾吉 (구삼 계돈 유질려 휵신첩 길)
- 해석: “구삼은 (아래에) 얽매여(係)⁵² 물러나니(遯), 병(疾)들고 위태롭다(厲). 신하와 첩(臣妾)⁵³을 기르면(畜) 길(吉)하다.”⁵⁴
- 위치와 상징: 하괘 간괘(艮☶)의 맨 위 세 번째 효. **양효(⚊)**이며 양(陽)의 자리에 와서 자리는 바르지만(正), 중(中)을 벗어났고 하괘에서 상괘로 넘어가는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위치입니다. 위로는 양(乾)의 세력이 시작되고 아래로는 음(坤 아래의 음효들)의 세력이 자라나는 경계선에 있습니다. 특히 아래의 두 음효(初六, 六二)와 가까이 있어 그들에게 ‘얽매이기’ 쉬운 자리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물러나야 하는(遯) 때임을 알지만, 아래의 소인들이나 미련(陰)에 얽매여(係) 제대로 물러나지 못하고 있는 답답하고 위험한 상황입니다. 마치 발목이 잡혀 도망가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우유부단함과 미련 때문에 마음은 병(疾)들고 상황은 더욱 위태로워집니다(厲). 이 위기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비록 그들이 소인(陰)이라 할지라도 그들을 내치거나 싸우려 하지 말고, 오히려 잘 보살피고 관리하여(畜臣妾)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 그들이 더 이상 자신을 방해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오히려 그들의 힘을 빌려 위기를 관리할 수도 있으므로 길(吉)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물러나야 할 때 자신을 붙잡는 장애물(미련, 아랫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처방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係遯之厲 有疾憊也 畜臣妾吉 不可大事也” (계돈지려는 병(疾)들어 지쳤기(憊) 때문이다. 휵신첩길은 큰(大) 일(事)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얽매여 위태로운 것은 이미 심신이 지쳤기 때문이며, 신첩을 길러 길한 것은 단지 위기를 관리하는 것일 뿐, 이것으로 큰일을 도모할 수는 없다는 한계를 지적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끊어야 할 때 끊지 못하는 미련은 자신을 병들게 한다. 물러나야 할 때는 과감히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끊기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그들을 잘 관리하여 최소한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현실적인 지혜도 필요하다. 다만 이것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4. 구사(九四): 호돈(好遯) 군자(君子) 길(吉) 소인(小人) 부(否)
- 원문: 九四 好遯 君子吉 小人否 (구사 호돈 군자 길 소인 부)
- 해석: “구사는 물러남(遯)을 좋아하니(好)⁵⁵, 군자(君子)에게는 길(吉)하고 소인(小人)에게는 막힌다(否).”⁵⁶
- 위치와 상징: 상괘 건괘(乾☰)의 맨 아래 네 번째 효. **양효(⚊)**이며 음(陰)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지만, 상괘(군자)의 영역으로 진입했고 아래의 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자리입니다. 아래의 초륙(初六)과 **정응(正應)**⁵⁷ 관계에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물러나야 할 때임을 분명히 알고, 미련 없이 기꺼이(好) 물러나는 군자의 모습입니다. 그는 아래의 소인들(陰)과 관계(應)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그 관계를 끊고 물러나는 결단력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깨끗하고 결단력 있는 물러남(好遯)’**은 **군자(君子)**에게는 자신의 도(道)와 지조를 지키는 길이므로 당연히 **길(吉)**합니다. 하지만 **소인(小人)**의 입장에서는 자신들과 관계를 끊고 떠나버리는 군자가 야속하고, 더 이상 군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므로 불리하고 막힌(否) 상황이 됩니다. 이는 물러남의 의미와 결과가 군자와 소인에게 다르게 적용됨을 명확히 보여주는 효입니다. 군자의 물러남은 소인에게는 재앙일 수 있습니다.
