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64괘 해설 [12]: 천지비(天地否 ☰☷)


– 하늘과 땅의 막힘, 불통과 쇠퇴의 시대

서론: 태평성대(泰) 다음의 필연, 막힘(否)을 마주하다

주역(周易) 64괘¹ 탐험, 하늘(乾)과 땅(坤)²의 창조, 시작의 고통(屯)³, 무지의 어둠(蒙)⁴, 기다림의 지혜(需)⁵, 갈등의 본질(訟)⁶, 무리의 질서(師)⁷, 친밀함의 길(比)⁸, 작은 축적(小畜)⁹, 올바른 밟음(履)¹⁰, 그리고 마침내 도달했던 평화와 번영의 극치(泰)¹¹를 지나, 우리는 열두 번째 괘인 **천지비(天地否)**에 이르렀습니다. 비(否)라는 글자는 ‘아니다(不)’와 ‘입(口)’이 합쳐진 형태로, ‘아니다’, ‘막히다’, ‘불운하다’, ‘악하다’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주역에서는 음양(陰陽)의 기운이 서로 통하지 못하고 막혀버린 상태, 즉 **불통(不通)과 정체(停滯), 쇠퇴(衰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괘입니다.

앞선 지천태(地天泰)괘가 하늘 기운이 아래로 내려오고 땅 기운이 위로 올라가 서로 만나 사귀는(天地交泰) 이상적인 조화와 소통의 극치를 보여주었다면, 비괘(否卦)는 그와 정반대의 구조와 의미를 가집니다. 하늘은 위에만 머물려 하고 땅은 아래에만 있으려 하여, 음양이 서로 등을 돌리고 교류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입니다. 주역 괘의 순서를 설명하는 서괘전(序卦傳)¹²에서는 “태(泰)는 통함이니, 만물이 마냥 통하기만 할 수는 없으므로 태괘 다음에 비괘로 받는다(泰者通也 物不可以終通 故受之以否)”고 하여, 번영과 소통이 영원할 수는 없으며 반드시 막힘과 정체의 시기가 뒤따른다는 자연의 순환 법칙을 설명합니다.

따라서 비괘는 주역에서 가장 흉(凶)한 괘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단순히 ‘운이 나쁘다’는 절망적인 메시지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괘는 쇠퇴와 불통의 시대가 왜 오는지, 그 속에서 군자(君子)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어둠 속에서도 어떻게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비(否)가 극에 달하면 다시 태(泰)가 돌아온다는(否極泰來)¹³ 희망의 메시지 또한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주역 입문서들의 보편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비괘의 구조와 상징, 괘 전체의 의미를 담은 괘사(卦辭)¹⁴, 그리고 막힘과 쇠퇴의 시대를 살아가는 6단계의 상황과 그 속에서의 처세를 보여주는 각 효사(爻辭)¹⁵를 2만 자 분량으로 심층 분석합니다. 비괘의 여정은 어둡고 힘들지만,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다는 주역의 순환 철학을 배우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제1부: 비괘(否卦)의 구조와 상징 – 하늘과 땅의 단절, 소인의 시대

64괘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그 구조와 상징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비괘는 하늘과 땅의 분리를 통해 ‘막힘’과 ‘불통’의 이미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1. 팔괘(八卦)¹⁶의 조합: 땅(坤 ☷) 위에 하늘(乾 ☰)

비괘는 팔괘 중 땅(地) 또는 **순함(順)**을 상징하는 곤(坤 ☷) 괘가 하괘(下卦, 아래)에 놓이고, 하늘(天) 또는 **강건함(健)**을 상징하는 건(乾 ☰) 괘가 상괘(上卦, 위)에 놓인 형태입니다.

