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전쟁 시나리오’ 심층 요약: 인류 멸종의 버튼은 어떻게 눌리는가
서론: 24분 후, 모든 것이 끝나는 세계
만약 오늘, 지금 이 순간, 누군가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막연히 ‘끔찍할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그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해왔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저명한 탐사 저널리스트 애니 제이콥슨(Annie Jacobsen)은 그녀의 충격적인 저서 ’24분: 핵전쟁 시나리오(Nuclear War: A Scenario)’¹를 통해, 바로 그 묵인된 공포의 실체를 분 단위로 추적한다.
이 책은 공상과학 소설이나 단순한 예측이 아니다. 수십 년간 기밀 해제된 문서, 그리고 전직 대통령, 국방부 장관, 핵잠수함 함장, 핵미사일 발사 통제 장교, 전략사령부 사령관 등 실제 핵전쟁 ‘실행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끔찍할 정도로 현실적인 ‘논픽션 시나리오’이다.
책의 한국어판 제목이기도 한 ’24분’은 가상의 적국(북한)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워싱턴 D.C.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예상 시간을 의미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찰나의 순간, 인류가 어떻게 단 하나의 결함 있는 시스템과 몇몇 인간의 손에 의해 공멸(共滅)의 길로 들어서는지를 냉철하고 집요하게 파헤친다. 제이콥슨의 핵심 주장은 명확하다: 인류의 생존은 이성이나 도덕이 아닌, 냉전 시대에 설계되어 결코 멈출 수 없는 자동화된 보복 시스템, 즉 ‘발사 경보 즉시 발사(Launch on Warning)’라는 교리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24분’이 제시하는 그 참혹한 시나리오의 전 과정을 단계별로 심층 분석하고 요약한다. 이는 단순한 책 요약을 넘어,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시스템의 본질과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실존적 위험을 직시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제1부: 방아쇠는 당겨지다 – 가상의 그날 (H-시: 00분 00초)
모든 것은 하나의 ‘점(Point)’에서 시작된다. 제이콥슨은 가장 개연성 있으면서도 치명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 시작점: 북한의 이중 발사이 시나리오에서 ‘최초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향해 두 발의 핵미사일을 발사한다.
-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 한 발은 워싱턴 D.C.의 **펜타곤(미 국방부)**을 직접 겨냥한다. 이는 미국의 군사 지휘부(National Command Authority, NCA)를 참수(斬首)하려는 명백한 의도다.
- SL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다른 한 발은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디아블로 캐니언(Diablo Canyon) 원자력 발전소를 향한다. 이는 단순한 핵폭발을 넘어, 원전 파괴를 통한 최악의 방사능 재앙(Radiological Disaster)을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 왜 북한인가?제이콥슨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하여,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거대 핵보유국은 ‘상호확증파괴(MAD)’²라는 공멸의 논리를 이해하기에 선제타격 가능성이 낮은 반면, 북한과 같이 고립되고 예측 불가능하며 절박한 정권은 오판이나 지도부의 광기, 혹은 내부 쿠데타 등으로 인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정한다. 이 시나리오는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 두 발의 미사일이 발사된 순간, 인류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뿐이다.
제2부: 결정의 6분 – ‘발사 경보 즉시 발사(LOW)’의 함정 (H+0분 ~ H+6분)
핵전쟁 시나리오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지점은, 이성적인 토론이나 외교적 협상이 개입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H+ 0~1분: 최초 탐지 (Detection)북한의 ICBM이 발사되자마자, 미 우주군이 운영하는 우주기반 적외선 시스템(SBIRS)³ 위성이 그 거대한 열기(Heat Signature)를 즉각 감지한다. 데이터는 수초 내로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NORAD(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⁴ 기지, 펜타곤의 국가지휘센터(NMCC), 그리고 네브라스카의 전략사령부(STRATCOM)로 전송된다.