- 소상전 해설: “君子好遯 小人否也” (군자호돈은 소인에게는 막히는 것이다.) – 군자가 기꺼이 물러나는 것은 소인에게는 불리한 상황임을 강조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때로는 관계를 끊는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불의하거나 자신에게 해가 되는 관계라면,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군자의 길은 때로 소인에게는 이해받지 못하거나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용기가 필요하다.
5. 구오(九五): 가돈(嘉遯) 정길(貞吉)
- 원문: 九五 嘉遯 貞吉 (구오 가돈 정길)
- 해석: “구오는 아름답게(嘉)⁵⁸ 물러나니(遯), 올곧음(貞)을 지키면 길(吉)하다.”⁵⁹
- 위치와 상징: 상괘 건괘(乾☰)의 가운데 다섯 번째 효. **양효(⚊)**이며 양(陽)의 자리에 온 **군주의 자리(君位)**입니다. 괘 전체의 중심(中)이자 가장 이상적인 위치입니다. **중정(中正)**의 덕을 갖추었고, 아래의 중정한 신하(六二)와 **정응(正應)**⁶⁰ 관계에 있습니다. 물러나는 군자의 최고 모범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돈괘에서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물러남(嘉遯)**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최고의 지위(君位)와 덕(中正)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때가 아님(陰이 자라남)을 알고 미련 없이 깨끗하게 물러납니다. 그의 물러남은 어쩔 수 없는 도피가 아니라, 자발적이고 의연하며 명예로운 선택입니다. 그는 물러나는 과정에서도 **올곧음(貞)**을 잃지 않으며, 아래의 현명한 신하(六二)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합니다. 이처럼 때를 알고 자신의 원칙과 품위를 지키며 아름답게 물러나는 것은 당연히 길(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박수 칠 때 떠나는’ 현명함과 ‘아름다운 퇴장’**의 가치를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嘉遯貞吉 以正志也” (가돈정길은 뜻(志)을 바로(正)하기 때문이다.) – 물러나는 그 뜻과 마음가짐이 올바르기 때문에 길하다는 의미입니다.
- 주역 입문 관점: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은 나아갈 때를 아는 것만큼 중요하다. 성공의 정점에서, 혹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미련 없이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고 아름답게 퇴장하는 것은 존경받을 만한 용기이자 지혜다. 끝맺음의 미학을 보여준다.
6. 상구(上九): 비돈(肥遯) 무불리(无不利)
- 원문: 上九 肥遯 无不利 (상구 비돈 무불리)
- 해석: “상구는 살쪄(肥)⁶¹ 물러나니(遯), 이롭지(利) 않음이 없다(无不).”⁶²
- 위치와 상징: 맨 위 여섯 번째 효. 돈괘의 가장 마지막 단계. 양(陽)의 효가 음(陰)의 자리에 와서 부당위(不當位)하지만, 이미 괘의 극(極)에 도달하여 세상의 모든 시름과 관계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초연한 자리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모든 물러남(遯)의 과정이 끝나고, 세상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여유롭고 풍족하게(肥) 은둔하는 최고 경지의 모습입니다. ‘살쪘다(肥)’는 것은 물질적인 풍요뿐 아니라, 마음의 여유와 초탈함을 상징합니다. 그는 더 이상 세상의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이러한 완전한 초탈과 자유의 상태에서는 어떤 것을 해도 거리낄 것이 없으므로 **이롭지 않음이 없다(无不利)**는 것입니다. 이는 물러남의 궁극적인 경지가 세상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유와 내면의 평화에 있음을 보여주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肥遯无不利 无所疑也” (비돈무불리는 의심(疑)할 바가 없기(无所) 때문이다.) – 더 이상 세상일에 대해 미련이나 의심, 걱정이 전혀 없는 초탈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진정한 자유는 모든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있다. 세상의 성공이나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것이 궁극적인 행복일 수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모든 것을 얻는 역설의 지혜를 보여준다. ‘무소유’의 정신과 통한다.