  • 하괘 곤(坤 ☷): 세 개의 음효(⚋⚋⚋)로 이루어진 순수한 음(陰). 순함(順), 수용성, 아래로 내려가려는(下行) 기운을 상징합니다. 내부(아랫사람, 백성)의 유순함 또는 무기력함을 나타냅니다.
  • 상괘 건(乾 ☰): 세 개의 양효(⚊⚊⚊)로 이루어진 순수한 양(陽). 강건함(健), 활동성, 위로 올라가려는(上行) 기운을 상징합니다. 외부(윗사람, 군주)의 강건함 또는 교만함을 나타냅니다.
  • 조합의 의미 (天地否): 위에 있는 하늘(乾, 陽)은 계속 위로만 올라가려 하고, 아래에 있는 땅(坤, 陰)은 계속 아래로만 내려가려 하니, 두 기운이 서로 등을 돌리고 멀어져 결코 만나거나 사귈 수 없는(不交) 형국입니다. 이는 **상하(上下)의 소통이 완전히 단절되고, 음양이 부조화하여 만물이 생성되지 못하는 극심한 ‘막힘(否)’과 ‘정체(塞)’**의 상태를 나타냅니다. 마치 하늘은 높기만 하고 땅은 낮기만 하여 그 사이가 텅 비어버린 모습, 혹은 군주는 백성 위에 군림하기만 하고 백성은 아래에서 신음하기만 하여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모습과 같습니다. 태괘(泰卦)의 ‘천지교태(天地交泰)’와 정확히 반대되는, 가장 부자연스럽고 비생산적인 상태를 상징합니다.

2. 괘의 모습(象): 하늘과 땅이 사귀지 못하다, 군자의 처신

주역 해설서인 ‘상전(象傳)’¹⁷에서는 비괘의 상하 팔괘 조합을 보고 그 상징적인 이미지를 설명합니다. 비괘에 대한 상전(대산전, 大象傳)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天地不交 否 君子以儉德辟難 不可榮以祿” (천지불교 비 군자이검덕피난 불가영이록)**¹⁸

  • 해석: “하늘(天)과 땅(地)이 사귀지(交) 못하는(不) 것이 비(否)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덕(德)을 아끼고(儉) 어려움(難)을 피하며(辟), 녹(祿)으로써 영화(榮)를 누리려 해서는 안 된다.”
  • 의미: 하늘과 땅의 소통이 끊어진 막힌 시대(天地不交 否)에는, 군자(주역에서 이상적인 인간상)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제시합니다. 이런 시대에 함부로 나서서 자신의 재능이나 이상을 펼치려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따라서 군자는 자신의 덕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아끼며(儉德) 마치 피난하듯 세상의 어려움과 혼란을 피해야(辟難) 합니다. 또한, 이런 시대에는 부당한 방법으로 얻는 부귀영화(榮以祿)를 탐해서는 안 됩니다. 소인(小人)들이 득세하는 시대에 벼슬(祿)을 얻는 것은 결국 자신을 더럽히거나 위험에 빠뜨릴 뿐입니다. 이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적 가치를 지키며 때를 기다리는 군자의 처신을 강조하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3. 핵심 키워드와 상징

비괘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속성: 막힘, 불통, 정체, 쇠퇴, 부조화, 단절, 소인의 시대, 불운
  • 자연 상징: 하늘과 땅의 분리, 만물이 생성되지 못하는 겨울
  • 인간사 상징: 불경기, 정치적 혼란, 인간관계 단절, 소통 부재, 의견 충돌, 고립
  • 핵심 원리: 천지불교(天地不交) – 음양의 부조화와 단절
  • 핵심 과제: 검덕피난(儉德辟難) – 덕을 아끼고 어려움을 피함, 때를 기다림, 내면 수양

비괘는 그 자체로 매우 어려운 시기임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주역은 이 어둠 속에서도 군자가 가야 할 길, 즉 내면의 덕을 지키고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있음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제2부: 괘사(卦辭) – 비괘 전체의 의미: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괘사(卦辭)는 괘 전체에 대한 설명과 길흉 판단입니다. 비괘의 괘사는 이 시대의 본질과 군자가 취해야 할 태도를 명확하게 제시합니다. (※ 흥미롭게도 비괘의 괘사는 송괘(訟卦) 괘사의 일부와 동일한 구절을 포함합니다.)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비지비인 불리군자정 대왕소래)**¹⁹