- H+ 2~3분: 탄도 확인 (Verification)전 세계에 배치된 지상 기반 조기 경보 레이더(BMEWS 등)가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미사일이 위성 발사체나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라, 실제로 미국 본토를 향한 ‘공격’임이 확인된다. 동시에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발사된 SLBM의 궤적도 확인된다.
- H+ 4~5분: 대통령에게 보고되다 (Briefing)”대통령 각하, 이것은 훈련이 아닙니다.”모든 정보가 취합되어 최고사령관, 즉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대통령이 어디에 있든(백악관, 에어포스원, 심지어 침대), 군사 보좌관(핵가방 ‘풋볼’⁵ 운반자)이 즉시 상황을 브리핑한다.
- H+ 6분: 운명의 순간 (The Decision Point)제이콥슨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북한의 ICBM이 워싱턴 D.C.에 도달하기까지 약 24분. 미사일이 미국 본토의 레이더망을 통과하고 그 궤적이 확실해지는 순간, 대통령에게 남겨진 결정 시간은 불과 6분 남짓이다.이 6분 안에 대통령은 인류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사실상 하나뿐이다. 바로 **’발사 경보 즉시 발사(Launch on Warning, LOW)’**⁶ 교리다.
- LOW의 논리: “쏘지 않으면 잃는다 (Use ’em or Lose ’em)”LOW 교리는 냉전 시대의 산물이다. 만약 적의 핵미사일이 미국 땅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면, 미국의 지상 ICBM 사일로들은 적의 첫 번째 공격에 모두 파괴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적의 미사일이 ‘날아오는 중(Warning)’일 때, 그것이 땅에 닿기 전에 우리의 미사일을 ‘즉시 발사(Launch)’하여 보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 함정: 취소 불가능한 결정문제는 이 결정이 **취소 불가능(Irreversible)**하다는 것이다. ICBM은 일단 발사되면 중간에 자폭시키거나 궤도를 바꿀 수 없다. 만약 이 모든 경보가 역사상 여러 차례 있었던 것처럼 거대한 ‘오류'(컴퓨터 결함, 태양풍, 시뮬레이션 실수 등)⁷였다 해도, 일단 대통령이 발사 명령을 내리면 핵전쟁은 시작된다. 6분 안에 대통령은 불완전한 데이터에 의존해 전 세계적인 ‘도박’을 해야 한다.
제3부: 공멸의 연쇄 반응 – ‘핵가방’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7분 ~ H+20분)
대통령이 “보복”을 결정했다고 가정하자. 그 다음은 기계적인 절차다.
- H+ 7분: ‘비스킷’과 ‘풋볼’ (The Order)대통령은 군사 보좌관이 들고 있는 ‘풋볼'(핵가방)을 연다. 가방 안에는 보복 옵션(OPLAN 8010 등)이 담긴 책자가 있다. 대통령은 이 ‘메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비스킷’이라 불리는 인증 카드를 꺼내 암호를 확인한다.
- H+ 8분: 명령 전파 (Authentication & Transmission)대통령의 결정(예: “주요 보복 옵션 실행”)은 ‘골드 코드’라는 암호화된 메시지로 변환되어 펜타곤의 NMCC와 전략사령부로 전송된다.
- H+ 10분: 발사 절차 개시 (The Launch)명령은 즉시 미국의 ‘핵 삼위일체(Nuclear Triad)’⁸ 전반에 걸쳐 하달된다.
- ICBM 발사 (미니트맨 III): 와이오밍, 몬태나 등의 지하 사일로에 있는 미 공군 발사 통제 장교(Missileer) 두 명이 동시에 키를 돌린다. 수백 발의 미니트맨 III 미사일이 지축을 흔들며 발사된다.
- SLBM 발사 (트라이던트 II): 대서양과 태평양 깊은 곳에 숨어있는 오하이오급 핵잠수함(“부머”)이 비상 행동 메시지(EAM)를 수신한다. 함장의 명령 하에, 수십 발의 트라이던트 II 미사일이 물속에서 솟구쳐 오른다.