제4부: 돈괘(遯卦)의 종합적 의미와 현대적 적용
천산돈괘는 하늘 아래 산이 가로막듯, 혹은 음이 점차 자라나 양을 밀어내듯, 불리한 상황에서 지혜롭게 물러나 자신을 보존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후퇴의 미학’을 가르쳐줍니다. 입문서들의 관점을 종합하면, 돈괘의 지혜는 다음과 같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경력 관리, 인간관계, 투자, 정치 등)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 물러날 때를 아는 지혜 (知時): 돈괘는 나아가는 것만큼이나 물러나는 것이 중요하며, 그 ‘때’를 아는 것이 핵심임을 강조합니다. 상황이 불리하거나 시대의 흐름이 바뀌었음을 감지했을 때, 미련 없이 물러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 전략적 후퇴, 비겁함이 아니다: 돈괘의 물러남은 패배나 도피가 아니라, **자신을 보존하고(亨) 다음 기회를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입니다. 더 큰 손실을 막고 미래를 준비하는 현명한 선택입니다.
- 원칙과 품위를 지키는 물러남 (小利貞, 不惡而嚴): 물러날 때도 자신의 올곧음(貞)과 원칙을 지키고, 상대를 미워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품위와 위엄(嚴)**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깨끗하고 명예로운 퇴장이 중요합니다(嘉遯).
- 미련과 집착을 버리는 결단: 과거의 성공, 익숙한 관계, 혹은 사사로운 정(係遯)에 얽매여 물러날 때를 놓치면 오히려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습니다. 과감하게 끊어내는 결단력이 필요합니다(好遯).
- 내실을 다지는 시간: 물러나는 시간은 좌절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畜德) 다음 기회를 준비하는 ‘재충전’의 시간입니다.
- 상황에 맞는 다양한 물러남: 돈괘의 여섯 효는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피해야 할 때(초륙), 원칙을 지키며 버텨야 할 때(육이), 장애물을 관리하며 물러나야 할 때(구삼), 과감히 관계를 끊어야 할 때(구사), 명예롭게 퇴장해야 할 때(구오), 그리고 모든 것을 초월해야 할 때(상구) 등 다양한 물러남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결론: 돈괘, 물러남으로써 길을 여는 역설의 지혜
주역 64괘 중 서른세 번째 괘인 **천산돈(天山遯)**은 소인(陰)이 득세하고 군자(陽)가 물러나야 하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후퇴하여 자신을 보존하고 다음 시대를 기약할 수 있는지 그 ‘물러남의 도(道)’를 가르쳐줍니다.
하늘 아래 산이 가로막듯, 돈괘는 우리에게 때로는 나아가는 것보다 멈추고 피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음을 일깨웁니다. 하지만 그 물러남은 결코 비겁하거나 소극적인 도피가 아닙니다. 때를 알고(亨), 올곧음(貞)을 지키며 작은 것(小)에 충실하고, 소인을 멀리하되 미워하지 않으며 위엄(嚴)을 잃지 않는 **’품격 있는 후퇴’**입니다.
꼬리에서 머뭇거리는 위험한 후퇴(초륙)에서 시작하여, 신념을 굳건히 지키는 후퇴(육이), 미련에 얽매인 위태로운 후퇴(구삼), 과감하고 깨끗한 후퇴(구사), 모두에게 칭송받는 아름다운 후퇴(구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초월한 자유로운 후퇴(상구)에 이르기까지, 돈괘의 여섯 효는 물러남의 다양한 모습과 그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경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돈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상황에서 물러나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가? 당신의 물러남은 비겁한 도피인가, 아니면 미래를 위한 지혜로운 선택인가? 당신은 물러나는 과정에서도 당신의 가치와 품위를 지키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며 돈괘의 지혜를 실천할 때, 우리는 비로소 후퇴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물러남으로써 오히려 더 큰 자유와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역설의 진리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각주(Footnotes):
(각주 번호는 이전 답변들과 연속성을 가지도록 부여하겠습니다.)