  • 해석: “(비(否)의 시대는) 사람이 아니니(匪人)²⁰, 군자(君子)의 올곧음(貞)²¹이 이롭지(利) 않다(不). 큰 것(大)은 가고(往) 작은 것(小)은 온다(來).”
  • 의미:
    1. 비지비인(否之匪人): 비(否)의 시대는 사람이 아니다. 이는 비괘의 시대가 정상적인 인간 사회의 질서가 무너지고, 소인(小人)들이 득세하며 도리가 통하지 않는 혼란스러운 시대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마치 사람이 살 수 없는 비정상적인 환경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2. 불리군자정(不利君子貞): 군자의 올곧음이 이롭지 않다. 이러한 시대에는 군자가 자신의 **올곧은 원칙(貞)**을 고수하며 세상에 나아가려 하면 오히려 해(害)를 입거나 모함을 당하기 쉬우므로 이롭지 않다는 경고입니다. 이는 불의와 타협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함부로 나서서 자신의 뜻을 펼치려 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며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처세의 지혜입니다. 앞서 대산전에서 말한 ‘검덕피난(儉德辟難)’과 같은 맥락입니다.
    3. 대왕소래(大往小來): 큰 것은 가고 작은 것은 온다. 이는 태괘(泰卦)의 ‘소왕대래(小往大來)’와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큰 것(大)’은 양(陽), 군자(君子), 선(善), 발전 등을 의미하며, 이들이 사라지고(往), ‘작은 것(小)’은 음(陰), 소인(小人), 악(惡), 쇠퇴 등을 의미하며, 이들이 다가오는(來) 시대임을 나타냅니다. 즉, 군자는 물러나고 소인이 득세하는 쇠퇴기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이 괘사는 비괘의 시대가 군자에게는 매우 불리하고 위험한 시기임을 강조하며, 함부로 행동하지 말고 자신의 덕을 지키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방책임을 명확히 합니다.


제3부: 효사(爻辭) – 6단계 변화: 막힘 속에서의 분투와 전환의 조짐

이제 비괘의 6개의 효(爻)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각 효는 막힘과 쇠퇴(否)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각자의 위치에 따라 어떻게 다른 국면을 맞이하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비괘는 하괘 곤(坤)의 세 음효와 상괘 건(乾)의 세 양효로 구성되어, 음(소인)과 양(군자)의 세력 관계 변화가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입니다.

1. 초륙(初六): 발모여(拔茅茹)이기휘(以其彙) 정(貞) 길(吉) 형(亨)

  • 원문: 初六 拔茅茹以其彙 貞 吉 亨 (초륙 발모여이기휘 정 길 형)
  • 해석: “초륙은 띠풀(茅) 뿌리(茹)²²를 뽑으니(拔) 그 무리(彙)²³와 함께 하는구나. 올곧음(貞)을 지키면 길(吉)하고 형통(亨)하다.”²⁴
  • 위치와 상징: 맨 아래 첫 번째 효. 비괘의 시작. 하괘 곤괘(坤☷)의 시작으로 유순한 음(陰)의 자리(1효는 양자리)에 음효(⚋)가 온 상태입니다. 아직 쇠퇴의 기운이 깊어지기 전이며, 아래에 있는 소인들이 서로 모여드는 모습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놀랍게도 태괘(泰卦)의 초구 효사와 거의 동일합니다. 이는 비록 비색(否塞)한 시대가 시작되었지만, 그 가장 초기 단계에서는 아직 태평성대의 기운이 남아 있으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초륙과 같은 음효들, 즉 소인 또는 백성)이 서로 연대하고(拔茅茹以其彙) 함께 행동하면 아직은 괜찮다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올곧음(貞)**을 지키는 것입니다. 비록 소인들이 득세하는 시대지만, 이들이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 함부로 날뛰지 않는다면 길(吉)하고 형통(亨)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줍니다. 즉, 쇠퇴의 초기에는 아직 기회가 있으며, 분수를 지키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혹은 군자가 아직 물러나지 않고 소인들과 함께하며 올바름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 소상전(小象傳) 해설: “拔茅貞吉 志在君也” (발모정길은 뜻(志)이 군주(君)에게 있기 때문이다.)²⁵ – 비록 소인들이 모였지만, 그 뜻이 임금(君, 올바른 질서)을 향하고 있어 올곧음을 지키려 하므로 길하다는 의미입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어려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인지하되, 너무 빨리 절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 기회가 남아있을 수 있으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올바름을 지키며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작 단계의 마음가짐과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 육이(六二): 포승(包承) 소인(小人) 길(吉) 대인(大人) 부(否) 형(亨)

