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억압과 CBDC: 다가오는 화폐개혁의 서막

서론: 당신의 돈은 온전히 당신의 것인가?

우리는 은행에 저축한 돈이 안전하며, 내가 원할 때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온전한 내 재산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만약 그 믿음이 정교하게 설계된 거대한 착각에 불과하다면? 그리고 국가가 당신의 돈에 유효기간을 설정하고, 특정 물품 구매를 금지하며, 심지어 가만히 있어도 돈이 줄어드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곽광수 저자의 **’금융억압과 CBDC: 다가오는 화폐개혁의 서막’**은 바로 이처럼 암울하지만, 우리 코앞에 닥친 현실을 고발하는 날카로운 경고장이다. 이 책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시대가 정부와 중앙은행에 의해 교묘하게 부(富)를 이전당하는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억압을 완성시킬 마지막 퍼즐 조각이 바로 ‘미래의 화폐’라는 화려한 이름으로 포장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CBDC를 단순한 기술적 진보나 결제 편의성 향상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대신, 인플레이션과 제로금리라는 기존의 억압 도구가 한계에 봉착하자, 국가가 인민의 재산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부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 든 ‘궁극의 무기’로 규정한다.

이 글은 ‘금융억압과 CBDC’의 핵심 논지를 ▲1부: 보이지 않는 세금, 금융억압의 시대2부: 현금, 최후의 저항 수단3부: CBDC, 완벽한 통제의 서막4부: 프로그래밍되는 당신의 돈이라는 네 가지 흐름으로 나누어 심층 분석 및 요약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CBDC가 단순한 디지털 화폐가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의 종말을 고하는 거대한 ‘화폐개혁’의 서막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제1부: 보이지 않는 세금, 금융억압의 시대

저자는 우리가 이미 오래전부터 ‘금융억압’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금융억압이란, 정부가 금융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대중의 부를 정부나 금융기관으로 이전시키는 모든 정책을 의미한다. 이는 총칼을 들고 재산을 빼앗는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교묘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빼앗기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1. 금융억압의 역사와 목적

금융억압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스탠퍼드 대학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지만, 그 역사는 훨씬 더 오래되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참전국들은 천문학적인 전쟁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억압 정책을 본격적으로 활용했다.

금융억압의 핵심 목적은 단 하나, 정부의 막대한 부채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세금을 더 걷거나 지출을 줄이는 고통스러운 방법 대신, 더 쉽고 저항이 적은 길을 선택한다. 바로 자국민의 저축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2. 금융억압의 핵심 도구들

정부는 다음과 같은 도구들을 조합하여 금융억압을 시행한다.

  • 인플레이션 조장: 정부와 중앙은행은 지속적으로 돈을 찍어내(양적완화) 시중에 통화량을 늘린다. 이는 화폐 가치의 하락, 즉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당신이 은행에 1억 원을 예금했고 1년 뒤 이자로 200만 원(이자율 2%)을 받았다고 하자. 하지만 같은 기간 물가가 4% 올랐다면, 당신 돈의 실질적인 구매력은 오히려 2% 감소한 것이다. 즉, 당신은 명목상 이자를 받았지만 실질적으로는 **-2%의 ‘인플레이션 세금’**을 낸 셈이다. 이 사라진 2%의 가치는 돈을 먼저 쓴 정부와 빚을 낸 주체들에게로 이전된다.
  • 저금리 정책 (금융 억제): 정부는 중앙은행을 통해 기준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한다. 특히 실질금리(명목금리 – 인플레이션율)를 마이너스 상태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위 예시처럼 이자율이 2%인데 물가상승률이 4%인 상황이 바로 마이너스 실질금리다. 이런 환경에서 예금자는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부가 녹아내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반면, 가장 큰 채무자인 정부는 갚아야 할 빚의 실질 가치가 매년 줄어드는 혜택을 누린다.
  • 자본 통제 및 규제: 정부는 자국민이 금융억압을 피해 해외 자산으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외환 거래를 통제하거나, 은행에 국채 매입을 강제하는 등의 규제를 사용한다. 이는 국민의 돈을 국경 안에 가두어두고 억압의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 정부들이 천문학적인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이러한 금융억압 정책을 극단적으로 사용해왔다고 지적한다.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등장한 것은 그 대표적인 증거다.