⁶⁰⁷ 64괘(六十四卦): 주역의 본체를 이루는 64개의 상징 코드. 팔괘(八卦)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들며, 각 괘는 6개의 효(爻)로 구성된다.
… (이전 각주들 생략) …
⁶⁶⁰ 항괘(恒卦): 주역 64괘의 서른두 번째 괘. 뇌풍항(雷風恒). 항구함, 지속성, 부부의 도를 상징한다.
⁶⁶¹ 서괘전(序卦傳): 주역의 10가지 부록인 십익(十翼) 중 하나. 64괘가 왜 현재와 같은 순서로 배열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⁶⁶² 괘사(卦辭): 64괘 각각에 대해 그 괘 전체의 의미와 길흉을 설명하는 글. 괘명(卦名) 다음에 나온다.
⁶⁶³ 효사(爻辭): 64괘를 구성하는 총 384개의 효(爻) 각각에 대해 그 의미와 길흉, 처세의 조언을 설명하는 글.
⁶⁶⁴ 팔괘(八卦): 3개의 효(爻)로 이루어진 8개의 기본 괘.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 주역 64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⁶⁶⁵ 12벽괘(辟卦): 1년을 12달로 나누고 각 달의 음양 기운 변화를 12개의 대표적인 괘(復, 臨, 泰, 大壯, 夬, 乾, 姤, 遯, 否, 觀, 剝, 坤)에 배속시킨 주역 이론. 돈괘는 음력 6월(未月)에 해당하며, 하괘에서 두 개의 음효가 자라나(二陰生) 양의 세력이 물러나기 시작하는 때이다.
⁶⁶⁶ 상전(象傳): 주역의 본문(괘사, 효사)에 대한 해설을 담은 10개의 부록, 즉 ‘십익(十翼)’ 중 하나. 각 괘의 상하 팔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대산전(大象傳)과 각 효의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소상전(小象傳)으로 나뉜다. 공자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⁶⁶⁷ “天下有山 遯 君子以遠小人 不惡而嚴”: 돈괘의 대산전(大象傳) 구절.
⁶⁶⁸ 소인(小人): 군자(君子)의 반대 개념. 덕성(德性)이 부족하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 돈괘에서는 아래에서 자라나 군자를 밀어내는 음효(陰爻)들을 상징한다.
⁶⁶⁹ “遯 亨 小利貞”: 돈괘의 괘사(卦辭).
⁶⁷⁰ 형(亨): ‘형통할 형’. 일이 막힘없이 잘 풀리고 성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러나는 것 자체가 올바른 행동이므로 형통하다고 본다.
⁶⁷¹ 정(貞): ‘곧을 정’. 올곧음, 바름, 인내, 지조, 변치 않음. 돈괘에서는 물러나는 중에도 지켜야 할 원칙과 마음의 중심을 의미한다. ‘소리정(小利貞)’은 큰일을 도모하기보다 작은 일에서 올곧음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는 의미이다.
⁶⁷² 미(尾): ‘꼬리 미’. 짐승의 꼬리. 행렬의 가장 뒷부분. 여기서는 물러나는 대열의 맨 뒤에 처져 위험에 노출된 상태를 상징한다.
⁶⁷³ 려(厲): ‘위태로울 려’. ‘위태롭다’, ‘위험하다’.
⁶⁷⁴ 유유왕(有攸往): ‘갈 바(攸)를 둠(有)이 있다’, 즉 ‘나아가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다’. 돈괘에서는 괘사와 초효에서 모두 ‘勿用有攸往’ 또는 ‘不利有攸往’이라 하여 적극적인 행동을 금지한다.
⁶⁷⁵ “遯尾 厲 勿用有攸往”: 돈괘 초륙(初六) 효사.