  • 원문: 六二 包承 小人吉 大人否 亨 (육이 포승 소인 길 대인 부 형)
  • 해석: “육이는 (윗사람을) 감싸 받드니(包承)²⁶, 소인(小人)에게는 길(吉)하나, 대인(大人)에게는 막히니(否), 형통(亨)하다.”²⁷
  • 위치와 상징: 하괘 곤괘(坤☷)의 가운데 두 번째 효. **음(陰)의 자리에 음효(⚋)가 온 중정(中正)**²⁸의 자리입니다. 소인(음)의 무리 중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위의 군주(九五)와 **정응(正應)**²⁹ 관계에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중정한 덕을 갖춘 소인(또는 백성의 대표)으로서, 윗사람(九五)의 뜻을 잘 감싸 안아 받드는(包承)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순응적인 태도는 소인의 입장에서는 분수를 지키는 것이므로 길(吉)합니다. 하지만 대인(大人, 군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큰 뜻을 펼치기에는 소인들이 득세하여 막혀있는(否) 답답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효가 **형통(亨)**하다고 한 것은, 비록 대인의 뜻은 막혔지만 소인들이나마 제자리에서 분수를 지키고 순응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완전한 파국은 막고 최소한의 질서는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쇠퇴기 속에서도 각자의 분수를 지키는 것이 혼란을 막는 길임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지혜입니다.
  • 소상전 해설: “大人否亨 不亂羣也” (대인부형은 무리(羣)를 어지럽히지(亂) 않기 때문이다.) – 대인이 비록 뜻을 펴지는 못하지만, 소인들이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기에 형통하다고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어려운 시대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분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뜻을 존중하고 순응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윗사람(군자)은 비록 자신의 뜻을 펼치기 어렵더라도 인내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현실적인 타협과 질서 유지가 중요하다.

3. 육삼(六三): 포휴(包羞)

  • 원문: 六三 包羞 (육삼 포휴)
  • 해석: “육삼은 부끄러움(羞)을 감싸 안고 있다(包).”³⁰
  • 위치와 상징: 하괘 곤괘(坤☷)의 맨 위 세 번째 효. 양(陽)의 자리에 음효(⚋)가 온 부당위(不當位)하고 부중(不中)한 불안정한 자리입니다. 아래의 소인 무리(坤)와 위의 군자 세력(乾)의 경계에 위치하여 갈등하는 모습입니다.
  • 의미와 조언: 이 효는 자신의 부당한 위치와 소인으로서의 한계를 알기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상태입니다. 비록 소인들이 득세하는 시대이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올바르지 못함에 대한 자각(羞)을 가지고 있습니다. 괘사나 효사에 길흉 판단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자체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이 소인의 무리에 속해 있지만, 언젠가는 올바른 길로 나아가려는 최소한의 양심은 남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당한 자리에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 소상전 해설: “包羞 位不當也” (포휴는 자리가 부당하기 때문이다.) – 부끄러움을 느끼는 근본 원인이 자신의 부당한 위치에 있음을 지적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잘못된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아는 것(부끄러움)이 변화의 시작이다. 비록 당장 상황을 바꿀 힘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성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자기 객관화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4. 구사(九四): 유명(有命) 무구(无咎) 주리(疇離)³¹ 지(祉)