제2부: 현금, 최후의 저항 수단과 그 한계

정부가 금융억압의 강도를 높일수록,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 억압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현존하는 금융 시스템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저항 수단이 바로 **’현금(Cash)’**이다.

1. 제로금리 하한(Zero Lower Bound)의 방해물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여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보관료를 떼어 가겠다고 선언한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즉시 은행으로 달려가 돈을 모두 인출하여 현금으로 바꿔 장롱 밑에 보관할 것이다. 현금은 최소한 가치가 더 깎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구매력 하락은 별개다.)

이처럼 현금의 존재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0% 이하로 내리는 것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 **’제로금리 하한(Zero Lower Bound)’**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언제든 현금으로 도피할 수 있는 한,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즉, 현금은 금융억압을 완성시키려는 중앙은행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2. 익명성: 통제를 벗어난 자유

현금의 또 다른 중요한 속성은 익명성이다. 내가 현금으로 무엇을 사든, 누구에게 주든 그 거래 기록은 남지 않는다. 이는 정부의 감시와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다.

정부는 “현금이 탈세, 비자금, 마약 거래 등 불법적인 활동에 사용된다”는 명분을 내세워 현금 사용을 줄이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고액권 발행을 중단하거나, 특정 금액 이상의 현금 거래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명분 뒤에는 국민의 모든 경제 활동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정부의 숨겨진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현금이 사라진 세상에서, 정부는 당신의 모든 소비 패턴과 자금 흐름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3.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한 발걸음

이처럼 금융억압의 완성에 방해가 되는 현금을 없애기 위해,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수십 년간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해왔다. 신용카드, 모바일 페이 등 전자 결제 수단을 장려하고, 현금 사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책들이 그 일환이다.

그리고 마침내, 현금을 완전히 대체하고 제로금리 하한의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궁극의 기술’이 등장했다. 그것이 바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즉 CBDC다.


제3부: CBDC, 완벽한 통제의 서막

저자는 CBDC가 단순한 ‘디지털화된 현금’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는 화폐의 본질 자체를 바꾸는 혁명이며, 국가가 개인의 경제 활동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중앙집권적 화폐 시스템’의 완성판이라고 경고한다.

1. CBDC의 두 가지 형태: 간접형 vs 직접형

CBDC는 발행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간접형(Wholesale) CBDC: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형태. 일반 국민이 직접적인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 직접형(Retail) CBDC: 중앙은행이 일반 국민 개개인에게 직접 전자지갑 형태로 발행하는 형태.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경고하는 ‘진짜’ CBDC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우리는 더 이상 시중은행을 거치지 않고 중앙은행에 직접 계좌를 갖게 되는 것과 같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e-CNY)’ 실험을 통해 가장 앞서나가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과 한국은행 등 전 세계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직접형 CBDC 도입을 연구하고 있다.

2. CBDC의 명분: 왜 CBDC가 필요하다고 말하는가?

중앙은행들이 내세우는 CBDC 도입의 공식적인 명분은 다음과 같다.

  • 결제 시스템 효율화: 현금 발행 및 유통에 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금융 포용: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도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 불법 자금 추적: 모든 거래가 기록되므로 탈세나 자금 세탁 등 범죄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 통화 정책의 효율성 제고: 금리나 통화량 조절 정책의 효과가 국민에게 더 빠르고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모든 것이 **CBDC의 진짜 목적을 숨기기 위한 ‘포장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3. CBDC의 진짜 목적: 금융억압의 완성