⁶⁷⁶ 소상전(小象傳): 십익(十翼) 중 상전(象傳)의 일부로, 각 효사(爻辭)에 대해 그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부분. 보통 “상왈(象曰)…”로 시작한다.
⁶⁷⁷ 황우(黃牛): ‘누를 황(黃)’에 ‘소 우(牛)’. 누런 소. ‘황(黃)’은 중앙(中)과 중용, 신뢰를 상징하고, ‘소(牛)’는 유순함과 강인함을 상징한다. ‘황우지혁(黃牛之革)’은 누런 소의 가죽으로 만든 질긴 끈으로,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굳건한 의지나 관계를 비유한다.
⁶⁷⁸ “執之用黃牛之革 莫之勝說”: 돈괘 육이(六二) 효사. ‘집(執)’은 ‘잡다’, ‘지키다’. ‘설(說)’은 여기서는 ‘벗을 탈(脫)’과 같은 의미로 ‘벗어나다’, ‘풀려나다’는 뜻이다.
⁶⁷⁹ 정응(正應): 6효 괘에서 하괘와 상괘의 같은 위치(초효-4효, 2효-5효, 3효-상효)에 있는 효들이 서로 음양이 다를 경우, 서로 정식으로 호응(呼應)하는 짝 관계라고 본다. 돈괘에서 육이는 상괘의 구오와 음-양으로 짝을 이루어 정응 관계이다.
⁶⁸⁰ 계(係): ‘맬 계’. ‘매다’, ‘얽매이다’, ‘관계하다’. 여기서는 아래의 음효들이나 미련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물러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⁶⁸¹ 신첩(臣妾): 신하(臣)와 첩(妾). 아랫사람이나 자신에게 의존하는 사람들을 통칭한다. 여기서는 자신을 붙잡는 음효(初六, 六二)들을 비유한다.
⁶⁸² “係遯 有疾厲 畜臣妾吉”: 돈괘 구삼(九三) 효사.
⁶⁸³ 호(好): ‘좋을 호’. ‘좋다’, ‘아름답다’. 여기서는 ‘기꺼이’, ‘흔쾌히’, ‘미련 없이’라는 부사적 의미로 쓰였다. 물러남을 좋아한다는 것은 때를 알고 자발적으로 물러남을 의미한다.
⁶⁸⁴ “好遯 君子吉 小人否”: 돈괘 구사(九四) 효사.
⁶⁸⁵ 정응(正應): 돈괘에서 구사는 상괘의 첫 효이고 하괘의 첫 효인 초륙과 양-음으로 짝을 이루어 정응 관계이다. 하지만 구사는 이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물러난다.
⁶⁸⁶ 가(嘉): ‘아름다울 가’. ‘아름답다’, ‘좋다’, ‘훌륭하다’, ‘기리다’. ‘가돈(嘉遯)’은 칭찬받을 만한 아름답고 훌륭한 물러남을 의미한다.
⁶⁸⁷ “嘉遯 貞吉”: 돈괘 구오(九五) 효사.
⁶⁸⁸ 정응(正應): 돈괘에서 구오는 상괘의 중심(中)이고 양(陽)의 자리(正位)이며, 하괘의 중심(中)이자 음(陰)의 자리(正位)인 육이와 양-음으로 정응 관계를 이룬다. 군주와 신하가 이상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이다.
⁶⁸⁹ 비(肥): ‘살찔 비’. ‘살찌다’, ‘풍족하다’, ‘여유롭다’. ‘비돈(肥遯)’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롭고 풍족하게 물러나 은둔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모든 것에서 초탈한 상태.
⁶⁹⁰ “肥遯 无不利”: 돈괘 상구(上九) 효사. ‘무불리(无不利)’는 ‘이롭지 않음이 없다’, 즉 모든 것이 이롭다는 최상의 길함을 나타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