  • 원문: 九四 有命 无咎 疇離祉 (구사 유명 무구 주리지)
  • 해석: “구사는 천명(命)³²이 있으니 허물(咎)이 없고, 같은 무리(疇)들이 복(祉)에 매달린다(離).”³³
  • 위치와 상징: 상괘 건괘(乾☰)의 맨 아래 네 번째 효. 음(陰)의 자리에 양효(⚊)가 와서 부당위(不當位)하지만, 군자(乾)의 세력이 비로소 등장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바로 위의 군주(九五)와 가까이 있으며, 아래의 소인 무리(坤)와 직접 맞닿아 있습니다.
  • 의미와 조언: 드디어 막혔던 시대(否)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泰)를 열라는 **하늘의 명령(有命)**을 받은 군자가 등장했습니다. 비록 아직 완전한 힘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부당위), 그 대의명분이 있기에 허물이 없습니다(无咎). 그가 등장하자 그와 뜻을 같이하는 **같은 무리(疇, 다른 양효들 또는 뜻있는 사람들)**들이 그에게 매달리고 의지하며 함께 복(祉)을 누리려 합니다. 이는 어둠 속에서 마침내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올바른 리더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력이 결집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매우 긍정적인 효입니다.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 소상전 해설: “有命无咎 志行也” (유명무구는 뜻(志)을 행(行)하기 때문이다.) – 하늘의 뜻(命)을 받아 자신의 이상(志)을 실현하려 행동하기 때문에 허물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아무리 어려운 시대라도 영원하지 않으며, 변화는 반드시 시작된다. 올바른 명분과 뜻을 가진 리더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중심으로 모여 희망을 만들어간다. 시대적 소명의 중요성과 리더의 역할을 보여준다.

5. 구오(九五): 휴비(休否) 대인(大人) 길(吉) 기망기망(其亡其亡) 계우포상(繫于苞桑)

  • 원문: 九五 休否 大人吉 其亡其亡 繫于苞桑 (구오 휴비 대인 길 기망기망 계우포상)
  • 해석: “구오는 막힘(否)을 쉬게 하니(休), 대인(大人)이라 길(吉)하다. ‘망할까 망할까'(其亡其亡)³⁴하는 마음으로 튼튼한 뽕나무(苞桑)³⁵에 매어(繫) 놓듯 항상 위태로움을 경계해야 한다.”³⁶
  • 위치와 상징: 상괘 건괘(乾☰)의 가운데 다섯 번째 효. **양(陽)의 자리에 양효(⚊)가 온 군주의 자리(君位)**이며, 괘 전체의 중심(中)이자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중정(中正)**의 효입니다. 아래의 중정한 신하(六二)와도 정응(正應) 관계에 있습니다. 막힌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 구원자의 모습입니다.
  • 의미와 조언: 드디어 막혔던 시대(否)를 끝내고 평화(泰)를 회복시키는(休) 위대한 군주(大人)가 등장했으니 당연히 길(吉)합니다. 그는 강력한 힘과 올바른 덕(中正)을 갖추고 있으며, 아래의 현명한 신하(六二)와도 뜻이 통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성공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계심’**입니다. 마치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절박한 마음(其亡其亡)으로 자신의 안위를 튼튼한 뽕나무 뿌리에 묶어놓듯(繫于苞桑), 항상 위태로움을 잊지 않고 조심하고 대비해야 어렵게 되찾은 평화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태평성대 속에서도 항상 위기를 생각하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를 강조하는 효입니다.
  • 소상전 해설: “大人之吉 位正當也” (대인지길은 자리(位)가 바르고(正) 마땅하기(當) 때문이다.) – 군주로서의 위치가 중정하여 올바르기 때문에 길하다는 의미입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을 이루었을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 성공에 취해 자만하지 않고,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겸손함과 경계심을 잃지 않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자질이다. 성공을 지키는 것은 성공을 이루는 것보다 더 어렵다.

6. 상구(上九): 경비(傾否) 선부(先否) 후희(後喜)

  • 원문: 上九 傾否 先否後喜 (상구 경비 선부 후희)
  • 해석: “상구는 막힘(否)을 뒤집으니(傾), 처음에는 막혔으나(先否) 나중에는 기쁨(喜)이 있다(後喜).”³⁷
  • 위치와 상징: 맨 위 여섯 번째 효. 비괘의 가장 마지막 단계. 음(陰)의 자리에 양효(⚊)가 와서 부당위(不當位)하지만, 이미 괘의 극(極)에 도달하여 막힘(否)이 끝나고 새로운 시대(泰)로 완전히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 의미와 조언: 마침내 길고 길었던 막힘과 쇠퇴의 시대(否)가 완전히 뒤집히고(傾) 끝나게 됩니다. 비록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처음에는 여전히 막힘(先否)을 느꼈을 수 있지만, 이제 모든 장애물이 제거되고 마침내 **기쁨과 평화(後喜)**를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비극태래(否極泰來)’, 즉 막힘이 극에 달하면 평화가 온다는 주역의 순환 원리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효입니다. 어둠이 걷히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 소상전 해설: “否終則傾 何可長也” (비종즉경은 막힘(否)이 끝나면(終) 곧 뒤집히는(傾) 것이니, 어찌(何) 오래갈(長) 수 있겠는가?) – 어떤 막힘과 어려움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며 반드시 끝이 있고 변화하게 마련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설명합니다.
  • 주역 입문 관점: 아무리 길고 어두운 밤이라도 반드시 새벽은 온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때를 기다리면 마침내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주역의 순환 철학이 주는 위로와 희망을 보여주는 효이다.