- 전략 폭격기 (B-2, B-52): 이미 공중에 떠 있거나(Airborne Alert) 기지에서 비상 발진한다.
- H+ 12분: 돌이킬 수 없는 길 (Point of No Return)미국의 미사일이 발사된 순간, 전 세계의 운명은 결정된다. 중요한 것은 이 미사일들이 북한만을 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러시아’라는 핵심 변수 (The Real Target)제이콥슨이 폭로하는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이것이다. 미국의 핵전쟁 계획(SIOP/OPLAN)은 근본적으로 북한 같은 소규모 국가가 아닌, 미국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적, 즉 ‘러시아'(그리고 중국)를 상대로 설계되어 있다.
- 최악의 가정: 대통령은 6분의 시간 동안 북한이 단독으로 쐈는지, 아니면 러시아가 북한을 ‘대리인(Proxy)’으로 내세워 쐈는지, 혹은 러시아가 이 혼란을 틈타 2차 공격을 준비 중인지 알 수 없다.
- 시스템의 논리: 시스템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미국의 생존’을 위해, 북한의 공격에 대한 보복과 동시에, 러시아의 잠재적 2차 공격을 막기 위한 ‘선제적 보복(Preemptive Retaliation)’을 명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결과: 미국의 수백, 수천 발의 핵미사일이 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의 주요 도시, 군사 기지, 핵 사일로를 향해 날아간다.
- H+ 15~20분: 러시아의 대응러시아의 조기 경보 위성과 레이더가 미국 전역에서 발사된 수백 발의 ICBM과 SLBM을 탐지한다. 러시아 지도부에게도 똑같은 ‘6분의 결정’이 주어진다. 그들 역시 ‘쏘지 않으면 잃는다(LOW)’는 똑같은 논리, 똑같은 시스템에 갇혀 있다. 그들은 즉시 자국에 남은 모든 핵전력을 미국과 유럽을 향해 발사한다.
이제 전 세계 모든 핵보유국이 서로에게 미사일을 발사하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전면적인 상호확증파괴(MAD)’**가 현실이 된다.
제4부: 최초의 24분 – 워싱턴 D.C.와 캘리포니아의 멸망 (H+24분)
책의 제목인 ’24분’이 되는 순간, 최초의 미사일이 목표에 도달한다. 제이콥슨은 핵폭발의 참상을 의학적, 물리학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묘사한다.
- 워싱턴 D.C. (펜타곤 상공 폭발):
- 섬광과 화구(Fireball): 태양보다 수천 배 밝은 빛이 도시를 덮친다. 1메가톤급 핵폭탄의 화구는 직경 2km에 달하며, 중심 온도는 수천만 도에 이른다. 펜타곤, 알링턴 국립묘지, 그리고 주변 모든 것이 문자 그대로 **’증발(Vaporized)’**한다.
- 열 복사(Thermal Pulse): 빛의 속도로 퍼져나간 열파가 수십 km 반경의 모든 가연성 물질(나무, 건물, 옷)에 불을 붙인다. 사람들은 즉시 3도 화상을 입고 타버린다.
- 폭풍파(Blast Wave):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충격파가 도시를 휩쓴다. 백악관, 국회의사당, 모든 기념비와 건물들이 종잇장처럼 무너져 내린다.
- 화염 폭풍(Firestorm): 도시 전역에서 발생한 화재가 거대한 불기둥을 형성, 산소를 빨아들이며 모든 것을 태우는 ‘화염 폭풍’이 발생한다. 지하 벙커에 숨은 사람들도 질식사한다.
- 방사능(Radiation): 즉각적인 감마선과 중성자선이 수 km 내의 모든 생명체를 죽이고, 폭발로 인한 낙진(Fallout)이 바람을 타고 퍼져나간다.
- 캘리포니아 (디아블로 캐니언 원전 피격):
- 이는 단순한 핵폭발이 아니다. 핵폭발이 미국 서부 해안의 주요 원자력 발전소를 파괴하면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방사능 재앙이 발생한다.