저자가 분석하는 CBDC 도입의 진짜 목적은 금융억압의 걸림돌이었던 ‘현금’을 제거하고, 국가의 통제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 제로금리 하한의 붕괴: CBDC는 현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현금이라는 도피처가 사라진 세상에서, 중앙은행은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그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1%, -5%, 심지어 -10%의 금리를 부과하여 저축을 ‘벌’하고 소비를 강제할 수 있게 된다.
  • 완벽한 감시와 통제: 모든 CBDC 거래는 중앙은행의 서버에 영원히 기록된다. 정부는 당신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누구와 거래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금융 프라이버시는 완전히 사라지며, 이는 조지 오웰의 ‘빅 브라더’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 직접적인 부의 이전: 정부는 재난지원금이나 보조금을 CBDC로 국민의 지갑에 직접 쏠 수 있다. 반대로, 세금이나 벌금을 당신의 동의 없이 직접 인출해 갈 수도 있다. 이는 정부의 재정 정책 집행 능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개인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CBDC가 도입된 세상에서, 당신의 돈은 더 이상 당신의 자유로운 처분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중앙은행의 서버에 기록된 숫자에 불과하며, 국가의 정책적 목적에 따라 언제든 그 가치와 사용 조건이 바뀔 수 있는 **’통제된 화폐’**가 된다.


제4부: 프로그래밍되는 당신의 돈 – CBDC의 무서운 기능들

CBDC의 가장 무서운 점은 화폐에 특정 조건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프로그래머빌리티(Programmability)’**다. 이는 국가가 화폐를 단순한 교환 수단을 넘어, 국민 행동을 통제하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게 함을 의미한다.

1. 유효기간(Expiry Dates)

정부는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지급된 재난지원금에 유효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3개월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이 돈은 소멸됩니다.” 이는 저축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소비를 강제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이는 개인의 합리적인 경제적 선택권을 박탈하는 행위다.

2. 사용처 제한 (Restricted Use)

정부는 특정 CBDC에 사용처를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년 지원금으로는 주류나 사치품을 구매할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후원을 막거나, 특정 단체에 대한 기부를 금지하는 등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3. 조건부 지급 및 회수

CBDC는 특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만 지급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식이다. 이는 사실상 국가 정책에 대한 복종을 강제하는 수단이 된다. 또한, 세금 체납 시 별도의 절차 없이 CBDC 지갑에서 자동으로 해당 금액을 회수해 갈 수 있다.

4. 사회 신용 시스템과의 결합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CBDC가 사회 신용 시스템과 결합하는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 시행 중인 사회 신용 시스템은 개인의 모든 행동을 점수화하여 점수가 낮은 사람에게 대출 제한, 교통수단 이용 금지 등의 불이익을 준다.

만약 CBDC가 여기에 결합된다면, 통제는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강력해진다. 예를 들어,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린 사람의 사회 신용 점수를 깎고, 그의 CBDC 지갑에 마이너스 금리를 더 높게 적용하거나 특정 상점 이용을 금지할 수 있다. 이는 국민을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통제하는 **’디지털 독재’**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결론: 다가오는 화폐개혁, 당신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금융억압과 CBDC’는 기술 발전이라는 장밋빛 환상 뒤에 숨겨진 차가운 진실을 드러낸다. CBDC는 편의성을 위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프라이버시, 그리고 재산권의 본질을 뒤흔드는 거대한 **’화폐개혁’**의 서막이다.

저자는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본질을 정확히 인지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우리는 과연 금융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고 국가의 완벽한 감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 나의 저축이 국가의 정책에 따라 하루아침에 가치가 변동될 수 있는 세상을 원하는가?
  • 화폐의 프로그래밍 가능성이 인민을 통제하는 도구가 될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있는가?

이 책은 CBDC 도입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것이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설계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질문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질문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디지털 감옥의 문을 열어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억압과 CBDC’는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하나다. “다가오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 속에서, 당신은 통제받는 ‘경제적 노예’로 살 것인가, 아니면 당신의 자유와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깨어있는 시민’이 될 것인가?” 그 선택은 이제 우리 각자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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