제4부: 비괘(否卦)의 종합적 의미와 현대적 적용

천지비괘는 하늘과 땅의 불통(不交)을 통해 소통이 부재하고 질서가 무너진 쇠퇴기의 본질과 그 속에서의 처세술을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입문서들의 관점을 종합하면, 비괘의 지혜는 다음과 같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1. 시대의 흐름 읽기 (否極泰來): 비괘는 번영(泰) 뒤에는 반드시 쇠퇴(否)가 오고, 쇠퇴가 극에 달하면 다시 번영이 온다는 거대한 순환의 법칙을 가르쳐줍니다.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는 현재 자신이 어떤 ‘때’에 처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습니다.
  2. 어려운 시기의 처신 (儉德辟難): 소인이 득세하고 도리가 통하지 않는 시대에는 함부로 나서지 말고 자신의 덕을 지키며 어려움을 피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입니다. 이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군자의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현실적인 위험을 피하는 지혜입니다.
  3. 내면 수양의 중요성: 외부 환경이 불리할 때일수록 좌절하거나 시류에 휩쓸리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갈고 닦으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괘의 시대는 외적인 성공보다 내적인 성숙을 이루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4. 변화의 조짐 읽기: 비괘의 효들은 쇠퇴 속에서도 미묘하게 변화의 조짐이 나타남을 보여줍니다. 올바른 리더(九四, 九五)의 등장은 막힌 시대를 끝낼 수 있는 희망이며, 우리는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를 놓치지 않고 준비해야 합니다.
  5. 성공 후의 경계 (其亡其亡 繫于苞桑): 어렵게 막힌 시대를 극복하고 성공을 이루었을 때(九五), 자만하지 않고 항상 위기를 대비하는 ‘거안사위’의 자세야말로 그 성공을 지속시키는 핵심임을 강조합니다.
  6. 희망을 잃지 않는 자세 (傾否 後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비괘의 마지막 효는 결국 막힘이 걷히고 기쁨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절망 속에서도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결론: 비괘, 막힘 속에서 희망을 준비하는 지혜

주역 64괘 중 열두 번째 괘인 **천지비(天地否)**는 하늘과 땅의 소통이 단절되어 만물이 정체하고 쇠퇴하는 어려운 시대를 상징합니다. 태평성대(泰) 다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이 막힘의 시기는 군자에게는 고통스럽고 위험한 시간이지만, 동시에 내면의 덕을 기르고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는 성찰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비괘는 우리에게 소인이 득세하는 불의한 시대에 함부로 나서지 말고 자신을 지키는 **’검덕피난’**의 지혜를 가르쳐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어둠 속에서도 올곧음을 지키는 소인들의 연대(初六), 분수를 지키는 순응(六二), 최소한의 양심(六三)이 존재하며, 마침내 시대를 바꿀 리더(九四, 九五)가 등장하여 막힘을 끝내고(休否)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성공의 정점에서조차 항상 위태로움을 경계하는(繫于苞桑)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하며, 마침내 막힘이 완전히 걷혔을 때(傾否) 기쁨을 맞이할 수 있음을 약속합니다.

결국 비괘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막힘’을 경험하고 있는가? 그 속에서 좌절하고 있는가, 아니면 당신의 덕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고 있는가? 당신은 다가올 변화의 조짐을 읽고 있는가? 그리고 마침내 평화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지켜나갈 준비는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며 비괘의 지혜를 실천할 때, 우리는 인생의 어떤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마침내 **’비극태래(否極泰來)’**의 밝은 빛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주(Footnotes):

¹ 64괘(六十四卦): 주역의 본체를 이루는 64개의 상징 코드. 팔괘(八卦) 두 개를 위아래로 겹쳐 만들며, 각 괘는 6개의 효(爻)로 구성된다.