- 원자로 노심이 파괴되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불타면서 수십 년간 축적된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세슘-137, 스트론튬-90 등)이 연기와 재가 되어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이는 미국 서부 전체를 수백 년간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든다.
- 지휘부의 증발 (Decapitation)미국의 대통령,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등 군사 지휘부(NCA)는 펜타곤 피격으로 즉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와 예비 지휘 체계(Continuity of Government, COG)⁹가 작동하려 하지만, 이미 미국 본토 전역이 불타고 EMP¹⁰로 인해 통신망이 마비된 상태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아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5부: 최후의 날 – ‘핵겨울’과 문명의 종말 (H+24분 이후)
최초의 24분이 끝났을 때, 인류 문명의 멸망은 이미 시작되었다. 제이콥슨은 우리가 ‘매드맥스’ 스타일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상상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절대적일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 메커니즘이 바로 **’핵겨울(Nuclear Winter)’**¹¹이다.
- 불타는 행성: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의 주요 도시 수백 개가 동시에 핵공격을 받아 거대한 화염 폭풍에 휩싸인다.
- 성층권으로 올라간 재: 이 화염 폭풍은 엄청난 양의 검은 ‘재(Soot)’와 연기를 비행기가 나는 고도보다 훨씬 높은 성층권(Stratosphere)까지 쏘아 올린다. 성층권에는 비나 바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재들은 씻겨 내려가지 않고 수년, 혹은 10년 이상 지구 전체를 뒤덮는다.
- 태양빛 차단: 이 검은 재의 장막이 태양빛을 완벽하게 차단한다.
- 급격한 기온 강하: 지표면에 도달하는 햇빛이 90% 이상 차단되면서, 지구의 평균 기온은 수십 도 급락하여 빙하기와 같은 상태가 된다.
- 식물의 죽음 (광합성 중단): 햇빛이 없으니 지구상의 모든 식물이 광합성을 멈추고 죽어간다.
- 대기근 (Global Famine): 농작물 생산이 ‘0’이 된다. 1년 안에 지구상의 거의 모든 인류가 굶어 죽는다. 생존자들은 방사능이 아니라,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서서히 죽어간다.
- 벙커 신화의 종말 (The Myth of Bunkers)제이콥슨은 정부 고위층이나 억만장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만든 지하 벙커(레이븐 록, 샤이엔 마운틴 등)의 허상도 폭로한다.
- 최우선 타격 목표: 이 벙커들은 이미 적국의 핵미사일 1순위 타격 목표다.
- 지속 불가능: 벙커는 몇 년간 버틸 식량이나 공기를 비축하고 있지 않다. 핵겨울은 10년 이상 지속된다.
- 나갈 곳이 없다: 벙커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마주하는 것은, 방사능에 오염되고 얼어붙었으며 먹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죽음의 행성’뿐이다. 생존은 불가능하다.
결론: ’24분’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애니 제이콥슨의 ’24분: 핵전쟁 시나리오’는 단순한 공포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멸종 시스템’에 대한 가장 상세하고 냉철한 보고서이다. 이 책은 시나리오가 ‘사실(Fact)’이라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이 모든 과정이 현재 우리가 보유한 무기와 교리(LOW, MAD), 그리고 기술적 결함(오탐지 가능성)에 기반한 ‘논리적으로 가능한(Plausible)’ 최악의 결과임을 증명한다.
제이콥슨의 결론은 분명하다. 핵전쟁에는 승자도, 생존자도, ‘제한적 교전’도 없다. 그것은 오직 **’전면적인 공멸’**뿐이다. 이 끔찍한 시나리오의 유일한 ‘오프 버튼(Off-Button)’은 발사 ‘후’가 아니라 발사 ‘전’에만 존재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인류 전체의 생존을 단 몇 분 만에, 단 한 명(혹은 소수)의 불완전한 인간이 내려야 하는, 결코 취소할 수 없는 결정에 맡겨두고 있는가? ‘핵 억지력’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되는 이 거대한 멸종 시스템이 과연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 모두를 인질로 잡고 있는가?