² 건괘(乾卦)와 곤괘(坤卦): 주역 64괘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괘. 각각 하늘(天)과 땅(地)을 상징한다.

³ 둔괘(屯卦): 주역 64괘의 세 번째 괘. 수뢰둔(水雷屯). 만물이 처음 생성되는 어려움을 상징한다.

⁴ 몽괘(蒙卦): 주역 64괘의 네 번째 괘. 산수몽(山水蒙). 어리고 무지한 상태와 교육의 필요성을 상징한다.

⁵ 수괘(需卦): 주역 64괘의 다섯 번째 괘. 수천수(水天需). 기다림의 지혜와 때를 준비하는 자세를 상징한다.

⁶ 송괘(訟卦): 주역 64괘의 여섯 번째 괘. 천수송(天水訟). 갈등과 다툼, 송사를 상징한다.

⁷ 사괘(師卦): 주역 64괘의 일곱 번째 괘. 지수사(地水師). 무리, 군대, 조직과 리더십의 원리를 상징한다.

⁸ 비괘(比卦): 주역 64괘의 여덟 번째 괘. 수지비(水地比). 친밀함, 화합, 관계 맺음의 원리를 상징한다.

⁹ 소축괘(小畜卦): 주역 64괘의 아홉 번째 괘. 풍천소축(風天小畜). 작은 막힘, 일시적 정체, 작은 축적을 상징한다.

¹⁰ 리괘(履卦): 주역 64괘의 열 번째 괘. 천택리(天澤履). 밟음, 예절, 올바른 처신, 위험 속의 행동을 상징한다.

¹¹ 태괘(泰卦): 주역 64괘의 열한 번째 괘. 지천태(地天泰). 하늘과 땅이 소통하여 평화롭고 번영하는 상태를 상징한다.

¹² 서괘전(序卦傳): 주역의 10가지 부록인 십익(十翼) 중 하나. 64괘가 왜 현재와 같은 순서로 배열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다.

¹³ 비극태래(否極泰來): ‘막힘(否)이 극(極)에 달하면 평화(泰)가 온다(來)’는 뜻의 고사성어. 주역의 순환 원리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¹⁴ 괘사(卦辭): 64괘 각각에 대해 그 괘 전체의 의미와 길흉을 설명하는 글. 괘명(卦名) 다음에 나온다.

¹⁵ 효사(爻辭): 64괘를 구성하는 총 384개의 효(爻) 각각에 대해 그 의미와 길흉, 처세의 조언을 설명하는 글.

¹⁶ 팔괘(八卦): 3개의 효(爻)로 이루어진 8개의 기본 괘.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 주역 64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¹⁷ 상전(象傳): 주역의 본문(괘사, 효사)에 대한 해설을 담은 10개의 부록, 즉 ‘십익(十翼)’ 중 하나. 각 괘의 상하 팔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대산전(大象傳)과 각 효의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소상전(小象傳)으로 나뉜다. 공자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¹⁸ “天地不交 否 君子以儉德辟難…”: 비괘의 대산전(大象傳) 구절.

¹⁹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비괘의 괘사(卦辭). 송괘(訟卦) 괘사 중 “有孚 窒惕” 부분이 빠지고 동일하다.

²⁰ 비인(匪人): ‘아닐 비(匪)’에 ‘사람 인(人)’. 즉, 사람이 아닌 것. 여기서는 ‘정상적인 사람이 살기 힘든 시대’, ‘소인배가 득세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²¹ 정(貞): ‘곧을 정’. 올곧음, 바름, 인내, 지조. 군자가 지켜야 할 중요한 덕목. 그러나 비괘에서는 이 올곧음을 지키며 세상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²² 모여(茅茹): ‘띠 모(茅)’는 흔한 잡초인 띠풀. ‘뿌리 여(茹)’는 식물의 뿌리나 서로 얽혀 있는 것. ‘발모여(拔茅茹)’는 띠풀 뿌리를 뽑는다는 뜻으로,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를 뽑으면 여러 개가 함께 딸려 나오는 모습을 비유한다.