’24분’은 이 시스템 자체를 해체하는 것 외에는 인류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음을, 24분간의 숨 막히는 서술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
각주(Footnotes):
¹ ’24분: 핵전쟁 시나리오’ (Nuclear War: A Scenario): 2024년 3월 출간된 애니 제이콥슨(Annie Jacobsen)의 저서. 수십 명의 전직 고위 관료, 군 지휘관, 과학자들과의 인터뷰 및 기밀 해제 문서를 기반으로 핵전쟁 발발 시나리오를 분 단위로 재구성했다.
² 상호확증파괴 (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핵무기 경쟁국 쌍방이 상대방의 선제공격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핵전력으로 상대방을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상태. 이 공멸의 공포 때문에 오히려 핵전쟁이 억지된다는 냉전 시대의 핵심 전략 이론.
³ 우주기반 적외선 시스템 (SBIRS, Space-Based Infrared System): 미사일 발사 시 발생하는 강력한 열을 우주에서 감지하는 미국의 군사 위성 네트워크. 핵미사일 조기 경보 시스템의 핵심이다.
⁴ NORAD (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운영하며, 북미 대륙으로 접근하는 모든 항공기, 미사일, 우주 물체를 감시하는 통합 지휘 본부. 콜로라도주 샤이엔 마운틴 지하 벙커로 유명하다.
⁵ 풋볼 (The Football): 미국 대통령을 항상 따라다니는 검은색 핵가방. 정식 명칭은 ‘대통령 비상 휴대 가방(President’s Emergency Satchel)’으로, 핵전쟁 승인 절차(인증 코드, 보복 옵션 메뉴, 통신 장비)가 들어있다.
⁶ 발사 경보 즉시 발사 (LOW, Launch on Warning): 적의 핵미사일이 발사되었다는 ‘경보’를 받으면, 그것이 아국 영토에 도달하기 ‘전에’ 즉시 보복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핵전쟁 교리.
⁷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Stanislav Petrov): 1983년 소련 방공군 중령. 당시 소련의 조기 경보 시스템이 미국의 ICBM 5발 발사를 탐지했으나, 그는 이를 시스템 오류(태양빛 반사)로 판단하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핵전쟁을 막았다. 제이콥슨은 책에서 이러한 ‘인간적인’ 판단이 현재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⁸ 핵 삼위일체 (Nuclear Triad): 국가의 핵전력을 세 가지 다른 플랫폼으로 분산시켜 적의 선제공격에도 최소한 하나는 살아남아 보복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 1) 지상 기반 ICBM, 2) 잠수함 발사 SLBM, 3) 전략 폭격기(공중 발사 순항 미사일 등)로 구성된다.
⁹ 정부 연속성 계획 (COG, Continuity of Government): 핵전쟁, 재난, 쿠데타 등으로 국가 지휘부가 마비될 경우를 대비하여, 정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비밀 계획. 지정 생존자(Designnated Survivor) 제도나 레이븐 록(Raven Rock)과 같은 지하 지휘 벙커 운영 등이 포함된다.
¹⁰ EMP (Electromagnetic Pulse): 핵폭발 시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기 펄스. 특히 고고도(High-Altitude) 핵폭발(HEMP)은 넓은 지역의 전력망과 통신망, 전자기기 회로를 순식간에 파괴하여 문명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¹¹ 핵겨울 (Nuclear Winter):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화재가 수백만 톤의 검은 연기와 재(soot)를 성층권으로 뿜어 올리고, 이 재가 수년간 태양빛을 차단하여 지구 평균 기온이 급격히 하강하는 현상. 칼 세이건(Carl Sagan), 폴 크루첸(Paul Crutzen) 등의 과학자들에 의해 그 위험성이 제기되었다. 이는 방사능 낙진보다 더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전 지구적 대기근을 초래하는 메커니즘이다.