²³ 휘(彙): ‘무리 휘’. ‘종류’, ‘무리’. 같은 종류의 것들이 모여 있는 것. ‘이기휘(以其彙)’는 ‘그 무리와 함께’라는 뜻이다.

²⁴ “拔茅茹以其彙 貞 吉 亨”: 비괘 초륙(初六) 효사. 태괘(泰卦) 초구 효사와 거의 유사하나, 양효(初九)가 음효(初六)로 바뀌면서 주체가 군자에서 소인(또는 백성)으로 바뀐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²⁵ 소상전(小象傳): 십익(十翼) 중 상전(象傳)의 일부로, 각 효사(爻辭)에 대해 그 의미를 부연 설명하는 부분. 보통 “상왈(象曰)…”로 시작한다.

²⁶ 포승(包承): ‘쌀 포(包)’는 ‘감싸다’, ‘포용하다’. ‘이을 승(承)’은 ‘받들다’, ‘따르다’. 즉, 윗사람(九五)의 뜻을 잘 헤아려 감싸 안듯 받드는 것을 의미한다. 아랫사람의 순종적인 미덕을 나타낸다.

²⁷ “包承 小人吉 大人否 亨”: 비괘 육이(六二) 효사.

²⁸ 중정(中正): 6개의 효위 중 하괘의 가운데인 2효와 상괘의 가운데인 5효를 ‘중(中)’이라 하고, 양의 자리에 양효가 오거나 음의 자리에 음효가 오는 것을 ‘정(正)’이라 한다. 비괘 육이는 음(陰)의 자리에 음효(⚋)가 왔으므로 ‘중정’의 덕을 갖춘 이상적인 효이다.

²⁹ 정응(正應): 6효 괘에서 하괘와 상괘의 같은 위치(초효-4효, 2효-5효, 3효-상효)에 있는 효들이 서로 음양이 다를 경우, 서로 정식으로 호응(呼應)하는 짝 관계라고 본다. 비괘에서 육이는 상괘의 구오와 음-양으로 짝을 이루어 정응 관계이다. 신하(六二)와 군주(九五)가 서로 중정하고 올바르게 호응하는 이상적인 관계를 나타낸다.

³⁰ “包羞”: 비괘 육삼(六三) 효사. 매우 간결하여 해석이 분분하지만, 자신의 부당한 위치(不中不正)를 알아 부끄러워한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³¹ 주리(疇離): ‘밭두둑 주(疇)’는 ‘무리’, ‘동류’를 의미. ‘떠날 리(離)’는 여기서는 ‘붙다’, ‘걸리다’, ‘매달리다’는 뜻으로 쓰였다. 즉, 같은 무리들이 (구사에게) 와서 붙는다는 의미이다.

³² 명(命): ‘목숨 명’, ‘명령 명’. 여기서는 ‘하늘의 명’, ‘시대적 소명’, 혹은 군주(九五)의 명령을 의미한다. 비색한 시대를 끝내라는 정당성을 부여한다.

³³ “有命 无咎 疇離祉”: 비괘 구사(九四) 효사. ‘지(祉)’는 ‘복 지’로, 복, 행복, 경사를 의미한다.

³⁴ 기망기망(其亡其亡): ‘망할까 망할까’. 항상 위태로움을 잊지 않고 경계하는 마음가짐. ‘거안사위(居安思危)’와 통한다.

³⁵ 포상(苞桑): ‘쌀 포(苞)’는 ‘우거지다’, ‘무성하다’. ‘뽕나무 상(桑)’. 뿌리가 깊고 튼튼하게 얽혀 있는 뽕나무 군락을 의미한다.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기반을 비유한다.

³⁶ “休否 大人吉 其亡其亡 繫于苞桑”: 비괘 구오(九五) 효사. ‘휴(休)’는 ‘쉬다’, ‘그치다’는 뜻으로, 막힘(否)을 멈추게 하고 평화(泰)를 회복시킨다는 의미이다.

³⁷ “傾否 先否後喜”: 비괘 상구(上九) 효사. ‘경(傾)’은 ‘기울다’, ‘뒤집다’는 뜻으로, 비색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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